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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을 피하지 않고 맞서는 군인정신

예배당에 말벌 등장

by 진소은

군교회에 간지 2주, 3주쯤 됐을 때였나


군부대 위병소가 보이는 곳에 교회가 있는 것도 신기하고, 교회 안에 병사들이 군복 입고 예배당에 와있는 모습도 신기하고 직업군인과 병사들이 찬양팀을 하는 것도 신기하고, 직업군인과 군인 가족들이 교사를 하는 것도 신기하고 거의 90%가 군인과 군인 가족뿐인 이곳이 너무 신기하던 극 초장기 그때.


예배 시간에 말벌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


교회 주변은 온통 산과 자연이다. 물론 교회뿐만 아니라 부대도 군인아파트 관사도 모두 마찬가지!

날벌레며 뱀이며 모기며 거미며 장수풍뎅이며... 여러 곤충과 벌레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이곳이 여전히 낯선 나는 안 그래도 벌레와 곤충을 엄청나게 무서워하는 쫄보였다...


직업군인의 아내가 되면 곤충과 벌레가 가득한 자연에서 살아야 한다는 게 너무 무서웠는데 그날이 오고야 만 거다. 그리고 그 곤충은 교회 내부 2층까지 들어오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날 우리는 병사들이 오는 신우예배가 아니라 군가족 예배시간에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목사님께서 설교를 하고 계셨고, 나는 오른쪽 맨 끝 분단 중간보다 약간 뒤쪽에 앉아서 설교를 듣고 있었다. 남편도 내 옆자리에서 설교를 듣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갑자기 천천히 책상 위로 손을 올리더니 주보를 둘둘 말았다. '뭐 하는 거지?' 궁금해서 남편을 쳐다봤는데 남편의 시선은 목사님 아니라 중간 분단의 허공을 향해 있었고, 그쪽의 다른 군인 분들도 몇몇 사람이 허공을 보고 있었으며 정말 재미있게도 손에 무언가를 하나씩 들고 계셨다. 대부분 우리 남편의 손에 들린 것처럼 돌돌 말린 주보였다.


손에 무기를 들고 있는 남자 집사님들의 시선 끝에는 말벌이 있었다. 크기가 꽤 컸고, 발견하고 나니 웅웅 날아다니는 소리도 크게 들렸다.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 머리 사이를 날며 비행을 즐기는 말벌을 모두가 주시하고 있었던 거다.


정말 신기하게도 아무도 무서워서 도망가거나, 숨거나, 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었다. 예배당 안에는 목사님 설교하시는 목소리만 들렸다. 전에 다니던 민간교회 예배시간에 이렇게 큰 말벌이 들어온 거면 다들 피하고 소리 내고 난리가 났을 거다. 게다가 말벌이면 잡힐 때까지 예배에 방해가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는 어디? 군인정신으로 무장한 군교회가 아닌가. 확실히 달랐다.


말벌이 비행할 때 적절한 위치에 계시던 한 남 집사님이 주보를 두르셨고, 말벌이 비껴 맞았는지 내 남편 쪽으로 날아왔다. 남편도 피하지 않고 주시하고 있다가 주보로 말벌을 삭 쳐냈고 말벌은 조금 떨어진 곳 바닥에 안착했다. 그리고 그 근처에 앉아있던 다른 남 집사님이 가볍게 마무리하셨다.


우리 남편도 작업하다가 말벌에 쏘여서 퉁퉁 부어서 병원에 갔던 적이 있고, 자연에서 작업하고 훈련받는 군인들은 말벌이고 뱀이고 수없이 만나는 게 일상이었다.

그들은 항상 자기 자신과도 싸워야 했고, 적군과도 싸워야 하며, 날씨와 자연과 그곳의 적들과도 싸워야 했다. 그래서 말벌이 낯설거나 두렵지 않았던 거다. 말벌에게 누군가 쏘여서 다치면 안 되고 특히나 어린아이들이 같이 앉아있기도 했기 때문에 더더욱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말 짧은 시간 안에... 빠르고 정확한 힘과 각도 속에서 말벌과의 싸움은 승리로 끝났다. 그것도 아주 조용히. 안전하게.


말벌과의 전쟁이 종료되자마자 다들 주보를 내려놓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말씀을 들었다. 정말 군인들의 칼각과 그 특유의 분위기가 진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ㅋㅋㅋㅋ


말벌을 정말 무서워하는 내가 이렇게나 차분하게 앉아 있을 수 있다니 ㅋㅋㅋ 남자 집사님들의 침착함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믿음직한 모습에 안심이 됐던 것 같다. 우리는 적을 무사히 무찌르고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말벌에게는 미안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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