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이 1/4만 들어간 아메리카노 맛 물 같은 느낌.
간단 평: 주제는 공감 가지만 콘텐츠(고민/고통의 깊이)는 아쉬운 또 하나의 자기 계발서
샷이 1/4만 들어간 아메리카노 맛 물 같은 느낌.
★☆☆☆☆
아래 내용은 순전히 독자로서 제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저는 이 책을 제 돈으로 구매했습니다.
요즘 내 화두는 [직장인]에서 [직업인]으로이다. 나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며 업이 아닌 직장에 종속되어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제목 [발가벗은 힘] 그리고 마케팅 메세지[회사 밖에서도 통하는 진짜 역량]은 굉장히 강력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다. 요즘의 내 화두에 관련된 내용이었기 때문에 책에 끌렸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문했다.
그리고 이는 실수였다..
서점에 가서 조금이라도 책을 들추어볼 걸 그랬다는 생각이 내내 들었다.
마침 같은 시기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책 두 권에 비해 심각하게 만족도가 떨어졌다.
책을 읽으면서 왜 앞의 두 권에 비해 이렇게 아쉬울까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봤다. 가장 큰 이유는 저자 본인의 인생에서 발가벗은 힘이라고 말할만한 콘텐츠에 내가 납득을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사업이건, 인간관계건 그 분야의 대가들에게 잘 하기 위한 방법, 철학을 들으면 대부분이 뻔한 얘기다.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대표가 강조하는 내용들도 보면 따지고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들이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것들을 단순히 머리로 아는 것이랑 본인이 곱씹고 곱씹은 끝에 내뱉은 것이랑 워딩은 똑같더라도 무게감은 전혀 다르다.
발가벗은 힘의 주요 전개 방식은 [① A를 하라 or A가 중요하다. ②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는 B라는 사례가 있다.(리서치, 위인 사례 등) ③ 내 경우도 그랬다.] 를 따른다.
독자로서 내가 기대했던 부분은 3번 부분으로 여기서 나오는 통찰을 기대하고 책을 봤는데 그 부분은 콘텐츠의 깊이가 많이 아쉬웠다. 2번 부분이 나오면서 약간 강의 콘텐츠 같기도 한데,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2번 부분을 파고드는 경영 서적에 비해서는 그 깊이나 오리지널리티가 당연히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미 유명한 사례들을 주로 인용하시기도 했고.)
저자의 경험은 직장 생활을 통해 계열사 C-Level에 올랐고, MBA/코칭 프로그램 이수를 했으며 6개월간 리프레시 휴가를 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꾸준하게 책을 쓰고, 강연을 하며 충분히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자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직장인으로 굉장히 리스펙트 할만한 커리어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래서 막상 야생에서 나오셔서 현실에 부딪히며 얻은 통찰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야생에서 적응하는 수단 중 하나가 이 책을 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생각한 3번 부분이 아쉬운 이유다.
반면 감명 깊게 읽은 "창업가의 일"이나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는 저자가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하며 얻은 밀도 높은 통찰들을 덤덤하게 풀어놓고 있다. 당연히 더 깊을 수밖에 없고 본인의 경험에서 나왔기 때문에 오리지널리티가 뿜어져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세 책 모두 직업인으로서 본인의 업을 발견하고 추구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다만 그 형태가 각각 프리랜서, 창업가, Post 직장인의 형태로 나타났을 뿐. 어차피 다들 원하는 건 비슷한데 방법을 모르겠다면 개론보다는 개인의 밀도 높은 경험담과 통찰을 읽는 편이 더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시험공부할 때 합격 수기 읽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 언급한 혼자 있는 힘, 전문 역량을 기르라, 덕업일치 등의 제목들은 다 공감한다. 하지만 그 내용의 근거가 위에서 언급한 저자의 경험이 계속 반복되어서 책의 밀도가 낮아진 느낌이다. 샷이 1/4잔만 들어간 아메리카노 맛 물 같은 느낌이랄까.
개론 정도로 ssg 읽어볼 만은 하다. 나는 책의 내용보다는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읽어내고 이에 맞는 제목과 주제를 담은 책을 빠르게 낸 저자의 작가로서의 전략이 더 인상적이었다.
PS. 개인적으로 단 기간에 창작물을 쏟아내는 창작자를 신뢰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축적해놨던 것을 단기간에 공개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밀도가 높기 어렵고, 자기 복제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편견이 한층 더 강화되었다.
*물론 예외인 창작가도 있고, 단기간에 영감이 마구 솟구치는 창작가의 "때"도 있긴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