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가 즐겨보는 '한글용사 아이야'에 단어 '피자'가 나왔다. 흥미롭게 시청하는 아이를 보니 주말 아침 메뉴로 피자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내일 훈민이랑 정음이처럼 피자 만들어 먹을래?"
"좋아!"
그래서 오랜만에 식빵 피자를 구웠다. 냉장고를 뒤져 집에 있는 재료들을 꺼냈다. 양파, 소시지, 파프리카, 방울토마토를 작게 자르고, 표고채도 물에 불려 적당한 크기로 썰었다. 루꼴라 피자를 떠올리며 집에 있던 청경채도 깨끗이 씻어 손질해 한편에 두었다. 출격 대기 완료!
냉장고 속 재료들을 다 때려 넣으면 무조건 맛있다. 재료가 많이 없다면 소시지와 파프리카 정도여도 충분하다.
재료 준비가 완성되었다면 피자 만들기가 반 이상 진행된 것이다. 그다음은 쉽다. 이제부터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다. 재료 준비가 다 되었다고 아이를 부르니, 아빠와 함께 분갈이를 한다고 오늘은 엄마 혼자 만들란다. 오예! 오히려 좋아. 오랜만에 맞이한 고독을 즐기며 먼저 식빵에 케첩을 듬뿍 바른다.
식빵은 한 줄 사다가 냉동실에 얼려둔다. 재료준비 하는 동안 자연해동이 된다.
빨간 옷을 입은 식빵 위로 먼저 소시지를 올리고, 사이사이 토마토를 올린다. 파프리카를 올리고, 표고버섯도 구석구석 알맞게 넣어준다. 솔솔 양파를 뿌리고, 청경채도 얌전히 올려본다. 재료 구성도 내 마음대로, 양도 내 마음대로, 올리는 모양도 내 마음대로다. 갈수록 손이 커져서 요즘에는 재료를 듬뿍 올리게 된다.
에어프라이어 그물망 위에 종이포일을 깔고 그 위에서 바로 재료를 올리면 편하다.
재료가 듬뿍 올라가서 피자치즈 뿌리기가 힘들다. 피자치즈도 한 봉 사다가 냉동실에 얼려두었는데, 재료를 준비하는 동안 냉장실에 넣어두면 해동이 된다. 뭉쳐있는 부분은 손으로 부수어서 잘게 가루로 만들고, 피자 위에 솔솔 뿌려주면 완성! 많이 뿌릴수록 맛이 있다. 이 날은 재료를 너무 많이 얹어서 치즈를 조금밖에 못 뿌렸다. 우리 집 에어프라이어로는 170도에 12분 정도가 적당하다. 나는 한 번에 2개의 그물망을 꽂아서 굽는데, 7분쯤 되었을 때 문을 열고 아래층과 위층의 자리를 바꾸어주면 모두 다 골고루 노릇해진다.
나머지는 에어프라이어가 알아서 해준다. 한숨 돌리고 상차림을 준비하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그렇게 맛있는 한 끼가 완성되었다. 생각보다 정말 맛있다. 소스는 케첩만 들어간 데다가 소시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자연에서 나온 재료들인데 이 조합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게다가 조리과정에서 기름을 쓰지 않아 건강하고, 내가 옆에서 달라붙어 지지고 볶을 필요도 없으니 편하기까지 하다.
아이에게 야채를 왕창 먹이고 싶다면, 피자를 만드세요!
우리 집은 집에서 피자를 만들어 먹기 시작한 후로 피자배달을 끊었다. 원래도 배달음식보다는 집밥을 많이 해 먹는 편이지만, 그래도 치킨이나 피자는 종종 시켜 먹긴 했었다. 그런데 식빵 피자를 만들어보니 저렴하고 건강한 것은 물론이고, 우리 집 피자가 훨씬 더 맛있어서 시켜 먹을 필요성을 못 느낀다. 좋은 건 널리 알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알록달록한 글을 하나 적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