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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이 만드는 그릭요거트

세상 모든 귀차니스트에게 바칩니다

by 딘도

꾸덕한 식감이 매력적인 그릭요거트를 아시나요? 그릭요거트(Greek Yogurt)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리스식 요구르트입니다. 유청을 제거하여 유당이 적어 흡수가 잘 되고, 유산균과 단백질 함량이 높아 다이어트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식품입니다.


그릭요거트는 일반적인 요구르트에 비해 비쌉니다. 그릭요거트는 그냥 요구르트의 '농축액'과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같은 용량이면 당연히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때는 그릭요거트에 꽂혀 늘 떨어지지 않게 구비해 두곤 했는데, 매번 비싼 값을 치르는 것이 영 마뜩잖았습니다.




사는 값이 비싸게 느껴질 때는 집에서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 됩니다. 그러나 유청분리기나 그릭요거트 메이커를 구매하면 초기비용을 투자해야만 했습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위해서는 그릭요거트를 몇 통이나 만들어야 할까요? 게다가 저는 시시콜콜한 살림을 늘려가면서지 만들어 먹을 정도로 그릭요거트에 진심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한 통을 다 먹어버린 뒤로 저는 그릭요거트를 잊고 살았습니다. 맛있었다, 가끔 생각난다, 도였지 다시 만나기 위한 열정은 없었죠.


그러던 귀차니스트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정보가 있었으니, 드립커피 여과지로 아주 손쉽게 그릭요거트를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옳거니! 이거면 해볼 만하는걸?




다행히 집에 필요한 재료가 모두 있었습니다. 플레인 요구르트, 흔하디 흔한 머그컵, 드립커피 여과지, 커피메이커에서 뽑아낸 필터용기까지.

귀차니스트가 할 일이라곤 컵에 필터용기와 여과지를 세팅하고 그 위에 플레인 요구르트를 부어주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면 해야 할 일은 다 했습니다. 나머지는 중력과 시간에게 맡기면 됩니다!

만든 이가 신경을 끄고 있어도 중력은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조금의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중력은 벌써 물을 많이 빼두었습니다. 이대로 먹어도 충분할 것 같지만, 더 꾸덕한 식감을 위해 아이와 함께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놀이동산에 다녀오기로 합니다.

세 식구가 신나게 놀고 있는 동안에도 중력은 쉬지 않고 일을 했습니다. 아래로, 더 아래로, 계속해서 유청을 분리했죠. 이제 적당한 그릇과 수저를 준비합니다. 빠밤! 대망의 시식만이 남았습니다!

와. 미쳤다. 파는 맛 그대로입니다. 꾸덕한 식감 덕분에 한주먹도 안 되는 양에 포만감까지 느껴집니다. 적당히 새콤하면서도 담백한 맛에, 입 안에 쩌억 달라붙어 가득 차는 꾸덕한 질감까지! 그리운 이 맛! 성공입니다!

냉장고에 있던 평범한 플레인 요거트가 물기를 쫙 빼더니 고급스러운 그릭요거트로 변신했습니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생각나더군요. 이 요리를 위해서는 유명 셰프에게 냉장고를 부탁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구별에서 항상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중력'에게 부탁하면 됩니다.


야심한 밤 죄책감 덜어지는 야식으로, 눈부신 아침 장운동을 위한 한 그릇으로, 바쁜 점심 간단하면서도 포만감 넘치는 한 끼로도 충분한 팔방미인 그릭요거트! 오늘 한 번 만들어보시는 것 어떠세요? 세팅만 하세요. 중력이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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