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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eok Kim Sep 30. 2018

쉬는 기간 읽은 책들에 대한 짧은 감상

독후감을 쓰는 게 기억에 오래 남는다길래..

추석 연휴를 포함해 약 2주 간을 쉬면서 다양하게 밀린 독서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책을 읽고 나면 짧게라도 후기를 남기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래서 읽은 책들에 대한 짧은 후기를 작성하면서 쉬는 기간을 마무리한다.


1. 미스 함무라비

 문유석 판사님의 글을 좋아하는 편이라 이 소설에도 관심이 진즉에 갔었다. 그동안 미뤄두다가 이번에 봤다. 드라마화됐었다는 것도 알고, TV를 돌리다가 잠깐잠깐 장면으로 보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는 내내 고아라와 성동일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읽었다.


 나는 소설로서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재미만으로도 이 소설은 충분히 값어치가 있는 소설이다. 거기에 더해 법조계, 특히 판사들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걷어내고 이해도를 증진시키기에도 좋은 내용들이 알차게 담겨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알게 된 것은 판사도 "업무"로서 "판결"을 접하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혹시라도 법정에 갈 일이 있다면 판사가 판단하기 쉽게 일목요연한 정리와 증빙 자료 첨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일하면서 복잡하게 손 많이 가는 건 싫어하지 않는가 ㅎ


2. 마케터의 일

 이제는 내 커리어 정체성이 마케터인지 아니면 사업 기획인지 뭐라고 말해야 하나 잠깐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는 나의 출발점인 마케팅과 지금 하는 일인 사업 기획은 본질적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책에는 늘 관심이 간다.


 매우 쉽게 쓰여있지만 내용은 결코 쉽게 생각할 내용은 아니다. 단순히 마케터로서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프로페셔널로서 일 잘하는 방법에 대해 아주 좋은 선배가 담백하게 얘기해주는 느낌이다. 보통 이런 얘기들은 술자리에서 두서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맨 정신에 아주 정제해서 해주는 조언 같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조직의 문제 대부분은 커뮤니케이션에서 온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를 다시 한번 느꼈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해서는 "나에 대한 이해"와 "타인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잘 "소통"해야 한다. 그리고 그 타인에 대한 관심은 내부 조직원일 수도, 외부의 고객일 수도 있다. 이는 마케팅뿐만 아니라 사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나에 대한 이해"를 하고 스스로 폭넓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다양한 경험 속에서 얻은 본인의 취향이 있어야 하며, 한두 가지 정도는 몰입하는 "취미"가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3.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새롭게 시작하는 일의 분야가 이 쪽이라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역시 좋은 콘텐츠가 담긴 텍스트는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아무리 다양한 글이 많아도 책으로 낼 정도로 정제되고, 다듬은 콘텐츠를 만나기는 결코 쉽지 않다.  


 2018년 현재의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해서 다양한 분야가 잘 리뷰되어 있다. 나 같은 업계 입문자에게 매우 유용할 듯. 일하면서 가까이 두고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4. 노르웨이의 숲

와이프가 읽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라는 책을 옆에서 같이 보면서 새삼 하루키라는 작가가 참 매력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 열풍으로 1Q84 등이 유행할 때는 왠지 너무 유행인 느낌이 들어서 안 봤는데 (사실 그때는 소설 살 돈이 없었다. 도서관에는 워낙 인기도서라 늘 대출 중이고) 시간 있을 때 한번 이 사람 글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읽어본 하루키 책은 고등학교 때 읽은 "해변의 카프카"와 대학교 때 읽은 "언더그라운드" 뿐이었다. 해변의 카프카는 읽어본지도 너무 오래되어 내용은 기억 안 나는데, 뭔가 주인공이 굉장히 갑갑한 심정이었다는 것과 뭔가 야했다는 것만 기억났었다. 그리고 언더그라운드는 재미없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노르웨이 숲은 사실 하루키 스타일은 아니라고 한다. 근데 이 작품을 읽은 것은 그냥 서점에 갔더니 표지가 너무 이뻤고, 키우는 고양이 종이 "노르웨이 숲"이라서였다. 근데 우리 동네 도서관에는 그 표지가 이쁜 버전이 아닌 링크한 버전의 책만 있어서 그걸로 봤다. 


일단 재밌다. 그리고 그의 상황과 심리에 대한 묘사, 세상에 대한 관점은 흥미롭다. 이 책의 다른 제목이 왜 "상실의 시대"인지 알 것 같다. 다 읽고 나서 아직은 알 수 없던 뭔지 모를 것에 대한 답답함에 몸부림치던 나의 20대가 떠올랐고 또 지금은 새삼 그렇게 슬퍼하는 감정을 상실했다는 생각이 들어 슬펐다. 하루키의 여행 수필을 읽어서 그런지 뭔가 주인공에게서 하루키가 투영되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일전에 박경리 선생이 김용옥 선생과의 대담에서 일본 문학에 대해 디스 했다던 내용이 떠올랐다. 


"그래서 문학작품에서도 일본인들은 사랑을 할 줄 몰라요. 맨 정사뿐입니다. 치정(癡情)뿐이지요. "

"그리고 사랑은 못하면서 사랑을 갈망만 하지요. "


위의 말을 정말 박경리 선생이 하셨는지는 모른다. 그리고 나는 일본 문학에 대해서 잘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소설도 등장인물들 간에 정사가 조금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몇십 년 전이 배경인데도 상당히 급진적으로 느껴진다. 일본은 그때에도 이렇게 개방적이었나..?


5.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사실 엄청 재미있는 소설책 한 권정도는 보고 싶어서 선택한 책이다. 하지만 소설의 깊이도 없고 재미도 그냥 그렇다. 좀 내용이 길고 지루하다. 빌런에게 뭐 얼마나 대단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서 끝까지 읽었다만 "그냥 미친 거잖아?!"라는 느낌..


6. 초격차

이건 아직 읽는 중이다. 절반쯤 봤다. 근데 내용은 배제하고 문체만 봐도 어떻게 이렇게 포스가 느껴지지? 역시 어느 한 분야의 대가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몹시 흥미롭다. 


 하지만 또 내용이 워낙 생각할 거리가 많아서 끊어서 보는 게 역시 제 맛이다. (사실 그럴 일은 없지만) 만약 이런 얘기를 세계적인 기업의 CEO가 앞에서 주 욱하시면 사원이든 그냥 일반인이든 학생이든 20분만 지나면 편하게 있지도 못하고 자세 꼿꼿이 하고 듣느라 아주 부담스러울 텐데 책으로 내주셔서 편안하게 음미하면서 들을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다. 


(사실 대학 때 윤종용 부회장님 특강 때 20분 듣다가 졸아본 경험이 있어서...)



그 외 인생의 발견은 아직 몇 페이지 못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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