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식하게 사업을 시작했다.
체면은 내가 진짜 멋질 때 세우는 것이다.
그런 말이 있다. 사업은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을 받고, 퇴근 후에 사업을 하기 위한 충분한 준비와 전략, 그리고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을 때 시작하는 거라고. 하지만, 나는 준비와 전략을 잘 짜도 될까 말까 한 사업을 엄청 무모하고 무식하게 시작했다. 즉, 나도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한 시기에 교육사업을 시작했다.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고 그 우연에 점을 찍을 때 인연이 되는 것들이 있다. 내가 사업을 시작한 것도 우연에 점을 찍어 시작된 것이다. 내게 그 점이라는 것은 '아 진짜, 더럽고 치사해서 회사 못 다니겠네.'라는 감정적인 점이었다. 나는 회사에 소속되었다는 대가로 아무런 보상 없이 행해지는 야근과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일, 내 눈에 보이는 불합리한 일들, 그 모든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회사를 다니며 좋은 사람도 만나고 힘이 되는 기억도 많지만, 회사가 내게 점점 불편해지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이유가 없다는 것을 뜻하였다. 그리고 불편한 기분에 정점을 찍는 사건의 발생으로 나는 퇴사 선언을 하고 감정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교육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회사를 그만둔 바로 다음날 결정했다. 하루에 최선을 다해 일하고 일한 만큼의 보상 시간을 나 스스로 얻기 원했기 때문에 더 이상 특정 조직에 속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내 조직에 속하고 싶었다. 결심이 서자마자 일주일 안에 회사 이름과 로고 작업, 사무실 임대, 개인사업자 등록, 사업에 필요한 소모품 구매 등 모든 일을 마치고 출근을 했다. 한 번 마음먹은 일은 실행을 엄청 빨리 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이 때도 역시 실행은 엄청 빨랐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둔 지 일주일도 안 되는 시간에 내 사무실에 앉아있었다. 내 회사 이름으로 된 명함을 보며 설렜다. 하지만, 그 설렘도 잠시 '우와. 뭐부터 시작하지. 대박이다 진짜'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사실 그때 일을 회사소개서 작업,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 작성,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해야 했다. 그런데 마음이 급했다. 당장 월급도 안 나오는데 사무실 월세와 전화요금, 프린터 대여료, 자가 식비, 영업활동비까지 한 달에 대략 100만 원이 빠지는 구조였다. 그래서 냅다 전화 영업부터 시작했다. 무식할 정도로 전화영업을 하고 기존에 작성했던 제안서를 다듬고 미팅을 나갔다. 전화영업과 미팅의 반복이었고 무모하게 일을 했다. 약간의 운이 있었는지, 그 해 6개월의 고정비를 내고 조금 남을 정도의 수익은 냈다. 하늘에서 보기에도 어떤 놈이 매일 전화를 들고 떠들고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니 얘는 진짜 떡 하나라도 줘야겠다는 심정으로 나를 살릴 돈을 준 것 같다. 하지만 빠져나가는 고정비 외 기존에 가입했던 보험료, 저축 비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남는 게 없으니 마음이 급해졌다. 자영업자에게 저금리로 지원되는 투자금을 받으며 영업전략을 짰으면 사업이 확장될 수 있었을 텐데 당시에는 시야가 좁았고, 그런 제도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어린 나이에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만 앞섰다. 좀 더 멀리 봐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교육컨설팅 외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타 교육업체의 청소년 강사에 지원해서 강사 활동을 병행했다. 강사 활동을 병행하며 지방도 출장하는 일이 잦아지니 굳이 사무실이 필요할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사무실을 빼고 개인사업자 주소를 집 주소로 옮겼다. 집에 내 사무실 공간을 꾸렸다. 사실 교육사업은 무형 자산이라 제안서나 교재 등의 출력물을 제외하면 특정 물품이 거의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학생 때부터 기숙사보다는 하숙집에서, 도서관보다는 집에서 공부하는 게 효율이 더 높은 사람이었다. 당시 사무실을 구했던 이유는 어머니가 한 달에 2주 정도는 집에 오시는데, 집에서 일하면 동선도 겹치고 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여러 가지로 신경 쓰였다. 그래도 아침에 출근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멋지지 않을까라는 허세가 있었나 보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없는 괜한 자존심일 뿐이었다.
처음부터 사업을 잘하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사업을 시작할 때 체면을 세우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 체면은 내가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잘하면 자연스럽게 세워지는 것이다. 그런 결심이 서니 집에서 일하는 게 오히려 더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어머니에게 집에서 사무실을 꾸려 일한다고 말씀드린 후의 초반은 쉽지 않았다. 역시 동선이 겹쳤고, 어머니의 생체 리듬과 내 생체리듬이 달라 밥을 먹는 시간 때가 달랐다. 예를 들어 나는 점심 12시까지는 주로 물이나 즙 등 마실 것을 마시고 공복을 유지한다. 아침부터 밥을 먹으면 졸리고 몸이 무겁다. 하지만, 아침부터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과 정성을 거절하지 못해 밥을 먹었다. 밥을 먹으니 다시 졸린 일이 반복되었다. 결국은 아침밥은 먹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어쨌든 집의 특정 공간을 내 사무실로 쓰고 있으니 어머니와도 조율이 필요했다. 어머니도 집에서 일하는 내 모습이 초반에는 우려가 되고 낯설었는지 사장님처럼 요즘 일은 어떠냐고 거의 매일 물어보셨다. 의도치 않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하지만, 어머니도 그 모습을 눈치챘는지 일 할 때의 내 독립성은 지켜주고 관여하지 않으셨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꾸준히 열심히 하고 하나씩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며 믿어주시고, 더 잘 될 거라며 독려해주셨다. 그렇게 사업을 한 시간이 벌써 4년째가 다 되어간다.
사업을 할 때 중요한 것은 쓸 데 없는 비용은 과감하게 줄이는 것이다. 쓸 데 없이 나가는 비용 때문에 부담이 많아진다. 사무실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면 사무실은 임대하지 않아도 된다. 집에서 일을 하지 못하는 성향이라면 그 성향을 바꿔서 집에서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의지를 길러야 한다. 체면 때문에 쓰이는 비용도 줄여야 한다. 예를 들어 집에서 일할 경우 출퇴근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정장은 몇 벌만 갖추고 드라이하면 된다. 남들에게 보일 멋있는 옷은 두세 벌 정도만 있어도 충분하다. 요즘은 워낙 저렴하고 이쁘게 나오는 옷들이 많아서 비싼 브랜드가 아니어도 저렴하고 이쁘게 꾸밀 옷들이 많다.
밖에서 사 먹는 비용도 줄이고 집에서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재료를 구매하면 식비도 많이 절감된다. 밖에서 술이나 밥을 먹을 때는 정말 내 인생에 중요한 사람과 먹을 때에 해당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는 생략한다. 멋있는 척 체면을 차리느라 사업의 기본기를 다져야 할 때 쓸 데 없이 빠져나가는 돈을 슝슝 놓치면 돈은 잘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내 돈을 함부로 했기 때문이다. 꼭 나가야 하는 돈은 나를 위한 자기 계발 비용과 사랑하는 사람을 챙겨야 할 때 쓰이는 돈에 한정하면 좋다. 중요한 건 나가는 돈과 들어오는 돈을 다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멋있음은 내가 멋있는 척해서 갖춰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가진 것 없이 멋있는 척하면 주변에서도 다 안다. 멋지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자연스럽게 그 멋짐이 쌓이고 인정을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