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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도 Aug 23. 2023

당신의 얼굴은 안녕한가요

나는 어떤 얼굴로 기억될까요

얼굴을 떠올려본다. 내 주위의 여러 얼굴들이 떠오른다. 웃는 얼굴, 무표정한 얼굴, 화내는 얼굴, 말하는 얼굴, 듣는 얼굴, 생각하는 얼굴, 옆모습, 앞모습, 마스크 쓴 얼굴, 화장하는 얼굴, 자는 얼굴, 노래하는 얼굴, 기도하는 얼굴, 놀라는 얼굴, 반가워하는 얼굴 등등. 신기하게도 주변 사람들이 다양한 표정으로 기억된다. 어떤 사람은 웃는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웃는 얼굴이 끝내 떠오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는 어떤 얼굴로 기억될까. 마주 보는 얼굴은 거울과도 같아서, 표정과 기분이 전염된다. 웃는 얼굴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과의 추억은 즐거운 것들이 많다. 듣는 얼굴 앞에서는 맘 놓고 나를 터놓게 된다. 말하는 얼굴이 떠오르는 사람과의 만남은 흥미진진하다. 생각하는 얼굴이 떠오르는 사람은 속마음이 궁금하다. 옆모습이 떠오르는 사람은 바쁜지 나를 봐주지 않아서 조금 서운하다. 화내는 얼굴이 떠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딱 한 명 생각이 났다. 아직도 그 일을 못 잊어서 그런가 보다.


아이는 거울처럼 나의 표정을 반사한다. 아이는 순수하고 민감하다. 미세한 나의 감정 변화를 나보다도 먼저 알아차리고는 '엄마 왜 화났어?', '엄마 이제 해피야?' 등으로 경고등을 켜준다. 아이는 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감지하면 나에게 안기지 않는다. 엄마가 웃는 얼굴을 보이면 그제야 다가온다. 화가 난 엄마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세 돌도 안 된 아이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감정이 요동쳤다. 화내는 엄마가 아니라 단호한 엄마가 되어야 하는데. 아이에게 미안해진다.


웃는 얼굴이 유독 환한 사람들이 있다. 꽃처럼 환한 미소에 세상이 밝아진다. 얼마 전 웃는 얼굴이 유독 예뻤던 남자 아이돌의 사망 소식을 듣고 한동안 믿기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아름다운 꽃들이 너무 일찍 져버렸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늘 안타깝고, 무력하고, 속상했었다. 괴롭고 외로운 마음을 환한 웃음 뒤에 감추고 지옥을 살아가는 이들이 내 주변에는 없는지 돌아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후회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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