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어린 나이는 없다
일찍 시작할수록 그릇의 크기는 커진다.
"다 때가 있는 거야."
저 말은 내가 교육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 처음으로 청소년 강의를 하고 회사 임원진분들에게 들은 말이다. 심지어 그때 임원진분들은 내 강의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 단지, 교육 때 찍힌 내 사진을 보고 '너무 어려 보인다'는 이유로 학생들 앞에서 권위가 없을 것 같다는 평을 내렸다. 그리고 다 때가 있는 거라며 강의는 30대 후반에 해도 늦지 않았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그런데, 난 임원진분들이 말하는 저 '때'라는 게 싫었다. 교육컨설팅 회사로 이직할 때도 청소년 강의를 병행한다는 조건으로 들어갔었고, 무엇을 할 때라는 건 내가 정하고 싶었다. 실제 남들보다 일찍 강의를 해서 얻고 느낀 것이 많았다. 청소년 강사로 첫 강의를 끝냈을 때 내가 나에게 스스로 매긴 점수는 50점이었다. 당시 특강 주제는 예비 대학생 혹은 예비 직장인이 될 고3 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기 관리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사회의 선배로서 학생들에게 어떤 것을 얘기해주면 좋을지 고민하기 위해 책도 다섯 권이나 구매해서, 자기 관리 내용을 읽고 요약하며 일주일 동안 강의안을 만들었다.
첫 강의를 위한 결전의 날이 왔을 때,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가 학생들 앞에서 재미있게 자기소개를 하고 5분 동안 호응을 이끌었다. 그리고 진지하게 사회경험을 토대로 얘기를 하려는 순간, 학생들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보았다. 학생들이 누군가의 진지한 얘기는 이골이 났던 것이다. 너무 당황했지만, 40분 동안은 내가 처음 회사생활을 하며 느꼈던 경험과 회사생활에서 당황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얘기를 이어갔다. 내 기억으로 80명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정확히 40명이 잤다. 나머지 40명은 애를 쓰며 내 얘기를 들어주었다. 잠깐의 쉬는 시간을 가지며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아. 내가 학생들의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내 얘기만 신나게 하려 했구나. 내가 지금 공감 없이 말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첫 번째 강의는 말 그대로 망했던 것이다. 그래도 남은 시간은 이전 시간보다 무조건적으로 좋아야만 했다.
그래서 다음 시간에 내가 준비한 강의안은 버리고, 레크리에이션을 겸한 꿈 선포식을 진행했다. 앞에 나와 춤을 추는 학생과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가진 학생들까지 다양한 친구들의 짧은 공연과 꿈을 들으며 나름의 피드백을 해주었다. 본인 얘기들에 대한 피드백을 하니 학생들도 자기 얘기처럼 웃으며 들어주었다. 잠을 자던 친구들도 거의 다 일어났다. 이때의 첫 강의를 통해 나는 강사로서의 기본을 다질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강사의 기본은 다음과 같다. 우선, 권위라는 것은 내가 나이가 많고 경험이 많다고 해서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권위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것이다. 매 순간 청소년들에게 먼저 호감을 얻고 인정을 받아야 강사로서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호감을 얻는다는 것은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이다. 그런 노력이 있어야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청소년들에게도 들린다. 그렇지 않고 단순히 권위만을 내세워 강의를 하면 그저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강사로서 내 얘기를 하기 전 앞에 앉은 친구들의 얘기와 상황을 충분히 듣고 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생각을 가진 후 5년이 넘게 청소년 강의를 이어가고 있다. 강의를 하며 '재미있고 의미 있다'라는 평을 많이 받고 있고 청소년들이 경험한 캠프 중에 '제일 좋았다'라는 평도 지속적으로 받는다. 나는 지금도 '그때 일찍 강의 현장에 서보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늘 생각한다. 만약 임원진들이 얘기했던 것처럼 30대 후반에 청소년들 앞에서 첫 강의를 했다면, 자는 청소년들 앞에서 권위를 내세웠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내 경험을 강요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일찍 시작했기에 청소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내가 일찍 바뀔 수 있었다. 어느덧 30대 강사로 진입한 지금도 그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누군가가 나에게 적용하는 때와 시기에 놓이기 싫어 회사를 관두었다. 그리고 교육사업을 하며 청소년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어리다는 이유로 경험이 없을 것 같다는 이유로 걱정 어린 시선도 받았고 무시도 받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일찍 사업을 시작하고 일찍 강의를 시작한 것에 호감을 표하고 아낌없이 응원해주는 분들도 만났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모여 사람을 대할 때 여유가 생기고, 무언가를 줄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세상 밖에 나오지 않았다면 세상 밖을 정의하는 누군가의 시선에 갇혔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 밖에 일찍 나옴으로써 세상 밖도 살만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어린 나이는 없다. 다만 무언가를 일찍 시작할수록 함께 얻는 비판적인 시선을 이겨내고, 내 시작을 끝까지 믿는 나 자신만의 용기는 오랫동안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 시작에 보람이 함께 한다. 보람과 함께 하는 맥주는 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