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집 전:문가다. 장모음으로 발음해야 하는 이유는 '전'을 잘 부치기 때문이다. 우리 남편이 쓰는 대구 사투리를 빌리자면 나는 찌짐을 잘 꿉는다.
며칠 전부터 굴국밥을 해 먹으려고 사다 둔 굴이 냉장고에 한 봉지 있었다. 굴국밥을 해 먹으려고 어머님께 무, 부추, 파까지 얻어왔는데 오늘따라 굴국밥 끓이기가 번거롭게 느껴졌다.
"냉장고에 있는 김치찌개부터 데워먹을까?"
"굴 상태가 괜찮겠나."
나의 제안에 굴 걱정을 하는 남편을 보니 굴국밥이 어지간히 당기는 모양이다. 그러나 주말 내내 집을 돌보지 못해 어수선한 상태인지라 다시 한번 생각해 봐도 재료를 늘어놓고 굴국밥을 끓이는 것이 무리일 것 같았다.
"굴 꺼내서 상태 보고 냉동실에 넣어놓든가."
결국 한 발씩 양보해서 냉장고의 김치찌개를 데워먹는 대신 굴의 상태를 살피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남편이 아이를 데리러 간 사이 굴봉지를 뜯어 상태를 살폈다.
'음. 나쁘지 않아.'
탱탱한 굴을 보자 갑자기 굴을 요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남편의 숨은 의도였을까. 나는 이미 굴로 무엇을 만들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생굴 그대로 무쳐먹기에는 사 온 지 시간이 좀 흘렀다. 굴국밥을 끓이기에는 찌개도 데우고 있겠다 이제 시작하기에는 무리이다. 이럴 때 만만한 것이 '찌짐'이다. 부침가루와 물, 재료에 따라 계란만 있다면 무엇이든 훌륭하게 부쳐낼 수 있다.
굴전은 쉽다. 굴에 부침가루를 골고루 묻혀 흰 옷을 입혀주고 계란물로 겉옷을 입혀주면 준비가 끝났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적당히 두르고 불을 올린 뒤 기다렸다가 옷을 두 겹 입은 굴을 올려 노릇하게 구워내면 완성이다.
아무런 양념도 필요 없고, 찍어먹을 소스도 필요 없다. 참 쉬운 굴전요리. 부침가루에는 적당히 간이 되어 있고 계란물을 입히면 한층 고소한 맛이 나기 때문에 별 것 안 해도 전:문가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우리 마누라는 역시 찌짐을 참 잘한단 말이야."
굴 한 봉지를 뚝딱 먹어치운 남편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칭찬을 한다. 대접을 잘 받았다는 기분이 들었는지 저녁 상을 깨끗하게 치우고 그릇들도 모두 식기세척기에 넣어 돌려주는 남편. 전:문가라서 행복한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