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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고은 변호사 Apr 01. 2022

성착취물 유포 협박을 받고 있다면?

성범죄 피해자, 그들이 당당한 세상을 바라며

인터넷의 성장과 발전은 새로운 문명의 빛을 가져다주었다. 클릭 한 번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고, 학교에 가지 않아도 수업을 들을 수 있으며, 꼭 알고 싶다면 지구의 크기와 연령도 쉽게 알 수 있다. 독자가 지금 이 칼럼을 읽는 것도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렬한 빛은 짙은 그림자를 가져오듯, 인터넷은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댓글 테러와 같은 수많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오늘은 이처럼 인터넷이 야기한 문제 중 하나로 인간의 가장 추악한 욕망을 여실히 드러낸 디지털 성범죄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래는 실제로 빈번히 일어나는 디지털 성범죄의 한 사례이다.


연인 사이인 성인 A와 B는 동의 하에 서로의 신체를 노출하며 영상통화를 하였다. A는 B의 허락 없이 영상통화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하였다. A와 B는 헤어졌는데, A는 B에게 자위하는 동영상을 찍어 보내지 않으면 위 영상통화 파일을 인터넷에 올리겠다고 협박하였다. B는 이 요구를 무시하였고 A는 위 영상 파일을 인터넷에 올렸다. A는 과연 어떠한 처벌을 받을까?




디지털 성범죄의 종류


디지털 성범죄란 일반적으로 성착취물 등을 제작하거나 유포하거나, 이를 이용하여 협박 또는 강요하는 등 성착취물과 관련된 범죄를 말한다. 이러한 범죄는 과거에도 상당히 많이 존재하였으나 큰 관심은 받지 않고 있다가, 소위 'n번방 사건' 이후 국민의 공분과 함께 국가적 차원의 사회 문제로 부각되었다. 이로 인해 다소 늦었지만 다양한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하여 형사처벌 규정이 생기면서 가해자를 처벌 할 수 있게 되었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다양한 기관과 시스템이 마련되고 있다.


성착취물 등에는 ①만 19세 미만인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화상이나 영상(아동청소년성착취물)과 ②성적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신체 부위를 허락 없이 촬영한 촬영물(카메라등이용촬영물)이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이러한 성착취물 등을 제작하는 행위, 유포하는 행위 및 소유하는 행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대해 살펴보자. 성착취물의 제작⋅수출⋅수입이 처벌되는데, 이 중 제작이란 성착취물을 만드는 것과 관련된 일련의 행위를 말한다. 금전을 지급한 사람, 어떤 방식으로 행동하라고 지시한 사람, 촬영을 한 사람 등은 모두 제작죄의 공범이 된다. 법원은 피해자가 금전을 지급받기로 하고 성착취물을 만드는 것에 동의하여 직접 촬영까지 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성착취물을 제작하라고 지시하며 금전을 지급하기로 한 사람은 제작죄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유포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성착취물을 배포⋅제공⋅광고⋅소개⋅전시⋅상영하면 처벌된다. 소유하는 행위와 관련하여서는 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소지하는 것은 물론 단 1회 시청하기만 해도 처벌된다. 


한편 법원이 애니메이션도 표현물로서 성착취물에 해당한다고 한 적이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태도에 따르면 글이나 그림이라 해도 미성년자의 성행위를 묘사하는 표현물이 컴퓨터 화면에 화상으로 나타나게 되면 성착취물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카메라등이용촬영물에 대해 살펴보자. 제작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실제 사람을 촬영하는 것은 물론, 이미 존재하는 음란물에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합성하는 허위 영상물(소위 '딥페이크 포르노')을 제작하는 행위 또한 처벌된다. 유포하는 행위와 관련하여 촬영물 또는 허위 영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전시⋅상영하면 처벌된다. 촬영 대상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촬영죄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만약 상대방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반포 등을 하였다면 이 역시 처벌된다. 소유하는 행위와 관련하여서는 촬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하는 행위는 모두 처벌된다. 나아가 촬영물을 이용하여 해악을 고지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도록 강요하면 형법상 협박죄나 강요죄보다 가중처벌된다. 


위 사례로 돌아가 보자. A는 B의 허락 없이 영상통화 파일을 다운로드받았는데, B의 신체를 촬영한 것은 아니므로 촬영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촬영죄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는데 '사람의 신체'는 신체 자체만 해당하고, 영상통화나 화상채팅 또는 동영상 파일 등을 재생하면서 화면에 나온 사람의 신체 이미지는 사람의 신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협박을 하였으므로 형법보다 가중된 협박죄로 처벌된다. 나아가 이를 인터넷에 올렸으므로 반포죄로도 처벌된다.


성착취물 등으로 협박당하고 있다면 해야 할 조치들


그렇다면 A에게 협박을 당했을 때, B가 취했어야 할 조치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경찰에 즉시 신고하여 A가 인터넷에 영상을 올리지 못하도록 막았어야 한다. 경찰 수사가 개시되었음에도 인터넷에 영상을 올리는 행위를 하는 간 큰 범죄자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고소하는 것으로도 영상물이 확산하는 것을 막을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수치심이든, 공포심이든 피해자가 참고 기다리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못하다. 요구를 들어주는 것은 더더욱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작은 요구 하나를 들어주면 더욱 크고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범죄자들의 습성이다. n번방 사건의 범죄자들도 처음에는 피해자들에게 작은 요구를 하였고, 이를 받아들인 피해자들에게 점차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잔혹한 행위를 하였다.


이미 성착취물이 유포된 후에는 경찰에 신고하는 것만으로는 피해를 막기 어렵다. 경찰은 수사하는 기관이지 성착취물의 유포를 막는 업무를 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성착취물의 유포를 막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영상 삭제 요청을 하여야 한다. 영상삭제 요청을 하기 위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본인인증을 한 후 디지털 성범죄 정보의 URL 및 해당 페이지 상의 구체적인 위치, 해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자료(게시물 제목, 댓글, 팝업, 프로필 정보 등)를 기재하여 신고하여야 한다. 신고가 이루어지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4시간 이내 심의를 하여 성착취물의 삭제, 성착취물이 있는 사이트의 접속 차단 등을 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게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가 있다. 피해자는 피해자지원센터 홈페이지의 온라인 게시판이나 전화로 상담 신청을 할 수 있는데, 피해자지원센터는 상담과 함께 성착취물의 삭제 지원을 진행하고, 성착취물이 추가로 유통되는지에 대하여 사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에 대해 수사지원, 법률지원, 의료지원을 연계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세 기관은 관계기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지만, 아직은 원활한 협조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성착취물이 유포되었다면 피해자는 세 기관 모두에 즉시 신고하여 경찰은 수사를 시작하도록,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성착취물의 추가 유포 방지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종합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처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디지털 성범죄의 종류와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후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피해자는 피해를 입은 것이지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니다. 




이 칼럼이 성범죄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신고하는데 필요한 용기를 심어주고, 나아가 자신들에게 주어진 법적 권리를 통해 피해 회복을 하는데 '힘'이 되길 바란다.



*본 게시글은 필자가 2021. 5. 25. 로톡뉴스 칼럼에 게시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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