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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eok Kim Jan 14. 2017

마케팅을 연애로 치환해서 보면

마케팅의 본질은 무엇일까에 대한 나름의 정리

1.

마케팅은 일반적으로 꽤나 모호하게 사용되는 용어다. 보통 우리 주변에서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광고, 행사, SNS 등 특정 행위를 말하거나 아니면 R&D, 생산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마케팅이라고 칭하곤 한다. 또한 마케팅을 실제 가치보다 더욱 부풀리는 행위라고 생각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그로스해킹이라는 이름이 새로운 것이지, 그 사례들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2.

하지만 마케팅의 본질이 정말 그런 곳에 있을까? 나는 마케팅의 핵심은 결국 사람 마음속에 어떤 인식을 담느냐라고 생각한다. 그로스 해킹, 소셜마케팅, CRM 등 매 시대마다 마케팅의 핫이슈들은 지속적으로 바뀌어왔다. 그리고 그 화두들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보통 "이것에 통달해야 진짜 마케터다"라는 메시지를 통해 자신들의 상품(책, 컨텐츠)를 팔아왔다. 하지만 아무리 방법론이 바뀌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방법론은 목표로 가기 위한 수단일뿐이며,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 가끔은 화려한 이름들과 사례 덕분에 본질은 가려지고 기술만이 남는다.


너와 나의 연결고리

3. 

 또한 간혹 마케팅은 단순히 포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특히 내가 몸담았던 생산과 R&D의 입김이 절대적인 제조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만들어진 자동차의 가치를 어떻게 Boost 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만을 마케터에게 요구한다. 하지만 이는 마케터의 역할 중 절반만 인정하는 것이다. 마케터는 회사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동시에 소비자를 관찰하고 욕구를 파악해 이를 회사에 전달해야 한다. 즉 마케터는 단방향의 매개체가 아닌 양방향의 연결고리여야만 한다.



예선을 통과한 다음에 마케팅 활동들이 의미가 있다. 

4. 

 사실 마케팅은 우리 주변에 늘 있다. 연애나 상업 활동이나 어차피 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연애를 시작하기 위한 과정 역시 마케팅 활동 그 자체이다. 누군가에게 고백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그 사람의 마음속 Consideration Set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Yes를 받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Consideration Set 중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기본적 기준인 예선을 통과하고 친밀도를 쌓으면서 자신만의 매력에 대해 이성적/감성적 방법을 통해 어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나의 단점은 최소화하고 장점을 부각하는 메이크업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예선을 아예 통과하지 못한다면? 그건 자신이라는 상품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이므로 상품 자체를 어느 방향으로 개선할지를 빨리 결정하고 시행하거나 아예 타겟 고객을 바꿔야 한다. 취직 역시 비슷하다. 연애보다 경쟁해야 하는 후보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만 다를 뿐 결과적으로 나 자신을 다른 경쟁자와 차별화하고 그 차별화가 회사 입장에서 가장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맥락이 같다. 연애나 취직에 있어서 이러한 차별화를 위한 방법론이 가지각색이고, 시대에 따라 트렌드도 바뀐다. 하지만 취직과 연애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러한 방법론은 부수적일 뿐 본질이 될 수 없으며, 스스로에게 가장 맞는 방법은 결국 스스로 발견해내야 한다.


승민이는 상품은 훌륭한데 너무 타겟을 이해하지 못해서 문제였죠.. 
정말 좋은 상품의 경우 고객이 먼저 온다.

5.

 연애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 보면 누군가는 아주 쉽게 연애를 시작하는 반면, 누군가에게는 그 한 번의 시작이 너무나도 어렵고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마케팅에서 상품의 한계와 마케팅 역량, 자원의 부족으로 치환이 가능하다. 상품이 애초에 훌륭하다면, 예를 들자면 외모도 호감형이고 집도 잘살고 피부도 깨끗한 사람의 경우 별다른 마케팅 없이도 쉽게 연애를 시작할 수 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이성들이 몰려들어서 문제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을 이성에게 더욱 효과적으로 마케팅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반대로 애초에 상품이 팔기에 조금 곤란한 경우 그 와중에 자신만의 매력을 발견해내고 그걸 강조할 수 있는 마법에 가까운 마케팅 역량이 필요하거나, 니치 영역을 공략할 수 있는 상품성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개그감 혹은 매력적인 잔근육 등) 하지만 이는 결코 쉬운 얘기가 아니다. 또한 대부분 이럴 경우 애초에 자신의 매력이 통하는 상대가 아닌 쪽에 목매달다가 자신감만 잃는 악순환의 확률이 높다. (그래서 마케팅에서는 타겟팅이 중요하다. 애초에 자기 상품과 결이 맞는 소비자를 공략해야 한다.) 결국 우리 주변에서 연애를 잘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상품)에 대해서도 잘 알고, 내 매력이 통하는 상대(타겟 고객)에 대해서도 잘 아는 사람이다.


직구가 오승환급이라면 사실 엔간한 수준에서는 투피치로도 충분하다.

6.

 어쩌면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다양한 마케팅 방법론은 연애를 가르쳐 주는 책에 나오는 얘기와 비슷하게 들릴 수 있다. 연애 심리학 등의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사실 연애를 책으로 배우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될뿐더러 거기서 제시하는 방법론들 대부분은 애초에 나라는 상품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법론들은 어쨌건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여러 가지 예제들이라는 점에서 분명 가치는 있다. 다만 예제는 예제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여러 가지 기술을 많이 알고 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는 건 조금 더 다양한 상황에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의미이므로 마케터는 어쨌건 여러 스킬들에 통달해야 한다. 기술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일 뿐이다.  어설픈 포피치 투수보다는 강력한 직구를 지닌 투피치 투수가 나으므로 여러 가지 방법론 자체를 알려고 하는 것보다는 한 두 가지라도 자기 자신에게 최적화 된 것을 가지고 있는게 낫다.


폭격을 엉뚱한 곳에 아무리 해봤자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7.

 연애에 있어서 밀당과 같은 방법론의 목적은 결국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방법론에 집착하게 되면 그것을 놓치게 되고, 마음을 얻더라도 금방 떠나보내게 된다. 결국 마케팅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고객의 마음을 얻는 것이고, 그 마음을 얻고 유지하기 위한 고민의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론을 고려해야 한다. 결국 광고도, 프로모션도 마케팅하고자 하는 핵심 메세지를 실체를 통해 쉽게 전달하기 위함이지 단순히 돈써서 멋있는 걸 하는 행위는 아니다. 광고나 프로모션이 핵심 메세지와 관련도가 적을수록 비용-효율성은 급격히 떨어지고 애초에 메세지가 잘못됐을 경우 0에 수렴한다. 연애에 있어 프러포즈나 선물 역시도 내 진심, 내 매력과 맥락이 맞아야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연애를 게임으로 보면 오래 이어지지 못하듯 사람은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실체와 진심 없이 거짓된 것으로 어필하는 것은 금방 들통난다. 때문에 모든 마케팅 활동은 내가 가진 상품의 결과 맞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마케팅은 단순히 잔기술이 아니라 기업 활동에 있어서 근원적인 무언가다. 


 때문에 마케터가 가장 행복할 때는 내가 사랑하는 제품을 내가 생각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했을 때, 그것을 소비자가 받아들여서 소비자도 내 제품을 사랑하게 되었 때가 아닐까? 마치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중 하나가 그녀가 Yes라고 말했던 4년 6개월 전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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