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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치료사가 하는 일- 삼킴장애

먹고사는 재미,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누리시도록

대개는 언어치료가 말이 늦은 아동이나 발음이 부정확한 대상자들을 대한다고 알고 계신다. 하지만 언어치료사의 전문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환자나 보호자에게 나의 역할을 소개할 때, 나는 "we are the therapists for the head and neck"이라는 먼저 시작한다. 그리고는 말, 언어, 인지, 섭식/삼킴, 음성 등 다 횡격막 위, 특히 두경부에서 큰 관련이 있는 재활이라고 예시와 함께 환자의 어려움에 연관 지어 설명드린다(그래서 몇몇 병원에서는 언어치료팀이 rehabilitation department대신 head and neck department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다). 삼킴장애는 언어치료사가 상대하는 장애군중 가장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처음에는 저런 것도 언어치료사가 한다고? 싶을 수도 있겠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면 왜 그런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언어치료사는 소통을 돕는 치료사이며, 많은 소통은 구어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말운동과 언어 영역을 담당하고, 그 말이 건강한 음성으로 산출되어 구어소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음성치료도 진행한다. 삼킴에 어려움이 있어서 기도를 잘 보호하지 못하면 삼킴뿐만 아니라 음성에도 영향을 주므로 이미 말운동과 음성장애를 담당하며 두경부의 해부와 생리에 해박한 언어치료사가 재활을 담당한다. 또한 말운동과 음성에 어려움이 있을 때 삼킴이 같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보니(파킨슨병이나 뇌졸중, 두경부암 환자처럼) 언어치료사가 한 세션 안에서 같이 다루는 것이 효율적이기도 하다.


환자의 연령대나 일하는 환경에 따라서도 다르겠지만 입원병동에서는 (현재 나는 acute care level 병동과 외래를 병행하고 있다) 거의 99퍼센트 삼킴, swallow evaluation과 treatment을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삼킴에는 크게 구강단계, 인두단계, 그리고 식도단계의 3가지 단계가 있는데(구강단계를 oral preparatory stage, oral transit stage로 나누어서 4단계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중 구강단계와 인두단계의 평가와 치료가 언어치료사의 역할이다. 삼킴의 어려움으로 인하여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는 흡인이 발생할 경우 흡인성 폐렴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외래나 재활병동에 비해 중증도가 높은 병동일수록 언어치료사는 더욱 삼킴장애 위주로 일을 하게 된다.


삼킴검사가 진행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의사의 오더를 확인한다. 보통 오더의 코멘트란에 의뢰이유가 써져 있는데 간단히 "삼킴검사"라고 쓰여있는 경우도 있고, 좀 더 자세하게 의뢰의 이유가 쓰여있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이 삼킴검사라고는 하지만 삼킴 외의 이유로 의뢰가 들어오기도 하므로 오더를 확인하는 과정은 필수이다. 오더를 확인하고 나면 환자의 차트를 리뷰하는데 이때 환자의 병력, 진단명, 피검사 결과, 호흡 관련 기록, CT, MRI나 X-ray 등 삼킴과 관련된 이미지자료도 같이 리뷰한다. (이따금 오더가 들어왔어도 계획된 수술 등으로 당일금식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삼킴검사로 인하여 수술이 연기되지 않도록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기본 배경이 파악되고 나면 입원기간 동안에 환자를 본 다른 의료진들의 차팅도 리뷰하고 난 뒤 환자에 맞는 삼킴검사를 준비하여 병상으로 간다.


병상에서 환자를 만나면 환자 본인여부 및 지남력 등을 간단히 확인하고 oral motor exam으로 구강운동의 기능을 확인한 뒤 다양한 음식물로 점도의 변이성에 따른 환자의 삼킴 안전성과 효율성을 검사한다. 음식의 점도와 요하는 구강준비과정(e.g., 씹기, 빨대로 액체를 삼키기 등), 혹은 음식물의 양(e.g., 3oz test)에 따라 환자의 삼킴과정에 있어서의 안전성과 효율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환자가 참여 가능한 내에서 최대한 다양한 점도와 조작을 요하는 음식물들을 충분히 검사한다. 이때 환자가 보이는 증상에 맞추어 기기적 검사의 필요여부와 적합한 재활치료를 결정한다.


때때로 침상검사에서 흡인 혹은 무증상흡인의 증상/요인, 혹은 위험성을 보이면 Videofluoroscopic swallowing study(VFSS)나 fiberoptic endoscopic evaluation of swallowing(FEES) 같은 기기적 검사를 권고하기도 하는데 이 검사들도 언어치료사들이 진행한다. VFSS는 삼킴을 위한 X-ray영상검사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음식물에 조영제를 섞어서 제공하여 삼킴과정에서 환자가 음식물을 입 안에서 조작하고 삼키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이때 음식물의 침습(penetration.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갔으나 성대 아래로 내려가지 않음)/흡인(aspiration.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서 성대 아래까지 내려감) 여부와 삼킴 근육들의 움직임을 보며 전체적인 삼킴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검사할 수 있다. 방사선사는 기기조정을 담당하며 언어치료사는 납복을 입고 환자에게 음식물을 전달하고 환자의 삼킴 상태에 맞추어 다양한 책략을 지시한다. FEES는 삼킴을 보기 위한 내시경 검사로 자격을 이수한 언어치료사가 코로 내시경을 넣어서 성대를 비롯한 인후두를 비추어 보며 환자에게 음식물(시각화의 편의를 위해서 보통 파란색, 초록색 등 식용색소와 섞어서 제공한다)을 제공하고 VFSS와 마찬가지로 삼킴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객관적으로 검사한다. 두 검사 모두 외관상으로는 알 수 없는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삼킴의 과정을 시각화하고 객관적으로 검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서로 상반되는 장단점이 존재하므로 병상에서 환자를 처음 평가하는 치료사가 환자에게 더 적합한 기기검사를 파악하는 것도 정말 중요한 일이다. 실제 병원에서는 FEES보다는 VFSS가 더 많이 활용되는데 기기와 방사선사와의 협력을 위한 시간조정, 방사선 노출 등의 고려사항이 있긴 하지만 FEES기기가 있는 병원이 많지 않을뿐더러 자격을 이수한 언어치료사도 VFSS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VFSS는 적합하지 않더라도 FEES는 적합한 환자도 있기에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두 검사가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검사를 마치면 보고서를 써야 하는데 이때 주관적인 감상이 아닌 평가자 간의 신뢰도(inter-rater reliability)를 위해 주로 Penetration-Aspiration Scale 혹은 Dynamic Imaging Grade of Swallowing Toxicity(DIGEST)를 활용하는데 PAS의 경우 침습과 흡인의 정도에 따른 8점 척도의 채점법이고 DIGEST는 PAS 점수와 인두 잔여물의 정도에 따라 중증도의 등급을 나누는 채점법이다. 개인적으로 DIGEST를 선호하는데 삼킴의 안전성뿐만 아니라 효율성까지도 고려한 채점법이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삼킴에 관련된 양상들에 대한 서술을 하는데 VFSS의 경우 MBSIMP라는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활용하여 검사결과를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래에서도 삼킴환자를 만날 수 있다. 외래로 오시는 분들의 경우 두경부암이나 뇌졸중등으로 인한 삼킴장애로 인해 위루관 수술을 받으신 분들이 삼킴재활을 위해 오시기도 하고 노화로 인한 삼킴의 효율성 저하로 찾아오시기도 한다. 많은 경우 병상에서 뵙는 분들보다 의학적으로 안정적이고 인지나 거동이 좀 더 가능한 분들이 오시기 때문에 그분들의 삶의 질에 삼킴이 미치는 영향을 환자분께 직접 들을 수 있는데 이때 MD Anderson Dysphagia Inventory(MDADI)와 같은 질문지를 활용하기도 한다.


삼킴을 치료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삼킴 근육과 기능 강화를 위한 삼킴운동과 같은 직접적인 방법과 보상책략/음식물 점도 변화 등 간접적인 방법이다. 평가결과에 따라 인두강화 및 기도보호를 위한 삼킴운동과 보상책략/점도변화를 주로 병행한다. 이때 점도의 경우 환자에게 배식되는 식단이 안전하면서도 가장 제한이 적은 점도의 음식물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인데 International Dysphagia Diet Standardisation Initiative(IDDSI)라는 표준화된 스케일로 권고하여 개인의 해석의 차이로 인하여 환자가 먹기 어렵거나 안전하지 못한 식사가 제공되지 않도록 한다. 병동에서는 중증도에 따라 그날 보는 환자의 순서가 매일 달라지지만 외래는 치료시간을 예약하고 오시기 때문에 좀 더 집중적이고 체계화된 치료가 가능하다. 이때 치료사가 환자 개개인에 맞추어 디자인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하고 McNeil Dysphagia Therapy Program같은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활용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Ampcare나 Vital Stim 같은 Neuromuscular Electrical Stimulation(NMES. 신경근 전기자극치료)나 Iowa Oral Performance Instrument(IOPI), Inverted Spirometer, Expiratory Muscle Strength Training(EMST)와 같은 기기 또한 사용한다.


언어치료사가 담당하는 다른 장애군의 재활치료와 마찬가지로, 삼킴장애 또한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먹는 행위는 단순히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이고,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나를 사랑하고 챙겨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삼킴장애 치료의 목적은 환자의 삼킴을 일반적인 식이가 가능하도록 기능을 향상하는 것이지만, 진정한 삼킴재활의 가치는 가족과의 식사시간에 함께 앉아서 죽이나 국이라도 한 술씩 뜨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 환자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나 커피를 한 입이라도 즐기며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것에 있다. 그 소소해 보이지만 무엇보다 크고 확실한 행복을 위해 나를 비롯한 언어치료사들은 병상에서든 클리닉에서든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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