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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기 여행 후에 가족이 어떻게 변했나요?

행복덩이 아빠의 아빠 육아 여행기

우리 가족은 2년 정도 계획을 세워서 해외 한 달 살기를 했다. 

사람들에게 "해외 한 달 살기 했어요" 하면 반응은 두 가지다.


"좋았겠다."

"한 달 동안 뭐 했어?"


심정을 이야기하면 한 달 살기 해서 좋다 나쁘다란 감정이 크게 없다. 물론 둘 중에 하나를 이야기하라면 좋다는 감정에 좀 더 가깝다. 왜냐하면, 한 달 살기라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정말 살기다. 하루에 밥을 한 번은 해야 하고, 청소기도 매일 돌려야 하고, 설거지도 매일 하고, 빨래는 이틀에 한 번은 해야 한다. 정말 그냥 현지에서 사는 것에 대한 경험을 한 것이다. 그러니 아주 좋았다라기 보다 좋은 경험을 했다가 더 맞는 표현이다.

그래도 한국에 오니 할 일이 많아지면서 혈압이 다시 오르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해외에서 스트레스는 정말 덜 받았나 보다.


한 달 동안 한일은 가족과 함께 있고 아이들과 논 것 밖에 없다. 그래서 어린이집 정말 그리웠다. 어린이집은 천국이다. 한 달 동안 두 아이를 엄마, 아빠가 전담해서 돌보고 놀러 다니면서 힘들었다. 항상 조용한 아내도 아이들에게 신경질을 내기도 하고, 나는 몸이 힘들면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독박으로 아이 둘 이상을 돌보는 엄마들은 얼마나 힘이 들까? 아무리 아이가 좋아도 본인의 체력을 위해서 조금씩 아이를 외부기관에 보내시는 것이 좋을 듯하다. 내가 한 달 동안 아이들과 해보니 나도 힘들고 아이들도 지루해한다. 놀러 다니는 것도 한나절이지 매일 하루 종일 놀러 다닐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해외에서 한 달 살기가 끝나갈 무렵 우리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나은아, 나은이는 여기 와서 뭐가 가장 좋아?"

"우리 가족이 같이 있는 거"

"한국에서도 항상 같이 있잖아?"

"그래도 엄마나 아빠 한 명은 늦게 들어오잖아"

맞는 말이다. 한 명은 일을 했어야 하니까.

"여기서 매일 수영하고 그런 건 안 좋아?"

"그것도 좋아. 그래도 가족이 같이 있는 게 제일 좋아"


"아들. 아들은 여기 와서 뭐가 가장 좋아?"

"나 집에 갈 거야. 우헤헤헤.."

5세 남자아이에게 감정을 이야기하게 하는 것은 아주 힘이 든다. 그래도 끈질기게 물어봤더니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 여기서 장난감 산거. 우헤헤헤"

해외 나가면 기념으로 장난감을 하나씩 사주는데 이번에는 3번을 사주었다. 원래 기념으로 하나, 크리스마스라서 하나, 생일이라서 하나. 그래서 우리 아들이 해외여행이 좋았나 보다. 다음에는 정말 한 번만 사주는 걸로.


나는 성인이라서 그런지 여행 후에 크게 변한 것은 없다. 그냥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기분이 조금은 즐겁다는 정도가 변한 것일까? 여행 중에 아이들이 정말 자랐다. 키도 조금, 몸무게도 조금 자랐다. 그리고 인지 능력도 확실히 자라났다.

우리 딸의 경우는 자존감이 부쩍 커졌다. 아무래도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에게 치이고 친구들에게 치여서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많이 못하고, 감정 표현도 많이 못했었던 것 같다. 부모랑 한 달 온전히 같이 생활을 하고 나서 어린이집을 갔다 오니 어린이집에서 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한다. 그리고 좀 더 자신 있게 자신을 표현한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자존감이 좋아졌다고 느껴진다. 어른도 여행을 통해서 본인의 자아를 키운다. 우리 딸도 부모와의 여행을 통해서 본인의 내면을 건강하게 만드었던 것 같다.

우리 아들은 말이 많아졌다. 원래도 말이 많은데 더 많아졌다. 그런데 말을 하는 것을 살펴보면 여행 전보다 말에 논리가 확실하다. 한 달 동안 부모와 대화하면서 논리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했었나 보다.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보다는 친구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더 많았을 것이다. 부모와 함께 한 달이라는 시간이 아이의 인지 능력과 대화 능력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조금씩 자라 있는 우리 아이들을 보니 아빠는 너무 가슴이 뭉클하다. 뭉클함을 느끼는 것을 보니 나는 아빠가 맞는 것 같다.


한 달 여행 이후 아내는 또다시 비행기표를 검색 중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달 여행을 위해 결재를 했다. 가정의 경제는 여행 갔다 와서 고민하기로 했다. 지금이 인생 중에 아이들과 여행 다니기 가장 좋은 시절이기 때문이다. 



꾸페씨의 행복여행이란 책에 이런 말이 있다.


배움 6)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나는 아직까지 이 말의 의미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나의 인생의 목표는 행복하게 사는 것이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아이들과 여행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여행을 가는 것이 행복하게 살기 위한 나의 인생 계획에도 적혀 있다. 아마도 꾸뻬 씨가 하고 싶은 말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노력하지 말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서 노력하라는 것이리라. 그래서 현재의 행복을 위해 아내가 또 비행기표를 결제했다.


여행은 어른이 얻는 것보다 아이가 얻는 것이 더 많다. 어른은 이미 많은 경험을 했지만 아이들은 모든 것이 새로운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행 후에 아이들이 조금씩은 변해 있다. 중요한 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변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부모도 행복해야 한다. 인생의 목표가 행복인 것이 잘못된 것일 수 있지만, 여행의 목표를 행복한 여행으로 잡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변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배움) 여행의 목적은 행복한 여행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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