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분에 지지 않기
감정관리를 잘해야 한다.
내 것처럼 옆에 왔다가 '슝~~~~' 하고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사람일 수도, '일'일 수도 있다. 어쩌면 처음부터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하늘에서 내 옆에 온 것을 좀 더 소중히 여기라는 차원에서 내 것을 한 걸음씩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것을 내 옆으로 한 걸음씩 옮기기도 하나 보다. 기분 좋은 일은 나만 겪으면 안 되니까 오늘은 내게 왔다가 내일은 다른 사람에게 가는 것이고, 우울한 일은 다른 사람의 슬픔에 공감하라고 내게도 오는 것이다.
교육컨설턴트로 재직하며 2년이 다 돼가던 해에 다수의 미팅을 통해 관계가 맺어진 한 담당자로부터 규모가 큰 신입사원 교육을 수주한 적이 있다. 규모가 큰 교육을 잘 수주하면, 그 정도 교모의 교육 또한 다음에 수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에 교육 영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다음 해를 기약할 수 있다. 당시 신입사원 교육을 수주하고 2주간 차질 없이 교육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국가적으로 어떤 모임, 행사, 교육 등에서 즐거운 분위기로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이 터졌고 신입사원 교육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그 상황은 어쩔 수 없었다. 모두가 손을 모아 애도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 활기차게 무언가를 할 수 없었다. 다만 개인적인 커리어나 흐름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교육컨설턴트로 능력을 입증하고 있던 흐름이었고, 내가 성사시킨 교육 중에서도 규모가 아주 컸기 때문이다. 교육 취소 소식을 접하고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았다. '내가 너무 빨리 기뻐했나'라는 생각과 '내일부터 일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 날 퇴근 후 서점에 들러 더글라스 케네디의 <더 잡>이라는 책을 구매했다. 단순히 제목만 보고 '나에게 일은 뭘까'라는 정의를 찾으려 했다. 그대로 강변의 한 조용한 카페로 가 커피를 시키고 앉은자리에서 그 책을 다 읽었다. 내용은 1990년대 뉴욕에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은 주인공이 한순간에 어려운 상황에 놓였는데, 알고 지내던 동창이 내민 손을 붙잡았다가 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나라면 버틸 수 없는 엎친 데 덮친 것 같은 상황들을 맞으면서도 주인공은 면역력이 생겼는지, 잘 버텨나갔다. 그리고, 숨을 쉴 수도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보기 좋게 판을 뒤집고, 당당하게 살아남았고 잘 살았다.
삶은 내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것 같지만, 예기치 않은 많은 것들이 내게 온다. 내가 그려보지 않았던 인생의 그림이 내 앞에 펼쳐진다. 책을 읽고 '나는 그저 열심히 내 앞길을 걸어가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했다. 일도 어떤 상황에서든 놓지 않고 그저 열심히 하면 될 것이다. '어쩌면, 큰 규모의 교육을 이렇게 빨리 맡을 정도의 그릇이 내게 없어 하늘이 깨트렸나 보다'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 더 겸손하게 나를 돌아보고 지금보다 더 성장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행복했던 상황에서 순식간에 불행한 상황에 놓이는 건 동전의 앞면처럼 뒤집혔다가 다시 뒤집히는 거니까 앞으로 늘 뒤집힐 준비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하지만, 아쉽고 찝찝한 마음은 당연히 들었다. 다시 긍정적인 마음을 내 안에 가득 불어넣어야 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긍정의 생각과 마음을 무장한 채로 심야영화 <캡틴 아메리카:원터 솔저>를 봤다. 공교롭게도 이때 봤던 책과 영화 모두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사건이었다. 나는 한 번도 뉴욕에 가본 적은 없지만, 이 날 내 기분을 감쌌던 우울함을 타개하기 위해 책과 영화 모두 뉴욕을 배경으로 한 사건을 고르다니, 오늘을 뉴욕의 날로 기념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뉴욕의 날'로 날짜에 표기를 해두었다. 그리고 뉴욕의 날에는 뉴욕을 배경으로 하는 책과 영화, 음식을 먹으며 이날을 귀엽게 되새김질하겠다는 다짐을 했고 여전히 그러고 있다. 이 날 영화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영웅이라 당연하겠지만, 자신에게 다가온 위기를 잘 타개했다. 내게도 영웅처럼 위기 상황을 다 부술 수 있는 자질이 많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 나는 다음날부터 더 잡의 주인공과 캡팀 아메리카의 마음으로 일을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려고도 노력했고, 지금은 진짜 그렇게 하고 있다.
그 날을 계기로 사업을 하는 지금도 기분 좋은 일이 오고, 우울한 날이 와도 크게 들뜨거나 크게 좌절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열심히 살아가는 길에 오늘은 다른 사람 곁에 있었던 ' 기분 좋음'을 만나고 내일은 다른 사람에게 탈출한 '우울 터짐'을 만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기분들을 만나도 일 하고, 글 쓰고, 걷다 보면 오늘 겪은 것들은 그저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된다. 하지만 설레는 날과 우울한 날의 상황이 격차가 크면 어떻게 할까? 그때도 똑같이 일 하고, 글 쓰고 걷는다. 그리고 보상도 함께 준다. 나는 특정적으로 너무 기분이 좋은 날엔 피자랑 맥주를 마시고, 너무 기분이 안 좋은 날에도 피자랑 맥주를 마신다. 기분에 따라 선물의 격이 달라지면, 내가 내 기분에 적응하지 못하는데 기분에 따라 선물도 같으면 내가 내 기분에 적응하게 된다. 이런 습관이 평화로운 마음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소박한 것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불행한 것 앞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습관이 오늘도 내일도 나아가는 나에게 큰 용기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