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만 안 넘어지면 갈 수 있다
엉덩방아 근육을 키워야 한다.
"2박 3일간 대학교 강의할 수 있어요?"
4년 전, 친분이 조금 생긴 강사님에게 강의 요청을 받고 살짝 망설였다. 이제 막 강사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라 많은 시간을 대학생들 앞에 서는 게 살짝 겁이 났다.
"제안은 너무 감사한데, 괜히 제가 부족하게 강의하면 강사님께 피해 갈까 봐 우려가 돼서요. 다음 기회에 할게요."
나름 신사답게 거절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뒤 나온 강사님의 친절한 답변이 내 마음을 찝찝하게 했다.
"호호호. 걱정해줘서 고맙긴 한데, 강사님이 못해도 피해는 내가 보는데 당신 너무 착하다."
여기서 '착하다'라는 말은 '답답하다'라는 말과 동의어로 쓰였을 것이다. 상대방의 호의는 그저 굴러들어 오는 게 아닌데, 나는 그 당시 강사로서 더 일찍 깨질 수 있는 기회와 어쩌면 더 올 지도 모를 많은 행운을 놓쳤던 것이다.
어부바를 잘하려면 푸시업, 독서 등의 지속적인 생활 습관도 중요하지만, 다소 어설플지라도 어부바를 한 채로 늘 시작점에서 출발해버리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아서 찝집한 것보다는 한 다음에 찝집해서 교훈 하나라도 더 얻는 것이 좋다.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걱정이 쌓이고, 시간이 흐르면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체면만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강의가 많지 않던 시절에 친한 형으로부터 여행 버스킹 강연 요청을 받았다. 청량리역 부근 사람들이 오고 가는 다리에서 하는 길거리 버스킹 강연이었다. 당일 현장에 가보니 사람들이 미리 앉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길을 오고 가다 내 강의가 마음에 들면 자리에 앉는 형식의 운영 방식이었다.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나는 빈 의자들을 바라보고 여행 강연을 시작했다. 멀리서 오고 가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일어서서 목청 것 강연을 했다. 강의가 끝날 무렵에는 세명의 어르신들이 자리에 남아 나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셨다.
그 뒤로 4년 가까이 수없이 많은 강의를 했지만, 내 삶에서 가장 의미 있던 강의를 꼽으라면 나는 이 강연을 꼽는다. 강의도 들을 대상이 있어야 할 수 있다는 소중함을 이때 빨리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강의를 함에 있어 환경 탓을 하지 않는다. 때로 교육대상자의 태도가 처음부터 불량해도 자리에 있는 것에 그저 감사하고 웃으며 그에게 진심으로 대한다. 신기하게 내가 진심으로 대하면 그도 나에게 진심으로 대하며 마음을 준다. 누군가의 마음을 여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내겐 행운이다. 내 강연을 들을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고맙다.
사실 어부바 자세로 시작점에 많이 서봐도 늘 두렵기는 매한가지다. 젊은 나이에 교육 사업을 시작해 1평짜리 사무실에서 하루 영업 콜을 50통씩 돌릴 때도 두려웠고, 작가가 되기 위해 첫 시집을 출간하고 독자분들의 평가를 받는 일 또한 두려웠다. 그래도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왔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더 차분하게 영업 콜을 하고, 즐기며 글을 쓴다.
그럼에도 어부바를 하고 출발을 많이 하면 뒤로 넘어지는 일이 많다. 즉 엉덩방아를 많이 찧는다. 엉덩방아를 찧면 그대로 바닥에 눕고 싶고, 내게 주어진 무게들도 다 놓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런데 그 시간이 길어지면 회피형 인간이 돼버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돼버리고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조차 부정하게 된다. 물론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픔은 치유할 수 있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어쩌면 당연하게 찾아올 수많은 엉덩방아 사건들을 인생의 큰 사건으로 받아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태를 만들면 내 안의 두려움과 공존할 수 없게 되고 나아가는 일을 불편하게 여길 수 있다.
그래서 엉덩방아를 찧면 엉덩방아 근육도 만들 수 있고, 혹시 짝궁뎅이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쏠려 엉덩방아를 찧면 짝궁뎅이를 완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엉덩방아 찧은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우면 가끔은 거울을 쳐다봐도 좋다. 그럼 혼자서도 잘 웃게 된다. 그저 웃고 긍정하는 게 살면서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만 넘어져 눈, 코, 입이 다치지 않는 이상 엉덩방아는 계속 찧어도 괜찮다. 뇌색녀, 뇌색남이 있듯 엉색녀, 엉색남이 되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우리의 눈, 코, 입은 다치지 않게 사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아침에 눈을 떠 좋은 풍경을 눈에 담고, 좋은 문장들을 보고, 산책을 하며 좋은 냄새를 맡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스스로에게 보상을 잘해주는 것은 삶에서 너무 중요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수많은 어부바를 하고 시작점에 섰다면, 하루 중에도 나를 위한 선물들을 많이 찾아야 한다. 우리에게 눈, 코, 입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아. 당연히 얼굴 전체도 중요하니 일주일에 두 번은 마스크팩을 꼭 하는 게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