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선망하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어느날 이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어, 과감히 사표제출. 지금은 전세계를 여행하며 글을 쓰는 자유기고자이자 직업여행가.."
가끔 블로그나 방송에서 이런 레파토리도 시작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직업이 여행이라니 정말 부럽기만 하다. 게다가 그들은 나도 얼마든지 자신처럼 될 수 있다고 '도전하라'고 격려한다.
나도 여행 참 좋아하는데, 과연 그런 삶을 살 수가 있을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성급한 결단을 내리기 전에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1. 나는 정말 여행을 잘하는가?
여행에도 소질과 재능이 있다. 똑같은 장소를 똑같은 시간 다녀온 사람이라도 어떤 사람은 '괜찮았어' 정도지만 여행가의 자질을 타고난 사람은 책 한권을 쓸 만큼 많은 것을 남겨온다. 여행에 대한 자신만의 노하우와 일가견이 있다면, 또 그간 수많은 여행경험을 통해서 충분히 확인 되었다면 직업여행가로서 최소한의 자격은 있는 것이다.
2. 나 자신이 상품으로 팔릴만한 가치가 있는가?
그 다음 중요한 것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이다. 직업적 여행가란 내가 여행을 하는 것으로,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는 사람이다. 여행을 직업으로 하기 위해선 여행경험이나 지식(콘텐츠) 또는 여행가가 출연료를 매개로 거래되는 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어야 한다. 그 시장에 수요자는 누군지, 공급자간 경쟁은 치열하지 않은지, 업계 평균 단가는 얼마인지, 내가 낄 수 있는 수준인지 먼저 파악이 돼 있어야 한다. 직업은 엄연히 비즈니스 영역이다. 구매자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떠나고 보는 여행가라면 무늬만 직업적 여행가이고, 사실은 취미가 여행인 사람이다.
3. 최소한의 삶의 안정성을 보장 받을 수 있는가?
내 경험을 사주겠다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것으로 당장 떠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행가로 살아가면서 노후를 위해 저축도 해야 하고 연금보험도 들고, 집도 사야 한다. 그것이 가능한 수준의 벌이가 가능한가? 또 단발적인 형태가 아닌 장기적이고 고정적인 수입의 형태가 가능한지도 고민해 봐야 한다.
4. 아니다 싶을 때, 돌아갈수 있는 기반이 있는가?
사람일이라는 것이 항상 예측 불가능하다. 평생을 여행가로 살겠다고 했지만 어떤 계기로 다시 직장생활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다시 나를 받아줄 회사가있는가? 여행가로서의 경험이 커리어로 인정돼 취업이 가능하거나 원래 자신이 몸담고 있던 영역에 컴백이 가능해야 한다. 이것이 도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5.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잘될 확률보다 잘 안될 확률이 항상 더 높다. 남들과 다른 삶의 형태를 고집한다면 그 리스크는 더욱 커진다. 여행 중에 범죄 피해자가 되거나 큰 병에 걸릴 수도 있다. 직장생활보다 더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에선 화려한 사진으로 부러움을 독차지 했지만 현실은 몸도 마음도 지쳐서 금방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야 할 수도 있다. 그런 순간에도 '인생 뭐 있어? 잘 놀았으면 됐지'라고 쿨하게 내 뱉을 자신이 있어야 한다.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개척하는 도전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남 눈치 별로 보지 않는 초낙천주의다. 이 부분이 확실하다면 1번부터 4번까지의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떠나도 된다. 사실 인생 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잃을 것이 많은 사람이라면 전략이 필요하다. 노점에서 붕어빵 장사를 해도 그냥 대충 하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