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모빌리티 플랫폼하고 싶은 거잖아요
쏘카&VCNC 측 관계자들의 글과 말을 살펴보면, 혁신, 도태라는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쓰이는데 저는 이게 묘하게 불편합니다.
기본적으로 타다는 혁신이고, 택시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대비에서 일종의 선민 의식이랄까 우월 의식이랄까 말하기 어려운 묘한 자의식이 읽히는 것은 제가 너무 과민한 것일까요
택시가 타다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택시의 구조적인 한계 때문입니다.
그리고 타다는 택시의 구조적인 한계를 적용받지 않는 동시에, 적자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타다가 적자가 아닌 상태로 그 정도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너무나도 대단한 혁신일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제 경험 상 그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또 어떤 분은 자율주행 시대를 얘기하면서 본인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보이는 미래가 왜 다른 분들께는 안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너무 당연하게 보는 것도 문제입니다.
누가 스마트폰 시대 이전에 우리의 삶을 정확하게 예측했을까요 하물며 자율주행은 언제 올지, 어떤 형태가 될지는 너무나 변수가 많습니다. 이재웅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자율주행 시대를 얘기하다가 정말 그런 시대가 10년 후 올 것 같냐는 이찬진 대표의 물음엔 어쨌건 몇 년이 되든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거기다 자율주행 시대라고 해서 정말 소유가 종말 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릅니다. 택시비가 지금의 50%이면서 기사를 고용하는 비용이 0%에 수렴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아직 모릅니다.
과학적 태도는 끊임없이 의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가 말해주듯이 의심 없이 너무 강한 신념은 위험합니다. 이런 종류의 신념들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데 쓰이거나 남을 조종하는 데 쓰이기 쉽거든요.
저는 타다 측이 차라리 더 솔직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본인들이 그리는 미래에 택시 업계는 없다고 은연중에 얘기하면서, 너희를 위해 연착륙을 고민하고 손을 내밀고 있다고는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비즈니스라는 게 소비자 만족을 통해 돈 벌려고 하는 거고, 그러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으면 싶습니다. 타다 측에게 그러기 위해서 택시가 절실하게 필요한 건 누구인지 묻고 싶습니다. 선의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비즈니스니만큼 봉사하시려고 하는 것만은 아닐겁니다.
어차피 다들 모빌리티 플랫폼하고 싶은거고 우리나라에서 그 모빌리티의 핵심은 당분간은 택시를 어떻게 플랫폼 안에 넣느냐가 화두 아니었나요? 어쩌면 제가 너무 삐딱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