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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트루 May 25. 2018

06. 취미가 돈이 되는 마법?

클래스를 통한 배움의 연속. 

[클래스를 열기 까지] 

1월 : 퇴사학교 수강 및 졸업 (1개월 단기과정)
2월 : 밀크티 베이스 아이템 선정 및 관련 시장조사.
3월 : 클래스 커리큘럼 작성 및  <프립> 앱을 통한 클래스 호스트 신청
4월:  3일, 대망의 첫 클래스 오픈



과연 후기 하나 없이 사람이 모일까?



첫 수업은 2주 뒤인 4월 3일 화요일.

평일 저녁시간이기도 하고 또 후기 하나 없는 클래스를 누가 신청해서 들으려나  싶었다. 그러나 오픈이 무섭게 빠른 속도로 클래스에 사람이 차기 시작했다. 한 사람씩 신청 인원이 늘어나는 게 신기해  틈 날 때마다 프립 앱에 접속해 접수 현황을 확인을  했었다.  단 몇 명만 돼도 가쁨으로 클래스를 진행하자 생각했었기에 후기하나 없는 신규 클래스임에도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수업을 선택해준 이들이 너무나 고마웠다.



첫 클래스의 설렘

아직도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대원 (프립에서는 그렇게 부른다)들을 맞이하기 위해 3시간 전부터 테이블을 전부 세팅하여 놓고 마치 이미 대원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사람처럼 몇 번이고 홀로 수업을 진행했었다. 수업을 선택해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내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YE가 선물해준 캐스 키드슨 앞치마를 2시간 전부터 입고서는 혹시나 덜 체크된 부분이 없는지 계속 살폈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은 없는지 주변 환경을 꼼꼼히 살피는 것부터 수업에 쓸 재료들 중 혹시나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노트에 적어가며 체크했다.


밀크티 베이스를 만들때 질 좋은 홍찻잎은 필수적이다.


시간이 점점 다가올수록 머릿속에는 여러 시나리오들이 날개를 폈다. 혹시 모를 위기 상황의  여러 경 우의 수를 그려보며 '이럴 땐 이렇게 대처해야지' 라며 마음을 다잡았던 것 같다. 수업 시간 10분 전부터 사람들이 벨을 누르기 시작했다. 일 때문에 앞에 서서 진행을 해 본적이 많았음에도 왜 이렇게 긴장이 되고 떨리던지...


평일 밤, 저녁도 먹지 않은 채 이곳으로 부리나케 와줬을 이들을 위해 밀크티 베이스 만들 때 쓰이는 홍차 잎으로 따뜻한 차 한잔을 먼저 권유했다. 그리고 차분히 홍차와 밀크티의 역사를 짚고 난 후 밀크티 베이스를 만드는 황금비율에 대해 설명했다.  

시중에 우리가 만나볼 수 있는 밀크티는 맛이 전부 제각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찻잎으로  얼마나 우려낼지 설탕을 얼마나 넣을지 여러 요소들이 밀크티의 맛을 바꾸기 때문이다. 여느 다른 음료들처럼 맛이 규정되지 않아 내 입맛에 맞는 밀크티를 마시려면 발품을 파는 것이 필요하거나 내가 직접 밀크티를 만들어 마시거나.. 밀크티에 관한 여러 내 생각을 풀어놓으며 적당한 긴장과 여러 다양한 대화가 오고 갔던 시간들.

<4월3일 대망의 첫번째 밀크티 클래스>

대망의 첫 밀크티 클래스는 다행히 무사히 사고? 없이 끝이 났다. 그날을 돌아보면 8할은  와주신 분들의 합이 좋았기 때문이지 싶다. 첫 클래스라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함께한 멤버들이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내 얘기도 술술 나왔다. 프로페셔널한 모습 보다도 따뜻한 모습, 진심을 담아 다가서고 싶었다.  지친 하루의 끝에 건강한 달콤함과 더불어 따뜻한 힐링을 경험할 수 있는 그런 밀크티 클래스 이길 바랐던 것이다.  


밀크티 베이스를 제조하는 대원들 :) 내가 좋아하는 분들이였다.




클래스를 통해 인생을 엿보다.

4월 3일 클래스를 시작으로 총 10번의 수업이 진행이 됐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다녀갔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선생님부터 간호사 , 회계사 , 광고회사 AE 등 매 수업마다 공간을 가득 메운 사람들과 함께 했던 수업들 순간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 작은 공간에서 짧은 1시간 40분 정도의 시간을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들로부터 사람을, 그리고 삶을 배웠다.  모르는 타인에게 말을 걸고 내가 누구인지를 소개하며  같은 목적으로 함께 시럽을 만들며 소통한다는 것 자체가 참 멋진 일이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정말 계속 연락을 하며 지내고 싶은 분들도 많았다.  20대들의 열정과 30대의 노련함과 40대의 성숙함이랄까.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마주하며 잊고 있던 내 안의 열정도 다시 불이 지펴지는 것만 같았다.


진심을 담은 후기는 나를 춤추게 한다. 
어떤 보이는 성공을 기대하고 프립호스트와 클래스에 도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클래스 10회 동안 매번 클래스는 매진됐고 너무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진심을 담아  정말 후기를 잘 써주셨다.

(* 프립은 후기를 써도 적립금이나 여타 다른 혜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 주신 후기들이기에 그저 감동할 뿐이다)

힘이 되는 후기들 :) 보기만 해도 기분 좋다. 감사해요^^


지금껏 홍보마케터로 살아온 내가 회사가 아닌 내 이름을 걸고 클래스를 연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다. 사회생활 한지 올해로 꼬박 10년 차, 그 10년의 세월 동안 지지고 볶고 여러 업무를 기획하고 해내고 감당했던 그 시간들이 결코 쓸데없는 시간은 아녔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해 낸 시간이랄까.


제품 출시 후 다양한 홍보와 온라인 이벤트, 마케팅 믹스를 통해 매출이 쑥쑥 오르는 것을 지켜봐 온 마케터들은 좋은 제품을 마주할 때 "이건 무조건 된다"라는 감이 올 때가 있다. 회사 밖을 벗어나 도전하기에는 지금 하고 있는 내 직무에는 프로 일지 몰라도 그 밖에 것들에는 무지한 내가 더욱 초라 해 보일 수밖에 없다. 아마도 직장만 다닌 사람들이라면 대부분은 나와 같은 심정 이리라.


그래서 더욱 이 작은 성공은 내게 정말 큰 의미가 있다. 취미가 돈이 되는 마법은 결국 내 안의 고정관념을 깨고 나와 일단 시작부터 해보고 보는 것이 아닐까?  지레 겁을 먹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그저 내 안에 묶어두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세상이라는 거친 바다를 향해 힘차게 닻을 올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지난 5월 11일의 10번째 클래스를 마지막으로 잠시 쉼의 시간을 가졌다. 때마침 숙명여대 테솔 기말고사 기간이기도 했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고 찾아주신 만큼 좀 더 업그레이드된 클래스를 선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프립에서 클래스 후기를 보고 유명 백화점 고객관리실에서 백화점VIP고객을 대상으로 밀크티 클래스 진행을 해 줄 수 있겠느냐 연락이 왔다. 다가오는 6월에는 홍대의 한 카페의 요청으로 밀크티 클래스를 진행하게 됐다.


5월24일 목요일 부터 다시 프립을 통해 클래스가 진행되는데 선택해 주신 분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더 풍성한 내용과 더불어 따뜻하게 소통하는 밀크티 베이스 클래스를 진행해 보련다. 초심으로 돌아가 첫 클래스를 진행해던 그 심정 그대로 이번 주에 만날 분들과 앞으로의 눈부신 일들이 정말 기대된다.



To be contiu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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