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올해 삼성 야구 몇 강 갈 것 같아?

by 김지훈

"아빠 올해 삼성 야구 몇 강 갈 것 같아?"

"5강은 가지. 올해 신인 김지찬도 있고 작년 최재흥도 구위가 올랐고..."

"무슨.. 맨날 5강이래."

"그래야 희망도 있고 재미도 있지. 이놈아"

내 눈에 보이는 아버지의 아이 같은 취미가 있다. 그건 바로 프로야구를 응원하는 것이다. 아버지가 가장 먼저 들어간 회사가 삼성이고, 동료분들과 삼성을 응원하며 일의 고단함을 해소했기 때문에 아직도 그 추억을 간직한 채 삼성을 응원하신다. 물론, 나 역시도 내가 5살 때부터 아버지가 나를 야구장에 데리고 다녔기 때문에 어느 순간 삼성 응원가가 나오면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저절로 스포츠는 삼성을 응원하는 오랜 팬이 되었다.


아버지랑 내가 데이트를 하면 대화의 3분의 1은 삼성 야구에 대한 것이다. 물론 축구와 농구 개막 시즌에는 자연스레 축구와 농구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래도 그중에 우리 아버지가 제일 보기 좋아하는 스포츠는 야구이다. 올해는 TV로 밖에 중계를 못 보는 상황이지만, 주말 야구가 잠실이나 문학 혹은 목동 경기장에서 열리면 우리 부자는 피자와 맥주를 넉넉하게 챙기고 야구장에 들어선다. 야구장에서 내다보는 광활한 정경과 간혹 불어주는 바람의 시원함, 그리고 멋진 경치와 그 경치에 더해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들을 보고 있자면 맥주도 꿀떡꿀떡 잘 넘어간다. 아무래도 술집에서 맥주를 먹을 때보다 시야가 뻥 뚫린 야구장에서 피자와 맥주를 마시는 게 더욱 꿀맛이다. 아버지는 지금도 집에서 나와 맥주를 드시다가 "그래도 아들, 피맥은 역시 야구장이다. 그렇지?" 하고 물어보신다.


아버지에게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고, 잠시나마 일의 무게를 덜 수 있는 일탈이 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나는 야구장에서 아버지의 아이 같은 모습을 자주 봤고, 그 모습에 덩달아 행복한 적이 몇 번 있다. 물론 우리가 응원하는 팀이 점수를 못 낼 때는 "에잇, 에잇.." 하는 아버지의 한탄이 내 귀에 쏙쏙 박힌다. 그러다 갑자기 선수들이 살아나 역전을 하거나 홈런을 치는 날에는 "우와~~~~~~" 소리치면서 아버지와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뛴다. 우리 부자는 우리도 모른 채 손의 깍지를 끼고 서로의 하회탈 같은 표정을 바라본 채 방방 뛰고 있다. 점수를 내면 야구장에서 나오는 응원가도 안성맞춤처럼 흘러나온다. 아버지와 어깨동무를 하고 오른쪽, 왼쪽으로 몸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내려다보이는 경기장도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보이고, 그 모습이 아주 재미있다. 아버지와 경기를 보며 수리로 "짠~!" 하고, 연거푸 마시고 있는 맥주 탓에 우리가 취해 경기장이 흔들린 것일 수도 있다.


나는 야구 시즌이 다가오면 자연스레 아버지 생각을 먼저 한다. 내가 일 하느라 데이트를 하지 못하는 날들에도 '아버지가 야구 보면서 힐링하시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면 일 하면서도 미소가 지어진다. 야구는 월요일 빼고는 무려 6일이나 진행되는 스포츠이기에 우리 아버지에게는 꿀맛 같은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아빠, 야구 개막하니까 덜 심심하지?"

"그래, 그래도 퇴근하고 야구가 있으니까 덜 외롭다 아들."


아버지의 아이 같은 표정을 자주 목격하며, 나는 아버지와 더 친구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나보다 몇십 년 먼저 앞길을 걸어갔을 뿐 여전히 아이처럼 나와 함께 방방 뛰고, 하회탈처럼 해탈한 채 웃는 아버지에게 더 꿀맛 같은 시간들을 선물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올해는 아버지의 바람처럼 삼성이 5강에 들어가면 좋았겠지만, 선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관성의 법칙인 듯 삼성은 여전히 8위를 고수하고 있고, 8위로 시즌이 마감될 예정이다.

"아빠. 내가 얘기해잖아. 삼성 아직 5강 못 간다니까..."

"처음에 잘하니까 아빠가 엄청 기대했지..."

"그래서 내년에는 삼성 몇 강 갈 것 같은데?"

"내년에는 무조건 5강 가지. 오승환도 적응했고, 김동엽이 살아났잖아."

"우리 아빠 삼성 야구는 엄청 관대하네."

"아빠가 너 어릴 때부터 다녔던 회사가 삼성이잖아. 매일 응원도 하러 갔었고... 삼성 내년에 5강 가면 아들 티켓 빨리 끊어라."

"응. 일단 5강 가고 얘기해."

"5강 간다니까 이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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