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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 K-POP의 새로운 모델

의도하지 않았어도, 어쩌면 K-POP의 새로운 모델이 될지 모릅니다.

by JinSeok Kim


K‑Pop Demon Hunters(케데헌)가 엄청난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도 진작에 봤지만, 이제서야 다소 늦게 작품을 보고 느낀 제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2018년 빌리프랩이 처음 시작될 당시 대표님이 저한테 얘기한 비전은 “K‑POP의 장르화”였습니다.

사실 당시에 저는 이 말이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저는 POP을 음악 장르라기보다 시장 구분에 가까운 개념이라고 보기 때문에, K‑POP의 장르화라는 표현이 어딘가 모호하게 들렸거든요.


그런데 케데헌을 보고 나서는, 어쩌면 이건 IP 기반 종합 엔터테인먼트로서의 K-POP의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K-POP의 산업 논리와 취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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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산업의 핵심은 “만들어지는 시스템”입니다. 전통적인 POP 시장에서 아티스트는 발견되는 것이었다면 K-POP에서 아티스트는 육성되는 존재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재능을 갈고 닦은 아티스트를 기반으로 최고의 스탭들이 모여 음악·퍼포먼스·스타일링·팬 플랫폼·커머스를 총체적으로 만들어내는 종합 시스템이 핵심이죠. 이런 구조 아래에서 아티스트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교적 제한적입니다. 사실 어떤 경우에는 꼭 해당 멤버가 아니더라도 종합적인 결과물은 비슷했을 수도 있고, 반대로 똑같은 멤버 구성이더라도 다른 회사에서 기획했다면 전혀 다른 결과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팬들의 몰입 대상은 아티스트입니다. 아티스트가 성장하면서 자아와 시스템의 충돌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아티스트의 스캔들, 문신, 과거 논란 등은 구조적인 취약점이 됩니다.

따라서 K-POP의 역사에서는 항상 이를 줄이려는 시도가 있어왔습니다.

SM의 NCT도, 2010년대 중반 유행했던 세계관 놀이도 팀 브랜드를 강조하며 멤버 의존도를 낮추려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효과에서는 제한적이었습니다.


✅ 케데헌이 기존의 시도와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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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케데헌의 헌트릭스는 분명 K-POP의 유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가상 IP 기반 아티스트로서 과거의 그 어떤 사례들과도 다릅니다.


1)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스는 90% 이상이 가상 세계로 구성된 캐릭터 그룹입니다. 기존의 K-POP의 중심 흐름에서 가상 세계는 보조적 수단이었을 뿐 이러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2) 팬들의 몰입에는 아티스트의 서사가 매우 중요한데 넷플릭스를 통한 역대급 글로벌 흥행으로 그들의 서사가 이미 글로벌로 공감대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서사 컨트롤이 제작사에게 완벽히 있습니다.

3) 헌트릭스의 음악적 성공도 역대급입니다. 사운드트랙은 Billboard Hot 100에 톱10 곡을 4곡 동시에 진입했고 GOLDEN은 스트리밍 1위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헌트릭스가 K-POP 아티스트라고 생각해보면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역대급 데뷔입니다.



✅ 케데헌2가 아닌 헌트릭스의 K-POP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이 필요


따라서 저는 소니픽쳐스가 지금 급하게 케데헌2를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헌트릭스를 현실 세계에서 K-POP 아티스트처럼 활동시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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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컨의 지속적인 업로드, 멤버간 관계성 강화, 챌린지 전개, 팝업 스토어, 굿즈 판매, 공식 굿즈/콜라보레이션, AI 기반 가상 인터뷰, 버츄얼 라이브 형식 이벤트 등 K-POP 아티스트의 상업화 공식을 따라가면서 IP 기반 팬덤을 현실 팬덤으로 연결해 팬들의 몰입도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일본과 한국에서 다양한 버튜버 아이돌이 팬덤과 수익성을 검증한 바 있습니다.)


팬들의 몰입도가 극대화되면 케데헌2를 통해 더욱 더 강렬한 폭발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며, 케데헌2를 통해 다시 새로운 그룹을 데뷔시킬 수도 있을 것입니다.


✅ 결론: K-POP의 새로운 모델의 시작


냉정한 산업의 논리로 조금 더 확장해보면,

이들은 현실의 K-POP 아티스트와 다르게 지치지 않으며 스탭들(=자본)을 많이 투입하기만 한다면 활동을 글로벌로 사실상 제한 없이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 IP를 확보하기 위해 들어간 애니메이션 제작비는 이미 넷플릭스를 통해 회수한데다가 멤버들 간의 관계성과 재계약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어, IP의 수명이 매우 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활동은 일반적인 K-POP 아티스트보다 더 수익성이 좋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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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도가 성공한다면 K-POP은 더 이상 국적이나 현실세계의 인물과 무관하게, K-POP을 소재로한 ‘글로벌 IP 기반 가상 아티스트’라는 새로운 장르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K-POP의 진정한 장르화이고 당시 대표님이 바라보셨던 비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K-POP의 핵심 기획사들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빠르게 자본과 역량을 투입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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