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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도 May 07. 2024

생일이 이래서 좋구나

잘 살고 있군요, 잘했습니다.

오늘은 잊고 지냈던 오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생일 축하한다는 이야기와 너의 삶을 응원하고 있다는 메시지였다. 참 고마웠다. 나를 잊은 줄 알았는데. 아니 잊어도 괜찮을 만큼 세월이 흘렀는데.

이 친구와는 초등학교 때 육상부에서 만났다. 나는 투포환 선수이자 트랙 경기 후보선수였고, 그 친구는 달리기 선수였다. 나는 필드 선수여서 정확히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단거리 선수였던 것 같다.

2000년이었나, 우린 그 해 일 년을 꼬박 육상 훈련을 함께 하며 보냈다. 학기 중에는 7시부터 학교에 나와 운동장을 돌며 하루를 시작하고, 방학 때도 아무도 없는 학교에 나와 계단을 오르내리며 훈련을 했다.

6학년 때는 학교에서 육상부 인원 전체를 같은 반에 배정해서, 우리는 그때 처음으로 같은 반이 되다. 친구의 아버지께서는 태권도장을 운영하셨는데, 친구는 여자아이였지만 짧은 머리에 운동신경이 남달라 얼핏 남자아이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어느 겨울 친구 마음이 우정을 넘어선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나를 챙겨주었다. 학교를 마치고 꽤 멀리에 있는(게다가 가는 도 아니었던) 우리 집까지 같이 걸어준다든지, 남자친구들이 선물로 줄 법한 곰인형을 품에 안겨주기도 했다.

나도 참 웃긴 것이, 그 마음이 다른 매력적인 여자 친구에게로 넘어가자 질투심이 들기도 했다. 나에게 그렇게 할 때는 도대체 나를 왜 좋아하냐는 재수 없는 질문을 던지던 주제에 전 여자 친구처럼 이런 말도 따져 물었다.


누가 1순위야?


친구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여자축구부가 있는 중학교로 진학을 한다며 멀리 인천으로 훌쩍 떠났었다. 그리곤 연락이 두절된 것 같았는데, 다들 성인이 되고 하나둘씩 SNS를 하며 연락이 닿기 시작한 것 같다.

그렇게 가끔 연락을 주고받던 친구를 아주 오랜만에 만난 것은 내 결혼식장에서였다. 꽤 오랫동안 그 친구를 챙기지 못했었는데 신부대기실에 훌쩍 나타나 나를 놀라게 했었다.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손등에 뽀뽀를 하며 그녀만의 방식대로 쿨하게 나를 보내줬었다.


그리고 오늘, 연락이 온 것이다. SNS에 올리는 소식을 통해 나의 근황을 잘 보고 있다는 말과 함께 생일 축하의 마음을 가득 담아 보내 준 친구.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내 삶을 바라봐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감사한 날이었다.

오늘은 그런 연락이 참 많았다. 그래서 반갑고 고맙고 감사했다. 생일이 이래서 좋은가보다.

남편이 새벽부터 만들어 준 생일상, 감동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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