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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트루 Mar 14. 2021

느닷없이 찾아온 둘째 그리고 입덧

인생은 계획대로되지 않아더 즐거운 법

모든 걸 내려놓았다.

내려놓고 나니 글을 쓸 용기가 생긴다. 


예고 없이 찾아온 생명의 무게


그날은 조금 쌀쌀하지만 햇빛이 찬란하게 쏟아지는 날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언니를 만나 점심을 먹기로 해서 나름 마음이 분주했다. 


오뚜기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방문했고 10여분 웨이팅 후에 라면과 카레를 주문해 먹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잘 들어가지 않았다. 몸은 나른했고 별일 한 것도 없이 피곤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커피빈에서 바닐라라테를 시킨 후 자리에 앉았는데 졸음이 쏟아졌다.

몸이 좀 부었다 생각했고 운동부족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졌다 이야기했다.

필라테스를 등록할 예정이라며 언니에게 이것저것 묻는데 언니가 이야기 중간에 내게 말했다.


"너 지금 조는 거야?" ㅋㅋㅋㅋ


불현듯 내 마지막 생리 예정일이 언제였더라. 

급하게 달력 앱을 꺼내 확인해보는데 그 순간 잘못 계산해서 오늘내일이 예정일이겠거니

다시 덮어두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 앞에 앉아 네이버 캘린더로 다시 찬찬히 계산했는데.. 캘린더 대로라면

임신이 맞다... 


가벼운 충격에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약국에 가서 테스트기를 구매했다. 

저 날짜대로라면 5주 이상일 테니 테스트는 굳이 오전에 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역시나, 테스트기는 정확하더라지. 

단호박 빨간 강렬한 두줄이 내 눈앞에 딱! 

이로써 둘째를 확인한 순간이었다. 


왜 몰랐을까 나는 


첫째는 나름 계획 임신이었기 때문일까. 

올해 준비해서 내년쯤 낳자며 입버릇처럼 신랑과 이야기를 했었다. 

그래서 정말 꿈에도 생각도 못했다.


그다음 날 바로 산부인과로 직행, 

초음파로 확인해보니 난황과 아기집이 예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어쩌면 좋아. 또다시 생명이 찾아들다니. 


그리고 정말 너무나 신기하게도 임신 사실을 확인할 그날부터 지독한 입덧이 시작되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 첫째도 제왕이니 둘째도 선택제 왕인가. 으.. 제왕절개 무섭다 정말

- 첫째 육아도 쉽지 않은데 둘째까지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 벌써부터 속이 메스껍다. 

- 내가 과연 두 아이의 엄마가 될 자격이 있을까?


등등등

쏟아지는 생각들로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들은 바로 입덧으로 이어진 것 같다.

심리적인 요인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 


왜 나의 입덧은 이렇게도 지독한 걸까 


많은 엄마들의 공통된 의견

출산보다 입덧이 더 싫다는 그 말. 


온 세상의 모든 냄새가 내 콧구멍만 공격해 오는 것만 같았다. 

냉장고를 열 수도 요리를 할 수 도 없는.

밥은 입에도 못 대겠고 

고기는 생각만 해도 울렁거린다. 


내 주된 입덧은 냄새덧과 체덧 토덧 


서른 후반의 나이에 자연임신인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또다시 찾아온 입덧은 예나 지금이나 정말 쉽지 않다. 


그리고 찾아든 꼬리에 꼬리를 문 부정적인 생각들. 

앞으로 들이닥칠? 애 둘맘의 미래랄까. 

계획했던 모든 일들이 올 스탑이 되어 버렸기에 더욱 좌절감과 절망감이 심각했다. 



아침에 일어나기도 쉽지 않고 밤에 깊이 잠도 들지 못하고 

조금만 잘 못 먹으면 토하고 속은 쓰리고..


결국 산부인과에 다시 방문해 입덧 약 디클렉틴 처방을 받았고 

그날그날 겨우겨우 먹히는 것들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현재 진행형은 입덧이지만 극복해야지 


지독한 입덧으로 하루하루 겨우 생을 이어가는 것만 같은 내가 다시 정신을 차리게 된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신랑의 깊은 사랑과 헌신 그리고 배려 덕분이다. 


집안일은 물론 모든 것을 올 스탑 한채 침대 밖으로 도무지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못하는 나에게 신랑은

첫째 등원부터 밥 먹이고 씻기고 돌보는 모든 일을 정말 묵묵히 감당해 주고 있다. 

그리고 성경을 다시 묵상하며 좋은 생각들을 내 머릿속에 밀어 넣는 중이다. 


이럴 때 가장 도움이 되는 성경 구절 하나. 


예레미야 29장 [개역개정]
11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는데 이만한 성경구절이 또 없다.

마음속에 되새기면서 다시 마인드 세팅하는 중...


무엇보다 인생을 다큐로 살고 싶지 않다.

예능으로 희극으로 살아야지 ^^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얽매이는 삶이 아니라.

나 스스로 기뻐할 수 있는 삶


입덧의 지옥 가운데서도 소소한 행복을 온몸으로 누리며 꼭 극복해내고 말 거다. 


둘째야 :) 반가워! 

올 10월까지 잘 부탁해 

건강하게 잘 만나자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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