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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트루 Dec 08. 2018

3. 욕망과 미니멀리즘 그 사이

워너비를 마주하는 자세

드라마 미스티의 <고혜란룩> 워너비 그자체의 모습이다.

금은 느리고 여유 있게 ,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세상의 그 빠른 속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점점 도태되는 건 아닌가 슬픈 생각이 든다.


나누고 교감하고 경험하며 내달려온 시간들이 괜스레 무색해져 가는 것만 같다.


마감에 허덕이고 미팅에 나가

로봇처럼 스마일을 남발하며

맘에도 없는 칭찬을 내뱉고

내 안의 깊은 속에 에너지를 닥닥 긁어내며

발산하던 그런 하루들이 많았다.


후회는 하지 않는데

더 이상 그렇게는 살고 싶진 않다.


곧 만날 나의 2세를 위해서도

조금은 넉넉하고 여유롭게

햇빛이 얼마나 따사로운지,

우유는 파스퇴르 우유가 맛있으며

책을 따라 눈동자를 굴리는 것,

그리고 그 내용을 머리에 심고 상상 속 미래를 맘 껏 탐험하는 시간들이 왜 꼭 성공지향적이어야만 하는가 싶다가도


인상 깊게 본 드라마 <미스티>의 고혜란, 김남주를 보면 해먹처럼 축 늘어진 내 몸이, 중력의 영향으로 생기를 잃어버린 피부가, 무얼 입을지 몰라 고민하는 엉망진창 내 옷장이 보인다.


그렇게 현실 속에서 그래도 나 자신이 좀 더 멋진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납득해 내기 위해 수많은 변명 거리들과 위안거리를 찾고 있는 것일 수도..


성공하고 싶고 각 잡힌 재킷에 칼주름 바지와 힐을 신고 그렇게 누군가에게 지시를 하며 부리? 고 싶은 마음이랄까. 커리어우먼이라 불리며 "너 참 멋있다 " "완전 커리어우먼이네요"라는 이야기를

그런 칭찬을 듣고 싶은 마음.

칭찬에 중독되어 버린 비뚤어진 마음.

어쩌면 그런 못난 마음들이 내 안에 굵게 똬리를 트고 있을 수도...


그저 지나고 보면 다 쓸데없고 부질없는 이야기들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왜 나는 또 성공한 여성상을 지향하는 것일까.


미스티 속 김남주의 삶이

내게 대리 만족을 가져다주는지도 모르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그녀의 완벽한 패션센스와귀걸이, 가방, 구두까지 TPO도 맞는데

멋있다는 사실.


이번 생애에는 그른 것 같다.

어쩌면 나는 드라마 속 김남주처럼 될 수 없기에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지도..


가질 수 없다면 가치는 있어 보이게

소유는 하지 못하지만

그 무소유가 가난에서 온 것이 아니라

나의 멋진 가치관 때문임을..

그렇게 미니멀리즘과 자연친화를 추구하며

내 깊은 속에 욕망 덩어리들을

묻어두고 있는 것 같다.


욕망이라는 싹이

내 마음속 토양에 불쑥 튀어나올 때마다

미니멀리즘이라는 흙으로 덮고 또 덮는 지도...


소유하고 싶은 욕망과

비워내야만 하는 미니멀리즘 그 사이 어디쯤에

표류한 것만 같은 기분.


###


*미스티를 즐겨보던 당시 쓴 글.


미스티에 한참 빠져 지낼때는 주인공 김남주의 모든것이 부러울 수 없더라는 :)

그러나 지금은 미니멀리즘에 가까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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