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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여행하면 가족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아빠 육아 여행기

우리 가족은 여행 중이다.

말레이시아 한 달 살기 중인데 벌써 20일이 지나가고 있다.


여행을 하면 사람들이 성장을 한다고 하는데, 여행하면서 항상 느끼지만 성장까지는 모르겠고 조금씩 변해가는 것은 느낄 수 있다. 

오늘은 평소와 다른 색다른 것을 하기 위해서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있는 이케아와 재래시장에 갔다 왔다. 아이들은 장난감 사달라, 수영장 가자 있는 땡깡 없는 땡깡을 부리기 시작하는데 그냥 무시하고 가보기로 했다. 


말레이시아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30% 정도 저렴하기는 한데 이케아 음식값이 많이 저렴했다. 아이스크림 콘이 200원, 핫도그가 빵 포함해서 600원이다. 정말 저렴하다.

요기부터 하려고 핫도그 2개, 음료 2개, 아이스크림 콘 2개를 샀다. 맛이 있는지 아이들이 흡입을 하면서 먹었다. 그리고 아내와 딸이 화장실을 간 사이 우리 아들이 나에게 물어본다.


"아빠 핫도그 하나 더 먹고 싶어."

"그럼 원우가 가서 달라고 이야기해볼래?"

"뭐라고 해야 하는지 몰라. 아빠가 같이 해줘요."

(우리 아들은 부탁할 때 존댓말을 쓴다.)

"원우가 가서 '핫도그 플리즈'하면 돼"

"핫도그 플리즈?"

"응, 그렇게 하면 돼"


아들에게 2링깃을 주어주고 카운터로 갔다. 아들이 이야기한다.


"핫도그 플리즈"


카운터 직원이 잘 못 알아 들었는지 아이스크림을 주려고 한다. 내가 나서서 핫도그로 다시 주문하고 돈은 우리 아들이 주었다. 하지만 아들은 본인이 주문한 것으로 안다. 본인이 "핫도그 플리지"도 하고 돈도 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리 아들은 용기를 한 움큼 얻은 것 같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이케아에는 키즈카페가 있다. 시스템을 보니 입구에 아이들을 맡기고 부모는 쇼핑하고 한 시간 후에 아이를 찾으러 가는 것이다. 키즈카페 입구는 이케아 입구에 있고 키즈카페 출구는 계산하기 전에 있다. 키즈카페 입구와 출구가 다르다.


아내가 아이를 맡기러 갔는데 여권을 달라고 했다. 당연히 여권이 없다. 어디를 다녀도 여권은 분실하지 않아야 하기에 숙소에 숨겨놓는다. 그래서 아이들을 들여보내지 못했다. 갑자기 나는 내 지갑에 운전면허증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한번 가서 시도를 해봤다. 된다. 사진 하고 신분증에 무언가 번호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키즈카페에 넣었다. 

엄마도 아빠도 아이를 위해서 귀찮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해봤다. 아빠의 마음속에 '역시 안 해보는 것보다 해보는 것이 더 좋다'라는 생각을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이를 키즈카페 넣어놓고 걱정이 된다. 

'우리 아이들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데 쉬 마렵거나 그러면 어쩌지? 바지에 싸는 거 아냐?'

나중에 우리 딸에게 물어보았다.                                                                                                                                                                                                                                                       

"키즈카페 어땠어?"
"재미있기도 하고 재미없기도 했어"
"모가 재미있었어?"
"거미줄 올라가는 거랑 색칠하는 거"
"모가 재미없었어?"
"키즈카페가 살짝 작았어"
"영어로 슈즈 그러면서 이야기하는 거 들으니까 어땠어?"
"살짝 어색했어"
"못 알아듣고 그랬어?"
"몰라 그냥 괜찮았어"                                                   


부모의 걱정과는 다르게 아이들은 재미있게 놀았나 보다. 육아 명언에 이런 게 있다.


"적응 못하는 부모가 있지 적응 못하는 아이는 없다."


이렇게 부모도 아이도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쇼핑을 마치고 계산을 하는 머그컵이 3링깃(약 600원)이어서 샀는데 계산할 때 10링깃(약 3천 원)으로 계산이 되었다. 환불을 해야 하는데 남의 나라라 귀찮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두 개를 샀으니 고작 6천 원인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냥 카운터로 가서 리턴해달라고 했다. 바로 해줬다. 난 왜 두려워하며 고민을 했을까?


여행을 하면서 아주 큰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우리 가족은 여행을 하다 보면 소소한 경험을 통해서 조금씩 자라고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정말 소소하게 말이다.

아들이 핫도그를 사는 경험을 통해서, 딸이 공짜 영어 키즈카페를 가면서, 아빠는 그것들을 중재하면서, 엄마는 많은 것을 즐기면서 조금씩 자라고 조금씩 달라진다.


이렇게 아이들도 자라고 엄마, 아빠도 자라고 있다. 

아이들의 부모에 대한 믿음과, 부모의 아이들에 대한 믿음도 자라나고 있다.


여행은 가족이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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