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뭐하고 싶은데?"

by 김지훈

"아빠는 제일 하고 싶은 게 뭐야?"

"아빠는 우리 아들이랑 여행 많이 다니고 싶지."

"여행? 많이 갔잖아. 야구 보러 대구도 가고 제주도도 가고..."

"국내 말고 일본... 아빠가 너 나이 때 일본으로 출장 다니면서 추억이 많거든..."


아버지랑 술을 마시다 문득 아버지가 제일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여쭤본 적이 있다. 나는 아버지와 술을 마시며 내가 하고 싶은 강의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고 싶은 지 이것저것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꼭 내가 물어봐야 대답하는 성향이 있어 이번에도 내가 직접 무얼 하고 싶은 지 물어보았다. 나와 일본 여행을 가고 싶다는 아버지의 대답에, 왜인지 예전부터 일본에 대해 자주 언급했던 아버지의 표정이 떠올랐다.

"지훈아, 일본은 물이 깨끗해. 그래서 온천 하면 기분도 좋고 무엇보다 맥주 맛이 좋아."

"아들... 네가 알지 모르겠지만, 아빠가 일본 말 잘하거든."

아버지의 젊은 시절의 멋있던 추억이 있는 곳을 회상할 수 있는 곳은 어떨까.

우리 아버지가 유창한 일본어로 멋짐을 뽐낼 수 있는 곳은 어떨까.


사실 당시 내가 사업을 한 지 이제 1년을 넘은 때라 그저 잘 버틴 걸 다행으로 생각하던 시기여서 다음 연도 내가 돈을 잘 벌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었다.

"그래, 이번 여름에 휴가 맞춰서 나랑 일본 여행 가자."

그럼에도 나는 아빠의 기대하는 표정을 보며 말을 우선 내뱉었다. 그리고 다음 해에 나는 전년도보다 삶에 더 충실했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을 했다. 돈을 많이 벌어서 아빠와 여행을 가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 덕분이었는지, 아빠의 꿈 때문이었는지 다행히 당해에 내 사업이 잘 풀렸다. 그 덕에 여름에 아버지와 일본으로 여행을 갈 수 있었다. 우리는 요나고라는 온천마을이 있는 소도시로 여행을 갔었다. 무엇보다 한적한 곳에서 소도시의 매력을 느끼고 싶었다. 요나고 공항에 내리자마자 공항 검문대에서 아버지는 숨겨 왔던 일본어를 뽐냈다.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아버지가 일본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봤다.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다른 사람이 잘할 때 매력을 느끼는데, 일본어를 할 때 우리 아버지는 정말 멋있었다.


"아빠, 공항 식당에서 소바랑 생맥주 마실까?"

"좋지!"

일본 여행을 가기 전부터 소바와 맥주가 어떤 맛일까 기대하며 식당에 들어갔다. 소바와 맥주를 주문하고 아버지와 잔뜩 기대하며 음식과 맥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맥주 한 모금과 소바를 먹었을 때 너무 맛있어서 온몸에 행복 에너지를 가득 주입한 느낌이었다. 맥주는 불순물이 없어 깔끔했고, 맑은 냇가가 생각날 정도로 청량했다. 소바의 면은 탱탱하면서도 쫄깃해서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다. 아직 본격적인 여행을 하기 전인데 우리 부자는 소바를 더 주문하고 생맥주도 세잔이나 마셨다.

"아들, 급할 게 뭐 있어. 천천히 가자."

"그래, 많이 돌아다녀서 뭐해. 생맥주 마시는 게 여행이지 뭐. 이렇게 여유 즐기는 거지. 그런 의미에서 한 잔 더 시킬까?"

"좋지."

일본에서의 시원한 맥주 인증

아버지와 그렇게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은 채로 기차를 탔다. 기차 창가로 요나고의 시골 정경을 보니 마음이 풀렸다. 아버지의 시선도 시골 풍경에 한참 동안 머물렀다. 그렇게 마음에 여유를 느끼다 보니, 내려야 할 역에 도착했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해외에 와서 그런지 20분 만의 짧은 휴식만으로도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이었다. 우리는 호텔 안에 있는 온천을 이용하려 방을 나섰다. 우리 부자는 평소에도 사우나를 하는 걸 좋아해서 넓고 큰 규모에서 온천을 시원하게 즐겼다. 무엇보다 야외 온천이 개장되어 있어서 시원한 공기를 느끼다가도 뜨거운 온천을 즐길 수 있어 몸과 마음이 동시에 상쾌해졌다.

"아빠, 온천 끝나고 해변 좀 산책할까?"

"좋지."

아버지와 온천이 끝나고 해변을 걸었다. 잠시나마 한국을 떠나 아버지와 해외에 있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해외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있는 것도 서로한테 더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화려했던 젊은 시절을 회상하고 얘기를 할 수 있는 곳이라 아버지가 많이 설레어하는 게 느껴졌다.

해변에서 아버지와 함께!

"아빠, 일본 오니까 좋아?"

"아들, 너무 좋다. 아빠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그리고 요나고는 사람도 얼마 없고, 아들이랑 서로한테 더 집중할 수 있으니까 더 좋다"

아버지의 '좋다'라는 얘기를 일본 여행에서 가장 많이 들었다. 아버지가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더 빨리 해외여행을 함께 하면 좋았을 것이라는 반성도 들었다. 아버지도 아버지의 젊었던 좋은 시절을 다시 돌아갈 길이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으로 했다. 나이는 돌릴 수 없어도 추억으로 가는 길은 함께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이라도 아버지의 '좋다'라는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앞으로도 아버지와 좋은 기억을 많이 소장하고, 그 기억을 꺼내어 자주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다


아버지와 비행기를 타고

마음 둘 공간에 도착해 맥주 한 잔에 마음을 푼다


핑크빛 바다 물결에 시선을 두다 사진을 찍으니

‘좋다’라는 아버지의 웃음 진 소리가

귀에 꽂힌다


바람이 지나간 곳에 흐트러진 노을

어둠을 깨려는 시원한 파도소리

짙게 드리워진 그늘에서도 유난히 맑았던

아버지의 표정을 따라가다

또 한 번 정적을 깨고 들리는 소리


“좋다”

‘아버지... 저도 지금 이 순간이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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