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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eok Kim Jan 17. 2017

스타트업의 기록

성공인지 실패인지 아직은 모를 기록들

#1

 어쩌면 나는 지금 아주 비싼 값을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변 친구들은 하나둘씩 결혼하고, 직장에서도 대리 달면서 비로소 직업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즐기고 있는데, 나는 인생에서 가장 불안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보내는 이 시간들이 헛되지 않다고 믿는 것은, 인생에서 금전적으로는 마이너스더라도 개인의 성장으로 봤을 때는 플러스인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나의 회사 생활은 괜찮은 네임벨류의 회사, 괜찮은 연봉, 그리고 꽤 좋은 사람들로 이루어진 나름 만족할 만한 안정된 생활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마음은 꽤 컸다. 내가 되고자 하는 방향으로 무엇을 배우고 성장한다는 느낌이 사라졌을 때, 어느새 안주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볼 때 나는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만둘 때 딱히 엄청난 묘안이 있어서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경영학은 어디까지나 학문이며, 실전과는 엄연히 거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경영학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내용은 자본과 조직이 있다는 가정하에서 의미있는 내용들이 많고, 그 자본과 조직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대해서는 그다지 얘기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성장하기 좋다는 스타트업을 조인해야하나 고민했다. 거기서 시작에 대해 배우고 공부하면 좀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러던 중 내가 몸담고 있는 자동차 업계에 대해서 풀고 싶은 문제가 생겨서, 그것을 직접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내가 스타트업이라는 바다에 뛰어들게 된 계기였다.


#2

 사실 몇 개월은 배워야할 것들을 배워야해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나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으며 내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가 무엇인지조차 명확한 그림이 없었으며, 투자라는 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 개발을 위해서는 어떤 것을 고려해야하는 지 등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내 경력의 대부분은 마케팅에 대한 것이라 마케팅은 자신있었지만 IT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의 준비는 영 되어 있지 않았다.


 우선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자체 마케팅 채널 육성을 위해 카레시피라는 포스트를 만들고 자동차 관련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곳에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글 뿐만 아니라 만들고자 하는 서비스의 핵심 니즈인 구매와 관련된 도움을 주는 포스트를 위주로 그동안 알고 있었던 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다행히 성과가 나와서 약 6개월 만에 조회수 400만을 넘기는 등 꾸준히 성장을 했다.


 그와 동시에 사업과 관련된 각종 강연회를 찾아다녔다. 고벤처 포럼 뿐만 아니라 투자, 사업 계획서와 관련된 강연 등 내가 모르는 분야는 너무나 많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세상에는 그런 것들에 대해 힌트를 주는 여러 무료 강의가 존재하고 있었다.


 또한 서비스 개발 능력이 없는 둘이 시작했으므로 외주를 검토했었다. 회사 다닐 때 수없이 줘봤던 외주이지만 대기업의 넉넉한 자원과 타이틀 없이 빈약한 자본으로는 외주도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우리는 IT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부족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게 앱인지, 웹인지를 결정하려면 뭐라도 알아야 하는데 그런 것에 대한 이해도도 부족했고, 개발자와 얘기하고 컨트롤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개발자에게 어떤 인풋을 넣어야하는지 지식이 없으니 리스크를 예측하거나 해지할 능력도 없었다. 대기업에서야 높은 비용을 이용해 기획자도 고용하고, 애초에 여러번의 수정을 고려한 견적을 받는데다가 피치못할 사정일 경우 추가 품의를 통해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우리는 간신히 프로토 타입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예산만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뒤는 보이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자세하게 쓸 것이지만 우리가 뭐가 부족한지를 깨닫고 공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꽤 컸다. 하지만 그 덕분에 개발자를 만났을 때 제대로 된 얘기를 할 수 있었다.


 #3

투자에 대한 지식도 없이, 외주를 하기 위해서 또 투자가 잘 될거라고 생각해서 법인부터 덜컥 만들었다. 사실 지나고 보면 그것은 실책이기는 했다. 서비스를 우선 만들고, 그게 잘되는 걸 본 다음에 투자 단계에서 법인을 만들어도 늦지 않는데, 얘기가 나오는 투자 딜에 대해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해서 법인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만들면서 돈도 들어갔지만 어쨌건 "기업"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리 현재 내가 지분을 다 가지고 있어도 법인은 개인과 다른 인격체이며, 투자 라운드에 대해 심도있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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