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맥주에 레몬즙을 섞어서 마셔본 적 있나요?
Have you tried dark beer(Dunkelbier) + lemon juice?
It’s fantastic!!!
오늘이 불금이란다. 언제 또 한 주가 지나갔대?
어제부터 봄기운이 살짝 감돌고 있다. 드디어 겨울 코트는 벗어던졌다. 옆집 마당엔 개나리 꽃이 피기 시작했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꽃봉오리만 있을 땐 개나리일까 산수유일까 궁금했었는데 꽃을 보니 개나리 같다.
독일에서 봄을 7번 맞이했지만 한 번도 언제부터 봄이 온 건지 짐작할 수가 없다. 봄인가 싶으면 5월에도 폭설이 내렸다. 작년엔 5월까지 눈이 왔으니 올해도 겨울이 길겠다 싶으면 봄이 일찍 찾아왔다. 올해 봄은 또 다르다. 올 겨울에는 눈도 별로 오지 않았고 비도 안 왔다. 햇살은 강해서 봄 같은데 기온은 겨울처럼 추웠다.
오늘까지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는데 불금이란 소리에 갑자기 집중 되질 않는다. 맥주 마시면 안 되는데 화창한 날씨를 보니 그 유혹을 뿌리치기도 무척 힘들다. 이상하게 난 독일 맥주를 마시면 졸음이 쏟아진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흑맥주 한 병이 보였다. 예전에 나의 독일인 물리치료사가 흑맥주에 레몬즙을 섞어 마시면 아주 맛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여기선 물리치료를 받을 때 마사지를 해준다. 난 마사지받으면서 조용히 잤으면 좋겠는데, 물리치료사가 그렇게 말을 많이 시켰다.
하루는 독일 맥주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처음 독일 왔을 땐 흑맥주(Dunkelbier)만 마셨다가 그다음엔 밀맥주(Weissbier)만 마셨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이 두 맥주는 달고 배불러서 요즘은 배고플 때만 마신다고 했다.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땐 라거(Helles)를 마신다고 했다.
레몬이나 라임 맛이 나는 라들러(Radler)는 달아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흑맥주에 레몬즙을 떨어뜨려서 마시면 정말 맛있다고 꼭 마셔보라고 했었다.
흑맥주에 레몬즙이라니 과연 맛있을까? 신선한 레몬은 없어서 레몬 원액을 흑맥주에 섞었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만들어서 맛을 봤다.
우와~~~ 가볍고 달지 않은 이 맛!!
정말 딱 내가 원하는 맛이었다. 흑맥주의 무거운 맛도 없어졌고 레몬즙 덕분에 청량감이 있으면서 라들러처럼 달지도 않았다.
게다가 독일 오자마자 갔었던 벼룩시장에서 산 독일 전통 맥주잔을 장식으로 진열만 해뒀다가 처음으로 개시를 했다. 도자기로 되어 있어서 그런지 맥주의 시원함이 오래 지속하는 거 같았다.
오~~ 이것 또한 새로운 발견이다. 앞으론 이 전통 맥주잔을 애용할 거 같다.
날씨가 좀 더 포근해서 정원에서 햇살 쬐며 마신다면 금상첨화였을 테지만, 오늘처럼 화창한 날 낮술로 딱 맞다.
독일이 심심한 나라라고 하지만 난 자연의 미세한 변화와 새로운 맥주 맛에 즐거움을 찾는다. 그리고 나만의 불금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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