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관계 맺기

의미 없는 것과 의미 있는 것 구분하기

by 김지훈

"열심히 해서 잘 되면 내가 나중에 다 챙겨줄게."

내가 친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일을 할 때도 저 말은 조심해야 한다. 현재의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나를 챙겨주지 않는 사람은 나중에 잘 되는 환경에 놓여도 나를 챙겨주지 않을 확률이 크다. 내가 열심히 일 하고 시간을 투자해도 그만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회사를 나오고 교육사업을 막 시작할 초기에 조금씩 친분이 있는 강사님들께 연락을 많이 받았다.

"지훈 씨는 성격이 주도적이어서 회사 나오길 잘했어. 사업 일찍 시작하는 것도 다 경험이야. 그런데, 시간 될 때 회의해서 내 제안서 좀 만들어줄 수 있어요?"

"네? 아... 네..."

강사님과 친분이 있어서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교육 사업을 하며 언제든 이 분들을 외부 강사로 모실 수 있는 일이라서 제안서를 만들어주는 시간은 기꺼이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거절을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속적으로 들었다. 내 사업을 위해 해야 할 일도 많은데, 고객사의 요청에 의한 제안서도 아니고 다른 강사님 제안서를 만들어주는 게 이치에 맞지 않았다. 고작 밥 몇 번 얻어먹고 제안서를 쓰는 것은 내 손해가 더 컸다. 제안서는 한번 만들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인데, 그 상품을 덧 없이 주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그래서 그 일들은 상대방이 실망하더라도 결국은 하지 않았다.

한 번은 교육기획, 교육준비, 교육운영 등의 업무를 대신 수행해줄 것을 요청받고 진행을 했었는데, 내가 투자한 시간에 비해 제 값을 못 받은 적이 있다. 초반에 내 일에 대한 정확한 가치 값을 정해놓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상대방에게 내 가치 값을 매겨달라고 하니, 본인이 직접 해 본 일이 아니라서 그렇게 값을 책정을 한 것인지 내 기대치에 비해 훨씬 적은 금액을 받았다. 그때 느낀 것이 참 많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는 아는데, 남의 시간 귀한 줄은 모른다. 친분이 있어 내가 들인 노력을 알아줄 거라는 것은 바보 같은 착각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 뒤로 비즈니스 파트너와 관계를 맺거나, 프로젝트 제안이 오면 사전 미팅 때 명확하게 얘기를 한다. 내가 들이는 시간과 그 시간에 대한 금액이 정확하게 정해지고, 프로젝트 수행기간 등 사전에 파트너와 협의가 있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개인사업가로서 누군가에게 신뢰를 주어야 한다면 공과 사가 명확히 구분되어 일에 대한 가치와 값을 정확하게 아는 분과 더 신뢰를 맺고, 관계를 쌓고 있다. 몇 년째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서로를 성장시키고, 정서적으로도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물론 아직도 여러 제안을 받고 있다. 개인사업을 하며 내 영업력을 보신 분들이 본인 회사의 상품 영업에 대한 문의를 줄 때가 있다. 그분들 중에는 나에게 강의를 의뢰하거나 비즈니스 파트너로 함께 교육 컨설팅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사전 미팅을 통해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얘기를 듣는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얘기한다.

"제가 제 사업을 하면서 병행하여 다른 영업을 하더라도, 다 시간 투자인데 거기에 대한 기회비용과 값을 어떻게 책정하셨을까요? 지금 웃으면서 함께 협업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오래 얘기할 수도 있지만, 초반에 이런 것들이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으면 결국 오해가 생기고 지금의 좋은 관계도 깨지더라고요. 이런 부분이 명확하게 정해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며칠이 지나면 영업에 대한 얘기는 없던 일이 되고, 원래의 좋은 비즈니스 관계만 유지된다. 오히려 초반에 냉정하게 선을 긋지 못하면 왜 진작에 선을 긋지 않은 것이냐는 핀잔만 듣게 된다. 그래서 비즈니스 파트너일수록 함께 할 수 있는 것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좋다.


사업을 하다 보면 서로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 달라 서로를 성장시킬 수 있고, 거기에 인간성까지 있어 함께 배우며 가야 하는 관계도 있다. 나는 그런 관계는 꾸준히 유지한다. 그리고, 그 관계에 대한 신뢰를 깨지 않기 위해 스스로 항상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상대방이 봤을 때도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개인사업을 처음 시작하면 시간이 참 많아 보인다. 아무래도 갑작스럽게 잡히는 회의나 회식, 그리고 감정싸움을 덜 할 수 있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 정말 효과적이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시간이 많다고 생각해서 내 시간을 너무 여유롭게 쓰거나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 시간을 공짜로 잡아먹게 해서는 안된다. 내가 경험한 진정한 친분이란 서로의 능력에 대한 값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관계 안에서 형성된다. 혹여나 상대방이 친분을 활용해 내 능력과 시간을 그냥 사용하거나 값싸게 이용하려고 한다면 그 관계는 냉정하게 끊을 필요가 있다.


누군가 정해놓은 시간이 아니라, 내 시간을 내가 창조하고 쓰는 사람들일수록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과 의미 없는 시간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헛되게 시간을 쓰면 시간은 절대 내 시간으로 남지 않는다. 나를 위해 쓴 시간이 귀하게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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