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눈물을 흘리며 걸어가는 것 같았다
버스 맨 앞자리에 앉으면 커다란 창을 통해서
도로의 상황을 볼 수 있다
오늘은 비가 많이 내려 원래도 위험한 도로이지만
고속도로의 차들은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고 서로 앞에 껴들기를 시도한다
우리의 기사님 바로 옆차선에서 화물차가 껴도
옆차선의 점선이 다 해가 끼지 않을 수 없는데도 끄떡없이 엑셀을 더 밟는다
앞자리에 있으니 버스를 목숨 걸고 타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죽기 딱 좋은 경우의 수들이 삶으로 비껴가고 있었다
왜 살아야 하는지 물어보는 이가 있었다
이미 자신은 이전의 자기가 아니고 다시 돌아간다 한들 처음과 같지 않고 이미 모든 의미를 상실했는데 왜 살아야 하느냐고 물었었다
나는 그 말에 답을 할 수가 없어서
그렇다고 죽겠다는 사람한테 죽으라고 내가 말할 순 없지 않으냐고 답했다
나도 이유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제 살 이유가 없다는 그 사람에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나는 그의 상황도 겪지 않았고 그의 심정 역시 알 수 없으며 그 깊이를 알 수 없었기에 그저 살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라 했더니
그건 결국 나의 욕심이라고 했다
본인은 죽고 싶은데 자기한테 살 이유도 주지 않고 살라고 말하는 주변인들이 욕심인 거라고 했다
곁에 두고 보고 싶은 마음이 욕심이라면 그건 맞으니 욕심이 맞는 것 같다고 답했다
오래라면 오래고 짧으면 짧은 시간 뒤에
나도 그와 같은 회색인간이 되어 살고 있다
어떤 이는 내게 삶의 의미를 물으면 우울해지는 거라고 말했다
다 그렇게 사는 것이라고 의미는 자기가 만들어내는 거라고 말했다
어떤 책이었나 어떤 상황이었나 어떤 글귀였나
읽었다
삶의 의미라는 것은 원래 없는 것이며
삶에는 의미가 없기에
연속적으로 태어남과 죽음을 반복하기에 덧없는 것이 아닌
그 살아있는, 살고 있는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사는 것이라고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 둘 셋넷다섯
셀 수 없이 사랑으로 가득 차 해맑기만 하던
순수한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알게 됨과 동시에
내가 나이가 들어가며 그들의 나이가 되어보니
그 세월을 지나 보니
그들이 내게 했던 말과 행동들은 더더욱 이해가 되질 않았다
어째서 내게 그리 상처를 줬는지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나를 그렇게 이용하고 버리고 갔는지
그 나이가 되어보고 그 상황이 되어 그의 신발을 신어봤는데 더더욱이 나는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다만 이해할 수 있는 것 한 가지
그들의 마음은 뼈저리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지옥을 살고 있는 그 비참한 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내가 그 나이가 되면 나도 그렇게 살 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이 나이에도 심약하고 순수하고 멍청하다
그들은 그 나이라서 나빴던 게 아니라 그의 시절에서도 비슷했을 것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마음을 다 주었던 이들을 하나 둘 보내고
이제는 그들과의 기억에서 살며 춤을 춘다
더 이상은 아픈 관계에서 지속은 없기에
잠시나마 행복했던 프레임 속에서 당신과 나의 옛날을 회상하며 춤을 춘다
또 누가 그랬다
그래도 마음을 너무 닫지 말라고
새로운 사람과 또 새로운 만남이 새 추억을 줄 것이고 또다시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당연히 그럴 것이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인연이 쌓여 이전과는 또 앞으로의 기억들이 쌓이겠지요
그러나 새로운 인연이 과거의 사람을 지워
없었던 것처럼 도려낼 수는 없는 것이다
과거의 나와 그들을 다 데리고
앞으로의 새로움이 있을 뿐
다 괜찮아지는 게 아니다
다 없어지는 게 아니다
그렇게 다 없어지는 것이라면
그 이전에 느꼈던 행복과 황홀 역시 부정되는 것이니
우울한 것은 나쁜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렇다고 해서 숨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밝은 사람이 환영받는 건 맞지만
그게 꼭 더 우위에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밝은 사람이 가벼운 사람은 아니지만
마냥 밝기만 한 것을 보면
어떨 때는 공감능력이 전혀 없어서 본인만 웃고 있는 건 아닐지 모르겠기도 하다
나는 웃고도 싶지만
함께 울고도 싶다
지나고 났을 때 같이 울며 이겨냈던 것이 더 소중한 추억이었다
감정은 아무 힘이 없고 쓸모가 없어진 지금의 나는
더 이상의 관계도
사람도 거부하며 도망인지 게이트인지모를 벽을 친다
새로운 사람이 싫다기보다
사람이 싫다기보다는
더 이상의 감흥을 느끼고 싶지가 않아 졌다
무미건조한 흑백인 지금이 편안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