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사무소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다양합니다. 본래 목적은 부동산거래이지만 다른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중 등기부 등본상 명의자가 같은 동명이인임을 이용해서 매도인행세를 했던 한 노인에게 사기당할 뻔했던 사건을 공유해 볼까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잘 아는 개업 공인중개사가 겪은 일입니다.
어느 날 A 중개업소에 어떤 노인분이 자신의 부동산을 매도하겠다고 의뢰했답니다.
등기부 등본을 열람해보니 명의자가 같았기에 공인중개사 대표는 의심 없이 물건접수를 했다고 합니다. 그 물건은 경기도에 있는 토지라 브리핑이 쉽지 않은 토지였습니다.
때마침 적당한 손님께 브리핑을 하니 손님이 그 토지를 알고 있다며 매수를 원한다고 했답니다. 매수손님은 그 토지가 '매도인이 분명치 않아 매수가 보류 되었다', '매도자가 사망했다'는 등 여러 말들이 떠돌았던 토지라고 했답니다. 여튼 공인중개사 대표는 서둘러 매도인에게 계약하겠다고 전화했답니다.
하지만 통화할 때 이상한 점이 있었는데, 매도자는 매번 길 위에서 전화를 받았고, 거주지를 물었더니 등기부 등본상 주소지와 매도자의 주소지가 달랐답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금액이 큰 계약이다 보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약 때 등기권리증을 지참할 것을 요구했답니다.
매도자는 권리증은 잔금 납부 시에 가져오는 거 아니냐고 하면서 등기권리증을 가지고 왔다는데…, 등기 권리증이 너무 새것이어서 의심이 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몰래 신분증과 등기권리증을 복사한 후 등기부 등본상의 주민등록번호와 대조해 보았답니다. 확인해 보니 이름만 같고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부터 달랐다고 합니다. 등기권리증도 위조한 것이었습니다.
그때야 공인중개사 대표는 그 노인이 사기를 치려 했던 것임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 후 매도인 주소지를 찾아 매도 의향이 있었는지 확인하려 했는데, 그 아파트 경비분이 하시는 말씀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으며 매도인은 만나주지도 않았다고 하더랍니다. 이렇게 이 계약건은 여러 날을 애쓴 보람도 없이 허무하게 끝이 나버렸습니다.
A 공인중개사 대표는 그 후로도 그 노인에게 전화했지만, 눈치를 챘는지 부동산의 전화를 더 이상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노련한 중개업소 대표님이 미리 확인절차를 밟아 큰일이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만일 계약금을 송금하고 난 후 사기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접하고 나면 부동산중개는 정말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토지주인 행세를 했던 노인은 1년 정도 후 사기죄로 입건되었다고 하더군요.
또 다른 위험성있는 계약은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속이는 계약입니다.
특정 부동산의 임대 대리권을 가지고, 매매 대리 권한이 있는 것처럼 위임장을 가지고 다니면서 대리인이 매매계약을 하는 경우가 있으니 잘 살펴야 합니다.
대리권이 있다 하더라도 대리권을 위임한 사실이 있는지 본인 확인절차는 필요하며 계약금 등 송금 시에는 명의자 본인의 계좌로 송금해야 안전하게 계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인감증명서는 반드시 본인이 발급받은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위임장, (본인 열람) 인감증명서, 전화로 본인확인(녹음), 본인 계좌 송금
만약 위임장이 없으면 계약 자체가 무효일까요?
대리권은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기에 서면이나 구두상이나 모두 가능합니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닌 본인 계약의사의 진정성입니다. 위임장이 없다고 계약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단, 구두상 대리권 계약은 본인과 통화할 때 녹음은 필수이며, 특약사항에 기재해서 증거로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소유자에게 전화하여 대리인에게 위임한 사실을 확인하였음.
**계약금은 소유자 계좌로 송금하기로 함.
**소유자는 중도금(또는 잔금일)에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제출하기로 함.
대리 계약에서 중요한 것은 위임장의 유무가 아닌 대리권의 진정성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미비된 부분은 차근차근 챙기면서 잔금 시까지 보충하는 조건으로 특약사항에 기재해서 진행한다면 보다 안전한 계약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