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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떼고 만나는 군인교회

군인들이 다니는 군교회를 가다

by 진소은

연애할 때부터 남편이랑 결혼하면 언젠가 군교회를 섬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특수한 환경이니만큼 군교회가 많이 열악하고 일꾼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청년시절에 교회에서 잘 양육받고 배워서 군교회에서 봉사하고 공동체를 세워가자는 생각을 했던 거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는 군교회에 가게 됐다.


남편 부대의 군교회가 영외에 있다 보니, 부대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접근(?)할 수 있었다.

외관상 특별히 군부대 교회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군대에 대해 잘 모르는 내 상상처럼 교회 건물에 밀리터리 무늬라던가 군인 관련된 거라던가 그런 특별한 건 없었다. 군교회도 일반 교회랑 다르지 않아 보였다. 군부대 앞, 어마어마한 자연 속에 있다는 것 말고는...^^


교회 입구로 들어가자, 다른 점이 확 눈에 들어왔다.

군복 입은 용사들이 엄청 많았다. 용사들은 다 군복차림...! 그리고 군복을 안 입었어도 남성분들은 누가 봐도 다 군인 머리였다. (여군과 민간인 남편 가정도 있겠지만 90%는 남군과 민간인 아내의 가정이었다)


목사님과 여전도회 집사님이 우리를 반겨주셨다. 그때 어떻게 딱 그렇게 입구에서 만난 건지!! 그리고 마침 남편 부대 선배를 딱 마주쳐서 남편이 바로 경례를 했다. 생소한 그 모습이 너무 재미있고 신기했다.


원래 한번 예배드려 보고 군교회 분위기도 보고 기도해 보고 등록하려고 했는데 등장과 동시에 목사님과 여전도회 회장 집사님과 남편 선배를 마주치게 되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우리는 교인 등록 카드에 등록을 하게 됐다.


예배당에 들어갔을 때 설교 주제가 영적전쟁 가운데 예수님을 바라보라는 주제였는데 왜인지 그날 설교와 말씀 내용도 군인 교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계속 다녀보니 딱 그날만 유독 그랬던 것 같다.)


광고시간에 새가족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다. 나랑 남편이 인사하러 앞으로 나갔다. 다행히 우리말고도 세 가정? 정도가 더 나와서 덜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다행히 부부 두 사람 중에 한 명이 마이크 잡고 이름과 간단한 인사를 하는 정도여서 자연스레 남편이 마이크를 잡고 인사했다. 남편은 우리 가정 소개를 한 후 앞장서서 열심히 섬기겠다고 이야기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예배 마친 후 구역끼리 모여서 식사했고 새가족들은 목사님과 같이 앉아서 식사를 하게 됐는데 마주치는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많은지 경례하며 인사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나한테는 그냥 집사님, 장로님들인데 남편은 부대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교회에서 만난 경우고, 남편이 나이가 어린 편이라 거의 윗사람들이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았다. 식사할 때도 내 앞에 앉아계신 분이 말도 먼저 걸어주시고 후식으로 나온 도넛도 주시고 해서 맛있게 잘 먹고 잘 있었는데 남편은 평소랑 달리 약간 긴장한 느낌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앞에 계셨던 분이 별을 단 장군님이라고 했다. 부대에서 계급 높은 분이라는데 그래서 남편이 긴장을 했나 보다. ㅎㅎㅎ


군교회 내에 규칙이 있었다.

군교회에 군인들이 있다 보니 직업 특성상 계급과 소속이 다르지만, 교회 안에서는 모두 같은 하나님 자녀로, 성도로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계급 대신 '성도님' '집사님' '장로님' 호칭을 사용한다는 거다.

물론 그래도 서로 일터에서도 만나는 사이인데 마냥 일반 교회처럼 편하게 서로를 대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교회공동체 안에서는 동등하게 편하게 교제하자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첫날, 남편이 경례하고 긴장하고 그래서 교회 다니기 힘들려나? 군교회가 남편한테 부담스러운가? 싶었는데 첫날만 그랬지.. 점점 적응하고 익숙해지니까 지금은 이때가 기억도 안 날만큼 남편이 아주 편하게 잘 지낸다 ㅎㅎ 오히려 교회에서 군인 집사님들이랑 자주 보고 익숙해지니까 부대에서 일할 때도 더 반갑고 협업할 때는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했다.


최근에는 체력측정할 때 다른 소속인 우리 교회 집사님이랑 같이 체력측정을 하게 됐는데 원래라면 남이었고, 다른 소속이었을 사람인데 군교회에서 안면도 트고 교제도 자주 한 사이다 보니 편하고 즐겁게 같이 체력측정을 했다고 했다. 군교회 가면 어렵고 불편한 점이 많다고 들어서 단단히 마음먹고 왔는데 오히려 다들 너무 잘해주시고 특수직인 '군인'이라는 환경을 함께 이해하고 나누며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한마음으로 같이 나라와 부대, 군인가족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점도 참 좋은 것 같다.


군교회에 신우예배라고 용사들이 오는 예배가 있고, 군가족예배라고 직업군인들과 그 가족들이 와서 드리는 예배가 있고, 유초등 아이들이 드리는 어린이 예배가 있었다. 더 작은 군교회의 경우, 어린이 예배는 따로 없다고 한다. 여기도 중고등학생 예배가 따로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여건상 중고등학생 예배는 따로 없고 군가족 예배를 중고등학생 아이들이 같이 드리는 상황이었다.


남편이 군복무하던 병사였던 시절, 교회나 신앙과 멀어지기 아주 쉬우면서도 하나님을 만나기 아주 좋은 시기가 군복무 시기라는 걸 남편도 나도 몸소 잘 알게 되었고, 안 그래도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쳐 군복무하느라 힘들 용사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서 군교회를 섬기자고 다짐했던 거라 우리는 신우예배의 교사를 하고 싶었다. 일단은 처음이니까 조금 더 다녀보고 우리도 군교회에 적응하고 신우부를 섬기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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