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지난 몇 년 간 인생을 놓다시피 했었다. 겉으로는 회사도 다니고,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고 잘 사는 것처럼 보였지만 속은 아니었다. 우울하고 위험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항상 지배했고, 이러다 정말로 끔찍한 일을 저지를까 봐 제 발로 찾아간 상담센터의 도움으로 먹구름 낀 마음에 조금씩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조금의 용기 덕분에 '글로성장연구소'를 만나게 되었다. 무엇을 하려고 해도 자신이 없던 그 시절의 나는 용케도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있었나 보다. 그렇게 겁도 없이 66일간 매일 글을 쓰는 '별별챌린지'에 발을 담갔다.
오랜만에 만난 글은 반가우면서도 낯설었다. 벌써 저만치 고수의 향기를 내뿜으며 멋진 글을 뽑아내고 계시는 여러 작가님들을 볼 때면 볼품없는 나의 오늘이 속상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게다가 글쓰기는 내 하루 일과 중 가장 사치스러운 일인지라, 언제나 맨 끝으로 밀려나곤 했다.
결국 회사에서 권장하는 '가스산업기사 자격증 취득'이라는 목표에 밀려 글쓰기를 중단했다. 자격증은 붙었을까? 농담이 아니라 1점 차이로 떨어졌다. 휴.나름 없는 시간을 쪼개 열심히 준비했는데어찌나 속상하던지 그날 책을 덮은 뒤로 다시는 펴보지 않았다.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올 곳은 또 글쓰기 밖에 없었다. 그동안 별별챌린지는 첫 66일은 이미 지나 있었고, 새로운 66일을 앞두고 있었다. 2기에도 심기일전하여 참여했고, 매일 쓰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완주했다. 덕분에 블로그에 글이 잔뜩 쌓였다.
당연한 듯 3기에도 참여했다. 그때쯤 집에서는 글 쓰는 나에 대한 원망이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었다. 아뿔싸. 어쭙잖은 글쓰기를 하겠다고 그동안 남편과 아이에게 소홀했다.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글쓰기를 과감하게 그만두었다. 쓸 수 있으면 쓰고, 못 써도 괘념치 않았다.
그래도 문득 글이 그리웠다. 나의 권유로 2기부터 출발한 친구는 벌써 브런치 작가가 되어 새로운 기쁨을 맛보고 있었고, 오래전부터 브런치 작가이셨던 분들은 작가명 옆에 달린 '크리에이터' 배지를 자랑하며 또 한 번 저만치 멀리 앞서 가고 있었다. 세상에. 나도그 길을 같이 걷고 싶었다.그날따라 너무너무간절히.
그래서 에너지를 한곳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나도 브런지 작가 신청하기 버튼을 누르기로 한 것이다. 써야 할 내용들이 많았다. 작가 소개와 활동계획은 마치 대학원 입학원서를 연상케 했다.
잠시 주춤했다. 뭐라고 써야 할지를 몰랐다. 나를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도 모르겠거니와 그동안처럼 쓰고 싶은 말을 쓸 생각이었지 계획 같은 건 없었기 때문이다.
나보다 앞서 브런치 작가에 합격한 친구에게 도움을 청했다. 전략가의 면모가 있는 친구였다. 그녀의 도움으로 나는 차츰 내가 쓸 수 있는 이야기에 대해 고민하고 그 결과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그날은 미용실에 다녀온 날이었다. 감사하게도 미용실 원장님께서는 시술을 하는 동안 나에게 한 마디 말씀도 없으셨다. 덕분에 눈을 지그시 감고 머릿속으로 글을 써 내려갔다. 집에 돌아오니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했다. 절호의 찬스! 모든 상황이 나를 돕고 있었다. 된다. 이것은 반드시 될 일이다!
머릿속으로 써 둔 자기소개와 활동 계획서를 휘리릭 써 내려갔다. 마지막 확인을 거쳐 제출하기 버튼을 눌렀다. 너무 많이 고민했다간 결국 작가신청을 못할 것 같아 우선 한 번은 떨어지기로 마음먹었다. 금요일이 저물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 편히 주말을 보냈다. 심사는 영업일 기준 최대 5일이 걸린다고 했다. 화요일인 8월 15일이 광복절이라 그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소식을 기다려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엇 그런데! 8월 14일 월요일 아침! 메일이 한 통 날아왔다.
세상에. 한 번에 합격하는 것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재수 없이 단박에 합격해 버린 것이다. 그것도 영업일 기준 하루, 아니 몇 시간 만에! 이 기쁨을 제일 먼저 '글로성장연구소' 단톡방에 올렸다. 진심 어린 축하를 받으며 다시 한번 느꼈다. 여긴 진짜다.
혹시 제목을 보고 '합격 비결'을 기대하셨을 분들이 계실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이 놈의 장황하게 말하는 수다쟁이 버릇이 또 발동하고 말았다. 휘리릭 스크롤을 내리셨을 분들을 위해 내가 생각하는 '브런치, 재수 없이 한 번에 합격하는 비결'을 적어보고자 한다.
1. 많이 써라
나의 경우 별별챌린지를 하면서 블로그에 쌓인 글들이 꽤 있었다. 유명인도 아니고, 출간 작가도 아니었지만 쌓인 글을 보시고 합격시켜 주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