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need an airbag...
이 노래가 발매되었던 2011년은 나에게는 기억할 만한 한해였다. 내 인생에서 가장 우울했던 시기는 단연 2017년 상반기이지만, 가장 외로웠던 시기는 2011년 하반기이다.
당시의 나는 연애를 하던 시기도 아니었으며, 상반기 인턴 생활 이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통계학과 수업을 들으면서 외롭게 학교를 다니던 시절이었다. 통계학 수업은 너무너무 어렵기만 한데 과제는 너무너무 힘들게 많았다. 그 와중에 수업에는 아는 사람도 없어서 거의 혼자 다니며 중앙광장에서 확률론 문제를 풀면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이었다.
당시 나는 컨설팅 혹은 마케팅 전문가로 진로의 방향은 잡았지만 그 길로 어떻게 가야할지 실마리를 전혀 얻지 못한 상태였었으며, 통계학을 일단 계속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 얕지만 반복되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겨울철 비수기 장사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어떻게든 장학금을 받아야 할텐데하면서 아둥바둥하는 부담감을 안고 일단은 수학 문제를 붙잡고 안아 있어야 했다.
전역한지 약 2년이 지난 그 시기는 많은 동기들이 각자 나름의 길을 정하고 CPA 공부 등 열심히 몰입하거나 경영학과 팀플 및 학회 활동에 매진하던 시기였다. 나 역시도 경영학과 수업을 듣긴 들었으니 오며가며 학교에서 마주치는 동기들이 있었고, 그들과 식사를 함께하기도 했지만 나의 어려움과 고민을 설명하거나 공감받기는 쉽지 않았던 날들이었다. 불투명한 미래에 막막해하는데 같은 길을 걸어가며 마음 편하게 얘기할 친구도 없던 아주 외롭던 시절이었다.
이러한 외로움을 더 비참하게 만들었던 것은 나는 당시 주머니 사정도 넉넉하지 않아서 학관 2층에서 주로 라면이나 분식으로 식사를 떼우고는 했는데, 항상 500원더 비싼 메뉴를 먹을까말까를 고민했었다. 미아 롯데백화점에 가서 몇바퀴를 돌며 5만원 짜리 패딩을 살까말까를 엄청나게 고민하던 시절이며, 청량리/사가정 등으로 구제 옷을 사러 한참 다니던 때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것은 시험 기간에 공부를 하다가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확률론과 회귀분석에 시달리다 막막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신호등 앞에 서있었는데 정말 마음이 춥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시간이 10년이 흘렀다. 그런 외로움과 막막함이 일시에 해소되지는 않았지만 2012년 지금의 와이프와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고, 지망하던 곳 중 컨설팅 업계는 못 가고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하여 다양한 직장에서 분투하며 외로움은 많이 잊고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최근의 일상을 살아가면서 다시 한번 이 노래가 떠오르고는 한다. 요즘 나는 회사에서 상당히 외로움과 막막함을 느끼곤 한다. 수많은 쉽지 않은 아젠다가 눈 앞에 있는데 이 것을 빠르게 다 해낼 수 있을까하는 막막함. 그리고 각자 일하는 이유와 동기, 원하는바가 다 다른 파트원들에게 나의 막막함을 선뜻 나누어주지도 못하면서 그들을 리드해야하는 부담감. 일은 빡세더라도 정서적으로는 편안하게 지내고 싶은데 일얘기를 하다보면 어쩔수 없이 불편해지는 상황들. 어쩌면 내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요즘의 나는 외롭고 막막하다. 정말로 '에어백이 필요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곤한다. 정서적으로 소모되었고 나를 보호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갑옷을 둘러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매몰되고 싶지는 않다. 편안한 사람들을 만나 그냥 온전한 나로써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면서 나에게 위안을 보내기도하고, 업무의 막막함에 너무 많이 걱정하거나 억지로 다 해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말아야 겠다. 업무적으로 욕심이 나더라도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겠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이 시기도 지나갈 것이라고 믿는다. 가장 막막하고 외로웠던 2011년 바로 다음해에 와이프를 만났고, 가장 우울했던 2017년 바로 다음해에 결혼을 했듯이 비가 올때는 끝없이 올 것 같지만 날은 분명 갤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