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다

모순

by true

차가운 사람

내가 기억하는 당신은 무표정인 사람

반응하는 리액션도 무뚝뚝한 사람

수줍어하거나 더듬는 기색 없이 주저 없는 사람

거절을 할 때조차도 상대방 마음은 안중에도 없던 사람

그랬던 사람이

그런 얼굴도 지을 수 있구나

나한테만 그런 거였구나

쩔쩔매는 모습

로맨틱한 모습

자상한 말투와 표정

웃어주는 얼굴

보폭을 맞춰 걷는 발걸음

마주치는 눈과 미소

함께 시공간에 있다는 느낌이 그런 거구나

너에게도 그런 걸 할 수 있는 거였구나

나에게만 그게 안 되는 거였구나


그걸 내 눈으로 보고 있자니

내가 부끄럽다


내가 너무 슬프다


상처가 크다

상처라고 말하기도 약하다


나에게 그런 모습이 안 나오는 게 너의 잘못은 아니겠지

너는 네가 모습이 다르다는 것조차도 모를 테니까

나는 그럼 나를 탓하면 되는 걸까


나는 궁금하다

정말로 궁금하다

내가 만만했기에 사람들이 그런 것인지

내가 매력이 없기에 선택에서 밀리는 것인지

항상 여기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그렇다면 나는 항상 여기에 있어야만 좋은 것인지


나도 그 표정을 보고 싶다

당사자로 느껴보고 싶다

그 벅찬 표정을 나도 받고 싶다

어떤 기분일까 사랑받는 기분은


나는 짝사랑을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예의를 말하고 싶은 거다

그렇게 차갑던 사람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있나

그게 나를 너무 부끄럽게 만든다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싸구려가 된 것 같잖아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을 알고 함부로 대하는 그 마음이 너무 못돼서 그런 어리석은 사람을 좋아하던 내가 더 부끄러워진다


사람들은 까칠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착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끌린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사람을 끌어당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사랑을 받아야 채워지겠지만 모순적으로 사랑을 받기가 더 어렵다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