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우리 집이 거듭나는 시간이다. 주중에 소화했던 스케줄에 따라 토요일에 기력이 남아있으면 하루 먼저 집이 깨끗해지고, 이번 주처럼 별 것 아닌 일로 머리를 쓰느라 기력이 쇠한 주간에는 토요일에 충전을 하고 일요일이 되어서야 집안을 돌볼 여유가 생긴다.
남동향인 우리 집에는 오전에 밝은 햇살이 집안 깊숙이 들어온다. 주말 오전에 청소를 하면 따사로운 햇살에 기분이 좋다. 게다가 밝은 빛 덕분에 먼지 쌓인 곳이 고스란히 드러나 깨끗이 청소를 할 수 있다.
우선 거실을 말끔히 정리하는 것으로 주말의 대청소가 시작된다. 바닥을 최대한 드러내면 로봇청소기의 도움을 받기가 좋다. 바지런히 거실을 정리하는 소리에 소파에서 자던 남편이 벌떡 일어난다. 로봇 청소기를 돌려달라는 부탁에 핸드폰을 만져 조작을 하더니 남편도 청소기를 집어든다.인간 청소기와 로봇 청소기가 짝을 이뤄 집안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를 상쾌하게 빨아들인다.
그동안 세탁기는 쉴 틈 없이 돌아간다. 재질과 주인에 따라 세심하게 나뉜 옷가지들을 빨아대느라 주말에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제일 바쁘다. 청소를 끝내면 쓰레기통을 비우고, 밖에 나가 각종 쓰레기를 버리고 분리수거를 한다. 잔뜩 비우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그렇게 속이 시원하고 상쾌할 수가 없다.오늘은 남편이 당번을 자처했다. 비워낼 것들을 웨건에 한가득 싣고 남편과 딸이 집을 나섰다.
이렇게 집안이 정돈되면 그제야 비로소 무엇을 만들어 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주말에 무엇이라도 해 먹으려고 냉동실에 넣지 않고 내놓은 식빵 한 봉지가 보였다. 옳거니, 오늘은 프렌치토스트다!
일요일에는 주로 간단하게 아침을 차려 먹는다. 남편은 한식을 좋아하지만 나는 왠지 주말에는 브런치가 당긴다.아이에게는 우유를 한 컵 주기로 하고, 어른을 위해서는 커피를 내렸다.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모아 구매한 원두를 30g 담아 그라인더로 성글게 갈았다. 산미가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우리의 입맛에는 곱게 간 원두로 내린 커피보다 훨씬 맛이 좋다.
커피가 내려지는 동안 보울에 달걀 세 개를 풀고 우유와 설탕을 조금씩 넣고 섞어 달걀물을 만들었다. 프라이팬이 데워지는 동안달걀물이 충분히 배어들도록 식빵을 푹 담가둔다. 달궈진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달걀물 머금은 식빵을 올려 부침개 부치듯 뒤집어가며 노릇하게 구워낸다.
갈색으로 달콤하게 여문 바나나를 썰어 그릇에 담고, 냉장고에 있던 방울토마토도 몇 알 꺼내 옆에 올렸다. 식빵을 먹기 좋게 자르고, 어른과 아이에게 어울리는 마실 것을 준비한다. 하얀 우유가 담긴 컵과 까만 커피가 담긴 찻잔이 나란히 식탁 위에 오른다. 포크까지 세팅하고 나면 간단한 한 끼가 완성된다.
아이와 함께 분리수거를 하러 나갔던 남편이 돌아왔다. 손을 씻고 식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아침을 먹는다.프렌치토스트에 잘 익은 바나나를 올려 한 입에 먹으니 제법 맛이 좋다. 푹 익은 바나나의 달콤한 맛이 과할 때는 고소한 우유나 새콤한 커피로 균형을 맞춰준다.
아, 좋다. 햇살이 집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식탁을 어루만져준다.둘러앉은 세 식구의 등이 따스하다. 이야기가 무르익고, 그릇이 비워지고, 배가 불러오는, 평화롭고 따뜻한 오늘 아침 한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