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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eok Kim Mar 13. 2021

정치적인 호오를 떠나 최근 상황을 지켜보며 쓴 대선전망

결국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아이콘이누구냐다

아이돌판은 1명의 코어가 100명, 1,000명의 라이트보다 낫지만
정치판은 1명의 코어나, 1명의 라이트나 같은 1표일 뿐이다.
(민주주의 만세!)

*최대한 드라이하게 표현하기 위해 아래 글에 언급되는 모든 인물에는 님이나 호칭을 별도로 안 붙였습니다.



1. 누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느냐는 결국 어떤 특정한 시대정신, 시대의 욕망에 누가 가장 잘 부합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선거 전략이라는 게 결국 어떤 아젠다를 시대정신으로 세팅할 것이며, 그거에 부합하는 아이콘(다른 말로 하면 아이돌)이 해당 후보임을 마케팅하는 거 아니겠는가


2. 지난 3번의 대선에서 이명박은 "경제와 서민", 박근혜는 "산업화의 유산"(aka 공주님)을 상징했다. 반면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은 “사람이 먼저다”라는 감성적이지만 다소 모호한 포지셔닝을 취했고 결국 당시 정치인 중 가장 강력한 코어 팬덤을 자랑하던 박근혜에게 결국 패했다.


*여담으로 이명박의 핵심 지지층은 (조직에 기반한) 라이트 코어, 박근혜의 지지 기반은 진성 코어였다고 본다. 정치에서 진성 코어를 라이트로 이기기 위해서는 선명한 메시지가 필요한데 2012년 문재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지만 그렇다고 열렬히 지지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했다.


 약 4년의 박근혜 정부의 기간 동안 산업화의 유산에 대한 환상은 서서히 사라져 갔고 비선 실세 사건으로 인해 산업화의 유산은 아예 “적폐”가 되어 버렸다.  

파면 사유는 결국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적폐를 향한 국민 분노의 핵심은 “원칙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정당하지 않은 권력이 국정을 좌우했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문재인 후보는 2017년 대선에서 무너진 원칙과 공정성을 다시 세우고, 국정 농단을 수습할 적임자로 포지션 하여 무난히 당선될 수 있었다.


*당시 문재인 후보의 캐치 프레이즈는 “나라를 나라답게”였다. 반면 안철수 후보의 국민이 이긴다는 12년의 문재인 후보처럼 뾰족함이 없었다. 차라리 미래를 포지셔닝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당시만 해도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이 지금보다 훨씬 더 뜬구름 잡는 소리였으니… 폭넓게 공감을 얻거나 선명성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면 당시 대선은 똑같이 패배했더라도 지금 훨씬 더 유리한 구도에 있었겠지..



3. 문재인 정권의 취임 초기 가장 유명한 말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이다. 이 말은 왜 당시 국민이 문재인에게 투표했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은 정말 대중의 마음을 저격하는 멘트였다.

그리고 다시 4년이 흘렀다. 지난 4년의 세월 간 실질과 상관없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 의도는 공정을 위해서라는 대의명분은 유지되어 왔다. 부동산 정책도, 검찰 개혁도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었으며 이를 반대하는 건 기득권 적폐 세력들의 저항과 발악일 뿐이라는 코어들의 믿음은 굳건하지 않았는가?


이 와중에 LH 사태가 터졌다. 이 사건은 이 정부가 정말로 공정성을 추구하는 가에 대한 진정성의 시험대이다. 야당 의원도 투기 앞에서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돈과 욕망 앞에서 야당 여당이 선명하게 구분되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공정성을 대표하지 않는다. 그들의 핵심 지지 기반은 공정성이 아니다.


LH 건은 치명상인지 경상인지의 문제일 뿐 어쨋건 타격이다.



4. 공정을 기반으로 탄생한 정부의 공정성이 흔들림에 따라 공정에 대한 갈망은 커지고 공정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에게 국민들의 지지세는 몰리기 마련이다. 원래 코어 지지층이 아닌 라이트는 쉽게 피로해진다. 자세히 사안을 들여다보고 판단하기보다는 느낌 가는 대로 간다. 사실 어느 순간부터 추미애와 윤석열이 왜 대립하는지 이유나 히스토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었겠는가? 지엽적인 사실들로 그냥 진흙탕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관심 끊지..


그리고 아이돌판은 1명의 코어가 100명, 1000명의 라이트보다 낫지만 정치판은 1명의 코어나, 1명의 라이트나 같은 1표일 뿐이다. (민주주의 만세!) 라이트가 흔들리면 대선에서 이기기 어렵다.


지금 이 시점에 윤석열에게 지지가 몰리는 건, 그가 공정성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 시대에 가장 공정한 인물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고관여층이 아닌 정치 라이트층에게는 박근혜, 문재인 정권 모두에게 대립각을 세워온 그가 지금까지는 공정함을 대표하는 것처럼 포지셔닝되었다는 것이다. (그게 의도했든 안 했든 말이다)



5. 그렇다면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것인가? 이 정부의 공정성이 치명적으로 흔들릴수록, 공정에 대한 국민들의 갈증이 커질수록 그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알고보니 진짜 명왕...?!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LH 사태가 2016년의 국정농단처럼 정권에 치명적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 같다. 문재인의 코어층은 문재인이 알고 보니 엄청난 악당이고 흑막이었다는 수준의 반전이 있지 않는 한 탈덕하지 않을 것이다. 즉 여당의 부패가 드러나더라도 코어층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코어층이 굳건하면 반전은 언제든 만들어낼 수 있다. (문재인의 코어층과 민주당의 코어층은 좀 다르다. 민주당이 요즘 자꾸 이걸 착각하는 것 같다)


또한 이 이슈 역시 다시 몇 달이 지나고 나면 세상 모든 이슈가 그렇듯 관심이 다소 시들해질 것이다. 이 이슈가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기에는 앞으로 1년 동안 지속되어서 라이트 층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 정도로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이슈는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윤석열은 그냥 단순히 공정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부상했을 뿐 그 어떤 조직력도, 다른 부분에서 무언가를 증명한 것도 없다. 정치권에서의 마타도어를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냥 느낌으로는 반기문처럼 정치적 멧집이 약하지는 않을 것 같다)
 


 6. 무엇보다 지금 LH 사태 때문에 공정에 대한 욕망이 펌핑되어있지만 2021년 현재의 시대적 욕망은 공정은 아닌 것 같다. 지난 10년~20년간 정권 교체가 있었지만 결국 이놈이나 저놈이나 기득권이 해 먹었다는 건 똑같지 않았는가? 사람들이 공정에 대해 기대가 많이 꺾인 느낌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지금 시대의 욕망일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굳이 추론해보자면 “전문성”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이미지가 아주 좋은 까방권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어떤 한 분야에서 레전드로 불릴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또한 원래 사람들 생각이 시대에 따라 지그재그로 흐르듯이 요즘에는 사람들이 정의, 공정을 얘기하기보다는 솔직하게 욕망을 추구하는 게 트렌드인 것 같다. 욕망을 따른다면 확실히 능력 있는 사람을 따르지 않을까?

이런 차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으며 천슬라가 미친 소리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요즘은 무언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이니 미래가 중요한 것 같고 그런 점에서 나이 든 사람은 확실히 불리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이낙연이 훅 꺼진 것도 요즘 몇 번 나이 든 티를 내서 그렇다고 본다.


 결국 정치랑 상관없이 어떤 분야에서 확실히 자수성가한 젊은 사람이 정치에 나선다면 급부상할 것 같다. 그 전문성을 기반으로 폭넓은 정서적 공감대/감정적 동기화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이재명은 그런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요소를 많이 갖추고 있다. 다만 공정, 정의 이런 쪽으로 가려고 하면 안 될 것 같고, 본인의 행정 전문성, 추진력을 주로 내세워야 할 것 같다.


또한 이 점에서 안철수는 안타깝다. 2012년 혹은 2017년 대선에서 그는 미래라는 키워드를 대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당선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그리고 2021년 현재 그는 미래를 대표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소비되었으나 증명한 것은 없다.



7. 이제부터가 대선에 정말 중요한 시점이다. 시대의 욕망에 누가 부합할 것인가? 지금 시대 정치 라이트 층이 컨센서스를 이룰만한 욕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욕망에 솔직한 거는 아이돌판이나 정치판이나 마찬가지다

--

21년 7월 25일 생각

결과의 공정이 아닌 과정의 공정

즉 능력주의가 제대로 발휘되기 위한 환경 조성에 대한 갈망으로 아젠다가 바뀌는 것 같다. 

어쩌면 다음 대선 싸움은 여전히 공정이 키워드일지 모르겠다.

결과의 공정(전체적 복지) vs 과정의 공정(능력주의)의 싸움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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