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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과 맛있는 수다

오랜만에 자부타임

by 딘도

우리는 회사를 다니며 알게 된 사이다. 입사 시기도 다르고 나이도 조금씩 다르지만 한 그룹으로 뭉쳐 가끔 모인다. 멤버는 총 다섯 명. 우리끼리 하는 말로 '졸업생' 한 명과 '재학생' 네 명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오늘은 재학생 중 한 명이 곧 졸업을 하게 되어 그것을 기념하여 모였다. 쉽게도 졸업예정자는 아이가 독감 양성 판정을 받고 몸이 좋지 않아 불참했지만 우리는 예정대로 만남을 가졌다. 다섯 중 네 명이 워킹맘이라 이렇게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으니 미루기보다는 따로 모임을 더 갖기로 한 것이다.


그리하여 오랜만에 '시내'에 나갔다. 지방에는 정겨운 용어인 '시내'가 있다. 나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이 광역시 전체가 '시내' 아닌가 했지만, 이제는 안다. 시내는 그 지방의 가장 번화가이자 힙한 동네라는 것을.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옷을 골라 입었다. 오랜만에 시내에 나가는 아줌마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평소 안 입던 니트에 코트지 꺼내 입고 신발장 깊숙이 들어 있던 앵클부츠도 꺼내 신었다. 또각또각. 퇴근하자마자 재학생 세 명이 함께 가벼운 발걸음으로 모임 장소로 향했다.




음식이 맛있고, 대화가 맛있었다. 먹고 마시고 웃고 이야기다. 우리의 대화는 장르를 넘나들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언제 다시 봐도 반가운 졸업생 언니는 퇴사 후 차린 학원 운영에 열정을 다하며 살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적성에 잘 맞는 일을 감사한 마음으로 해내고 있는 모습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잔뜩 받았다.


그날 모임 왕언니는 십자인대 파열로 다리 수술을 했던 일을 계기로 삶이 달라진 이야기를 해주었다. 회사 안팎으로 열정을 다하고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모습에 자극이 되었다. 커리어를 넓히고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에 동생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이렇게만 살면 곧 본부장 달겠어요!"


나랑 동갑이지만 입사가 가장 늦어 막내가 되어버린 동료는 이번에 집을 새로 샀다. 집을 사면서 친구가 큰돈을 빌려주었다고 한다. '이게 네 신용이야'라는 말에 큰 감동을 받고 친구가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자리를 옮겨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된 대화는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어졌다. 밤이 깊어가고, 함께 한 세월이 깊어가고, 삶이 깊어가고, 사람이 깊어가고, 사이가 깊어지는 간이었다. 음에 또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모일지 기대가 되는 만남이었다.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멋지게 살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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