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g 강아지가 우리 집에 오던 날

by 진소은

소망이는 정말 작았다.

500g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남자친구가 계약서를 작성하는 동안,

나는 켄넬 안에서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던

작고 귀여운 이 생명체를 한참이나 바라봤다.


강아지 키우는 방법,

분리불안 교육,

사료 주는 법까지

여러 안내를 듣고서

우리는 그곳을 나섰다.


남자친구와 둘이 함께 나섰던 그 길을

소망이와 셋이 함께 돌아가게 됐다.


둘이 왔는데 셋이 됐다!

정말 설레고 안 믿겼다.


마음 같아서는 소망이를 안고 가고 싶었지만

안전과 분리불안 교육을 위해

켄넬에 넣어 이동해야 했다.


그래서 소망이를 켄넬에 넣고,

그 켄넬을 꼭 안은 채 차에 올랐다.


차 안에서도 내내

소망이가 잘 있는지 궁금해서

작은 구멍 사이로 수시로 들여다봤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서둘러 울타리를 설치하고,

방석과 이불을 깔고,

물과 밥그릇 배변판까지 준비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켄넬 문을 열었다.


꼬물꼬물 귀여운 소망이는

겁도 없이 킁킁 냄새를 맡으며

한 발, 한 발 걸어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우리 집 바닥에

첫 발을 내딛었다.


그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런데 입 주변을 보니

무언가 묻어 있었다.

켄넬 안에는 토한 흔적도 있었다.


소망이가 멀미를 했나보다.


너무 미안했다.


물로 씻어주고 싶었지만

아직 목욕을 시키면 안 된다고 해서

물티슈로만 조심스럽게 닦아줬다.


오늘 처음 만난 작은 생명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벌써

'내 강아지' 라는 생각이 드는 건지

더럽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고,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이 작은 강아지가 멀미를 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

계속 안고 싶고, 계속 보고 싶었지만

분리불안이 생길까 봐

일부러 울타리에 두고

모른 척 했다.


대신 홈캠을 설치해두고

그 홈캠 화면으로 계속 소망이를 지켜봤다.


다음 날 아침,

소망이 눈가에 눈물이 말라

털이랑 엉겨붙어있는 걸 발견했다.


눈곱빛으로 떼어주라고 했지만

마른 눈물이 털에 붙어있어서

빗질하면 아플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작은 눈곱 하나도

쉽게 떼어주지 못했다.


결국 데려온 곳에 연락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강아지를 처음 키워보는 나는

눈곱 하나도 제대로 떼어주지 못하는,

참 서툰 보호자였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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