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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ra 유현정 Jan 09. 2022

후회하지 않는 삶

민화를 시작하기까지



"인간이 하는 후회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해보지 않고 하는 후회이고, 다른 하나는 해보고 하는 후회이다."         -김정운-


나는 한때 파마머리가 트레이드마크인 김정운 교수의 문화심리학 책을 즐겨 보곤 하였다. 그중의 하나인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 인간이 하는 후회 대한 야기 나오는데, 그의 주장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는 책에서 말하기를 사람은 어떤 행동을 하던지 안 하던지 '후회'를 하게 되어 있는데, 그 방식은 크게 다르다고 하였다. 해본 것에 대해서는 자기 합리화를 통해 금방 잊고 후회나 슬픔의 정도가 적은데 비해, 안 해본 것은 미련이 생겨서 10년이 지나 2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이 말은  경우 들어맞았다. 어떤 일을 하고 나서 후회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은데, 망설이며 미루 하지 않아서 후회 일은  생각. 이런 경험은 결국 할까 말까 고민되는 일이 있을 땐, 무조건 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교훈을 내게 안겨주었다.




수년 전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신혼여행 사진전을 공모한 적이 있었다. 코로나 전이라서 신혼여행 대부분 해외로 나갈 때였기에, 아름다운 서귀포를 적극 홍보하는 차원이었을 것이다. 나는 왠지 마음이 강하게 해서, 서울에 있는 남편에게 부탁하여 앨범에 고이 간직해오던 제주도 신혼여행 사진들을 제주도로 공수해  적이 있다.


공모전 참가자는 나처럼 해외 신혼여행이 유행하전에 결혼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금처럼 문 사진작가 동행할 때라 아니라서 사진 대부분 아마추어 수준일 , 느 정도 승산이 있을 것으 여겨 자신감까지 생다. 서귀포임을 입증할 수 있는 사진 중에서 구도가 잘 잡히고 포즈가 좋사진들을 몇 장 추다. 그중에 정방폭포 아래 섶섬이 보이는 바위에 걸터앉아 남편 옆에서 머리를 쓸어 올리는 사진 제 그럴싸하여 회심의 미소까지 지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결국 응모를 하지 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공모전이 귀찮고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그 당시 관계를 확장해 나가던 올레 아카데미 동기들과 올레길을 돌 실험예술과 김백기 감독을 만나 매주 공연장을 쫒아다니 노는 일에 정신이 팔리면, 공모전은 자연스레 관심에서 멀어지 것이다. 그야말로 매사가 용두사미였다.


렇게 공모전을 까맣게 잊고 지던 어느 날, 동네 산책을 나갔다가 서귀포시에서 운영하는 북카페 <소라의 성>에 들데, 아뿔싸 2층에서 혼여행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게 아닌가? 안한 마음으로 단을 올라 수상작들 내 눈으로 직접 확인 순간, 나는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보기에도 나의 사진이 분히 경쟁력이 있던 것이다. 대상지는 모르겠지만 금상이나 은상 정도는 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쓰라린 감정이 가슴을 훑고  순식간에 온몸을 덮쳐 다리까지 후들거릴 지경이었다. 후회가 막급하여 마음이 어찌나 쓰리고 아프던지, 시간을 돌리고 싶은 안타까움이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혔다. 


수상자들에겐 정의 상금과 서귀포 숙박권, 신혼여행 사진이 찍힌 장소에서 같은 포즈로 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가 주어졌다. 이미 제주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상품 크게 탐나진 않았, 빛나던 은 날의 억을 반추하며 인생의 한 페이지 하나의 재미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설사 응모를 했다가 떨어졌다 하더라도 이렇게 미련이 남아 괴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제주에서 민화를 시작하게 된 배경엔 이런 후회의 경험이 한몫을 했다.




지난여름 남편과 함께 서귀포에서 열리고 있는 민화 전시회를 간 적이 있다. 제주에서 활동을 시작한 손혜정 작가의 첫 전시였는데, 우리는 거기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났. 그 작품은 손 작가의 대표작으로 제주 곶자왈을 소재로 그린 <욕망의 숲>이라는 제목의 그림이었다. 남편은 중앙에 그려진 사슴을 나로, 주변 풀 숲에 숨어있는 곤충들을 나의 욕망으로 해석하며 대뜸 그림을 사주겠다고 하였다. 어안이 벙벙해진 사이, 림을 사는 것이 로망이었던 남편  값을 지불했. 리곤 전시회가 끝나마자 작품을 배송받 서울 집 거실에 걸어 놓았다.


남편 분에 집에서 그림을 매일 감상하니 마음이 흡족다. 한지에 스며든 물감의 색감 수채화나 유화와는 다르게 고 차분한 느낌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급기야는 나도 나의 인생 숲이 되어준 제주를 민화로 그려보고 싶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꾸준히 그리다 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호기심을 안고 시도했다가 끝을 보지 못하고 중단한 수많은 취미들이 나를 비웃는 것만 같았다.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만 하는 현실 앞에서 자신감이 위축되며, 그림을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 나는 잠시 망설다. 다시 새로운 길을 가려고 기웃거리기 전에 좀 더 신중해지자고 나를 다독거렸다. 하지만 고개를 는 마음을 누르면 누를수록 욕망 더 세차게 꿈틀거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할 수 없이 구에게 상담을 요청하였다. 미술을 전공하고 현대 민화 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적 있는 대단한 친구였다. 친구는 가만히 나의 고민을 듣더니 주저하지 않고 바로 해보라며, 내가 꼼꼼하니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덕담까지 다. 나는 친구의 진심 어린 응원에  힘을 얻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나의 열망을 점검해야만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새로운 길 앞에서 두려움이 몰려와 느냐 마느냐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때, 나는 10년 후 아니면 더 멀리 인생의 종착역인 죽는 순간을 떠올린다. 이번에 타임머신을 타고 훌쩍 10년 후로 날아가 보았다. 그리고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지하게 물다. 은 자명했다.


뭘 망설이는가?
지금 당장 시작하라


 인생에서 늦은 때란 없는 법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에서 가르쳐준 대로, 생은 제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가 이끄는 대로 걸어가는 것이 답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신의 내면서 들려오는 소리를 외면하고 억누르며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포기하고 만다면, 구제받을 수 없는 후회 속에서 인생을 마감할 것이 한 것이.  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른 이의 북소리를 따라가다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서 불행에 허덕이는가?




매주 일요일 오전, 나는 화구를 챙겨 들고 서귀포 보목 바닷가 위치한 아뜰리에로 향한다. 새로운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 길 언제나 기대와 설렘 득하다. 그렇게 당도한 은 제주에서 성공한 젊은 작가, 지금은 나의 민화 선생님이 된 루씨쏜이 운영하는 카페 겸 갤러리이자 민화를 배우고 작업하는 공간이다. 나로 하여금 민화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그림 <욕망의 숲>을 처음 만났던 인연의 장소이, 이제는 나의 꿈도 함께 자라나고 있는 곳이다.


나는 한지에 먹선을 뜨고 물감으로 색을 입히다가 뒷목이 살짝 뻐근해지면,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본다.  건너편 소천지로 들어서는 숲길 입구엔 우람한 해송들이 군락을 이루며 사이좋게 깨동무를 하고, 서쪽 푸른 바다는 문섬과 범섬을 배경으로  제주 햇살이 선사한 윤슬 한 아름 고 있다. 이토록 완벽한 풍경 속에서 그림을 배우고 있는 나의 가슴은 매번 행복으로 벅차오른다. 이런 멋진 화실이 귀포 집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축복을 받은 데, 실력 있는 선생님의 지도 받을 수 있다 행운이 내게 덩굴째 굴러온 것이리라. 민화를 공부할 수 있는 절호의 회를 잡은 내가 새삼 대견해다. 


암튼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게 인생이라면, 해보고 후회하는 게 훨씬  않겠는가?



손혜정 작가의 대표작, 욕망의 숲(무의식의 공존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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