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는 왜 그렇게 빨리 결혼했어?"
"아빠? 아빠 때는 그게 빠른 게 아니었어. 25살쯤 결혼하는 게 평균이었어."
"엄마랑은 어떻게 결혼했는데?"
"아빠가 회사 다닐 때 너희 엄마 만났는데, 갑자기 창원으로 발령이 난 거야. 엄마도 그때 일하고 있었어. 아빠가 엄마 만나서 창원 같이 갈 거냐고 물었는데, 엄마가 같이 간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결혼해서 같이 살았지. 아빠가 젊을 때 잘 나갔거든. 그러니까 너 엄마도 아빠한테 반한 거지."
"그렇겠네. 아빠 지금도 잘 생겼는데 능력까지 좋으니까 엄마가 따라갈 수밖에 없었겠네."
"그렇지."
아버지를 만나면서 아버지를 모를 때가 더 많았다.
아버지가 결혼은 어떻게 했는지, 직장생활은 어땠는지, 어떻게 하다가 아버지로 살게 되었는지. 그런 것을 물어본 것은 내가 어릴 적 꿈꾸었던 마냥 행복할 것만 같던 연애, 직장 생활, 인생 그 자체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다.
어쩌면 우리의 아버지들은 자식들이 더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본인의 서운함을 표현 못하는, 그저 인내심 많은 무뚝뚝한 아버지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빠는 회사 생활 어땠어? 안 힘들었어?"
"아빠 회사 다닐 때는 협동하고 단결하는 조직문화가 워낙 강해서 위에서 하라고 하면 다 하는 세대였지. 그때는 다 그렇게 하는 거니까 힘든 줄도 몰랐어. 아빠는 주말에 산도 타고 동료들이랑 족구도 엄청 하고 술도 많이 마셨어."
"아빠, 요즘은 주말에 산 타러 나오라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야. 나는 지금도 회식하고 술 마시는 게 그렇게 힘든데 그래도 진짜 아빠 대단하다."
"아빠 때는 술 못 마시고 그런 게 어딨어. 그냥 못 마셔도 마시다 보면 잘 마셔지는 거야. 어떻게 보면 예전이 더 무식했어. 그런데 또 그 시절이 동료들이랑 함께 하다 보니 웃을 추억도 많기도 하고... 가끔 아빠도 예전이 그립지."
"그렇겠네. 그래도 지금 내가 아빠랑 산 타고 술 마시잖아."
"그렇지. 우리 아들이랑 산 타고 술 마시는 게 더 재밌지."
나는 아버지가 추억 얘기를 할 때 아버지의 표정 변화를 가만히 살펴본다.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가 그 시절을 회상하는 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아버지가 더 젊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우리 아버지 젊어지라'고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더 물어보기도 한다.
가끔은 지금 세대에 비해 너무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버지로 살아온 그 모습이 짠하고 아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아버지와 데이트를 할 때면 아버지가 좋아하는 것, 아버지가 하고 싶은 것을 많이 기억하고 함께 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저녁 7시가 되어야 배고픈데, 아버지가 오후 5시에 배고프면 함께 식사를 하러 나가고, 아버지가 주말에 낮술을 하고 싶어 하면 함께 낮술을 마신다. 내가 낮술을 함께 마시면 아버지는 '이런 게 행복이지'라며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신다. 예전에는 할 일을 다 끝내고 아버지와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은 할 일을 조금 미루더라도 아버지와 먼저 시간을 보낸다. 내가 조금 더 피로감을 느끼더라도 아버지보다 젊으니까 내가 더 노력하고 관리를 해서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제목이 <아버지도 나를 슬퍼했다>인데, 왜 사랑 얘기도 시에 있어요?"
북토크를 할 때면 독자분들이 왜 아버지를 주제로 한 시에 사랑 얘기도 있냐고 질문을 하신다.
"지금 우리의 아버지도, 우리처럼 연애를 했고, 젊은 20대를 보냈고, 많은 꿈을 꾼 분들이잖아요. 우리랑 똑같은 것을 경험하고 느낀 분들이 우리의 아버지가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랑 얘기와 아버지는 별개가 아니에요. 아버지로 살아왔기에 표현을 안 한 거지, 여전히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청춘을 갖고 있어요. 제가 써 내려간 사랑 얘기, 이별 얘기, 좌절하고 방황하는 얘기들은 우리 아버지들 역시 간직하고 겪었던 얘기들이에요. 저는 저를 포함한 자녀분들이 아버지의 청춘과 지금 우리가 겪는 청춘을 함께 얘기하고,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요. 아버지에게도 청춘이 있잖아요."
독자분들의 물음에 나는 겪고 있는 세대만 다를 뿐, 아버지도 우리랑 똑같은 청춘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 그 청춘을 우리가 잊고 사는 건, 아버지가 얘기 안 해서도 있지만 내가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관심을 갖고 보이지 않는 것도 보려 하면, 평소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일 때가 있다.
아빠의 청춘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