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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eok Kim Oct 27. 2018

임창용 방출? 이건 정말 아니다.

이건 정말 잘못된 결정이다.

기아 타이거즈가 임창용의 방출을 발표했다. 사실 올 시즌 야구는 작년 우승 덕분인지 부진해도 그렇게 화가 나지 않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열렬하게 챙겨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작년 우승팀이 부진 끝에 5위에 그쳐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시즌 내내 보여준 문제점을 다시 보여주며 무너져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임창용 방출이라니 이건 정말 아니다.


프로 야구라는 콘텐츠의 구성 요소, 성적 그리고 스토리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 스포츠는 성적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성적을 내는 팀이 인기 있기 마련이고, 성적을 내야만 관중이 늘어 구단 운영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적만이 전부는 아니다. 사람들은 프로 스포츠의 세계에서 "인간적인 스토리"를 좋아하며 소비한다. 프로 스포츠에는 인간의 노력, 좌절, 도전, 성공의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고 이러한 스토리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결국 프로 스포츠라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는 이러한 인간적인 스토리를 얼마나 잘 엮어내고 체험할 수 있게 해 주냐가 중요하다.

 구단의 중요한 의사 결정들, 특히 선수와 관련된 의사 결정에는 이러한 두 가지 요소를 반드시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프로 스포츠의 존재 이유는 결국 소비자인 팬의 존재 때문이며 팬이 원하는 것은 이 두 가지이다.




임창용에 대한 결정은 이도 저도 아니다


 이런 점에서 임창용 선수에 대한 결정은 이도저도 아니다. 우선 성적 측면을 살펴보면 임창용은 팀에 도움이 되면 됐지 폐가 되는 선수가 아니다. 그는 프로야구 최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실력이 비록 그의 전성기에는 못 미치지만 결코 연봉이 비싸서, 고참이라서 써야 하는 선수가 아니라 경쟁에서 이겨내 자기 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선수다. 그런 선수가 나이가 많다고 해서 내년에 갑자기 제 몫을 못할 거라고 볼 수 있을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때 가서 결정하거나 계약 시에 성적에 대한 옵션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면 될 일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결정은 다른 선수들에게 '임창용 정도 되는 선수도 저렇게 방출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팀에 대한 로열티를 감소시킬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결정은 장기적으로 팀의 성적을 위해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결정인 것이다.


 두 번째로 타이거즈 팀 히스토리와 임창용이라는 스타가 이어온 스토리면에서도 최악의 결정이다. 우선 임창용은 프로야구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써내려 온 선수다. 화려한 데뷔, 삼성에서 애니콜로서의 위용, 부상으로 선수 생활이 위기를 맞았을 때 일본 진출해서 화려한 부활과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그의 승부사 기질과 함께 그의 역사는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할 만한 "멋짐" 그 자체였다. (사생활 제외) 그리고 이제는 프로야구 최고령이 된 그가 출전하는 모든 경기는 역사가 되고 있다. 때문에 프로야구팬으로서 임창용이라는 선수가 이렇게 끝나는 것은 결코 보고 싶지 않다.


또한 임창용은 타이거즈 팬들에게 매우 애틋한 존재이다. 팀에서 가장 아끼는 선수였음에도 재정적인 상황으로 인해 타 팀에 트레이드를 시켜야만 했기에 오랫동안 아픈 손가락 같은 선수였고 그가 선수 생활 마지막에는 고향팀에 돌아와서 은퇴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던 일이 비록 불미스러운 일 때문이기는 했지만 현실로 이루어졌을 때 타이거즈 팬들은 그를 환영할 수 있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작년 우승 당시 헹가래를 받던 그의 모습이 더욱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이런 존재를 보내줄 때는 그만큼 더욱 각별히 신경 써야만 한다. 사실 이 정도 선수라면 팀 전력에 도움이 안 되더라도 본인이 납득한 다음에 결정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선수들과 팬이 팀에 헌신하게 하는 길이다.



타이거즈, 순리에 맞는 결정을 내리길


 임창용이 무언가 잘못했다고, 뉘앙스만 풍기는 것은 정말 최악이다. 위의 사항들을 고려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밝혀서 팬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맞다. 그냥 “니들이 모르는 뭔가가 있어”라고 하는 건 팬들을 무시하는 행위일 뿐이다.

 

 타이거즈 팬들은 이미 이종범을 그렇게 잃었다. 그나마 이종범은 타이거즈에서 은퇴식이라도 성대하게 치렀다.


 타이거즈가 임창용 본인도, 팬들도 납득을 할 수 있는 순리에 맞는, 팀 헤리티지에 맞는 결정을 내리기를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결정을 번복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며 결정을 번복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팀이 팬에게 져주는 것이 꼭 지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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