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의 기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루티 Apr 18. 2018

아무것도 읽히지 않는 책상

공간과 사물을 시스템화할 수 있는 역량

직장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바로 책상이다. 책상을 보면 사람이 읽힌다. 공간은 그것을 점유한 사람의 속성을 드러낸다. 개인의 성향이 가장 집약된 공간이 책상이다. 누군가를 완벽하게 파악하고자 한다면 그의 책상을 봐야 한다.


타인의 책상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사람은 빽빽한 서류더미가 산을 이루고, 누군가는 아기자기한 인형과 피규어가 가득하다. 가끔은 컴퓨터와 마우스, 키보드를 빼곤 아무것도 없는 책상도 있다. 반면 온갖 세간 살림을 차려놓은 듯한 책상도 있다.


어떤 책상이라도 주의 깊게 보면 그 주인에 대한 정보가 쏟아진다. 책상의 물건들과 정리상태만으로도 단서는 충분하다. 어떤 업무를 하는 사람인지, 얼마나 오래 근무했는지, 최근에 일이 많은지 적은지, 결혼은 했는지, 취미가 무엇인지, 심지어 성격까지도.


책상으로 '프로파일링'이 가능한 것은 그것이 사람의 자취를 담기 때문이다. 책상에는 누군가의 생활패턴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그렇지만 나의 관점에서 이 자연스러움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책상은 '아무것도 읽히지 않는 책상'이기 때문이다.


좀처럼 그 주인의 정보를 누설하지 않는 책상은 어떤 모습일까. 단지 텅 빈 책상은 아니다. 언제 보아도, 딱 정해진 질서와 규칙이 보이는 책상이다. 거기엔 습관의 흔적, 일에 쫓긴 증거, 방치된 물건이 없다. 오직 드러나는 것은 바로 '컨셉'이다.


컨셉은 누군가 내 책상을 봤을 때, 바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그냥 저절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내가 표현하고자 한 메시지다. 자신의 책상에서부터 컨셉을 만들어내고 표현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아마도 그다음 방이 되고, 점차 집으로 넓혀질 것이다.


공간은 나 자신의 확장이다. 어떤 내가 되고 싶은 가에 대한 의지가 공간에서 드러난다. 그래서 날마다 만지고, 기대고, 바라보게 되는 물건들을 특별하게 대해야 한다.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정교하게 배치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며, 자동화 한다.


하나의 컨셉으로 공간과 사물을 시스템화할 수 있는 역량을 갖는 것. 우리는 그 경지를 집요하게 추구해야 한다. 완벽한 나만의 책상을 가지게 될 때, 아마도 '공간과 사물을 지배하는 능력'에 눈 뜨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차원 하나가 열리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매꾸'는 뭔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