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이거 안 했더니 찝찝한 걸!

금요일 저녁 다섯 시, 나만의 멋진 피맥 타임을 가지기 위해!

by 김지훈

노니주스, 합초즙, 호박즙...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내가 가장 떠올리는 단어들이다. 단어들을 떠올리면 갈증이 생겨 바로 일어나 노니주스를 마시고, 함초즙을 마시고, 호박즙을 마신다. 애초부터 건강한 것들로 아침을 채우면 좋았을 텐데, 내 건강한 아침 습관은 건강하지 않은 습관들로부터 시작되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치질에 걸린 적이 있다. 그것도 무더운 여름, 대프리카로 불리는 대구에서 청소년 강의를 장기간 할 무렵이었다. 강의를 하는데 항문이 따갑고 가려움이 생기면, 강의 중간에 화장실로 뛰어가 가려움을 예방하는 약을 바르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강의를 하다가 가끔씩 등장하는 이상한 내 표정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학생들의 표정을 난 잊지 못한다.

'아. 선생님이 치질이라 가끔 항문이 따가워. 중간에 이상한 표정이 나와도 너희가 이해 좀 해줘.'라고 말할 만큼의 용기는 나에게 없었다. 치질의 원인은 카페인이었는데, 아침에 마시는 카페인 함량이 많은 커피가 원인인 듯했다. 그래서 그 뒤로 3년 넘게 그 커피와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내가 잔인하게 그 커피를 찼다. 대신 수많은 정보 검색을 통해 식이섬유 함량이 많은 함초즙을 꾸준히 섭취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치질도 예방되고, 쾌변도 하게 되어 삶의 질이 올라가고 있다. '인생은 쾌변처럼'이라는 카피를 만들고 싶을 정도로 쾌변의 기쁨은 크다. 어쨌든 그 뒤로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돼 몸에 좋은 것들을 규칙적으로 섭취하고 있다.


지속적인 습관은 몸이 기억한다. 혹여나 아침에 노니주스를 먹는 걸 깜박하면, 뇌에서 찝찝함이 스멀스멀 올라와 노트북 혹은 내 핸드폰의 화면에 글자로 '노니'라고 정확히 박히고, 난 그 길로 노니주스를 마시러 냉장고로 떠난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습관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하루에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 세 가지는 일정표에 미리 적어둘 것을 추천한다. 내 경우를 살펴보자면 우선, 교육사업가로서의 역량을 향상하기 위한 제안서 작성과 영업활동은 하루 일정 계획에 꼭 들어간다. 그리고 더 성숙한 작가가 되기 위한 글 쓰기도 포함한다. 나는 적어도 하루에 이 세 가지를 해야 찝찝함이 덜 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편하다. 이 세 가지가 지켜지는 기본 틀 안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러닝을 하는 등의 다른 활동을 병행한다. 혹시나 어느 날은 내 자아 속 게으른 아이가 부지런한 아이를 이겨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를 못한다면 운동을 포기하고 새벽까지 못 한 일을 하고 잔다.


하루에 해야 할 것 세 가지를 적을 때 주의할 것은 '나와 결이 맞느냐'는 것이다. 나의 경우 당해에 교육 사업을 통해 꾸준히 생산성을 올려야 하기에 교육 사업을 잘하기 위한 기획력, 영업력, 진행력 등을 향상하는 활동은 계속하는 게 나와 결이 맞는다. 또한, 독자분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호흡하기 위한 지속적인 글쓰기도 내 색깔과 맞는 활동이다. 아직, 나와 어떤 결이 맞는지 모르는 경우라면 여러 경험을 통해 자아를 찾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도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하루에 나와 결이 맞는 세 가지 활동을 안정적으로 하는 것이 삶을 살아갈 때 도움이 된다.


사실, 개인사업가로 출퇴근 시간이 정해지지 않는 삶을 살기에 고요한 새벽 제안서 작업이나 글을 쓰면 맥주 한 캔과 달콤한 과자가 엄청 당긴다. 마음속으로는 수백 번은 더 먹고 마시고, 살짝 취해 노래도 흥얼거린다. 그런데 그 달콤한 꿈은 금요일 오후 다섯 시까지 미룬다. 그전까지 계획한 것들을 다 하면, 금요일 오후 다섯 시가ᆢ되었을 때 한치의 오차와 망설임도 없이 동네 피자집에 전화해 "콤피네이션 피자 라지 포장해주세요!"라고 미소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고, 내게 주어진 포상 시간을 맘껏 즐긴다. 김치냉장고에 꽁꽁 얼려둔 캔맥주와 함께.

하루에 해야 할 것 세 가지는 하자. 그러면 금요일 저녁에 피맥 타임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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