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째날
드디어 1주일간의 자택격리의 마지막 날이다. 1주일을 돌아보자니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나 싶다. 보통 1주일이라 하면 정신없이 일하고 주말을 맞이하면서 참 빨리도 지나갔다. 이런 마음이 들곤 하는데 체감상 이번 1주일은 한 달정도는 된 듯한 긴 시간이었다.
그래도 처음 코로나가 발병하고는 14일 자가격리였는데, 그때는 자택격리도 아닌 일정한 격리 수용시설에 모아놓고 철저히 감시하듯 관리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질 뿐이다.
처음 발병했을때와 지금을 비교하자면 가장 특징적으로 인후염이 조금씩 좋아졌다는 것이다. 가래의 양도 많이 줄긴했는데 아직도 조금씩 나오긴 한다.
오늘은 어머니의 전화로 잠에서 깨어났다. 시계를 보니 11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어제 새벽에 글을 쓰다가 잠들었던 것 같다. 어머니는 오늘도 어김없이 “몸은 좀 어떠니?”로 나의 안부를 챙겨주셨고 걸걸한 목소리로 난 “많이 좋아졌어요”라고 대답했다.
아침의 목소리는 정말 걸걸하다. 자는 동안에 객담이 목에 많이 껴있는지 목소리의 진동이 내 몸 전체에서 느껴질 정도이니 말이다. 그래도 이 증상은 정신을 차리고 물 한모금 마시고 나면 금방 가라 앉는다.
평소 약을 잘 안먹는 스타일이지만 증상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해도 이번만큼은 꾸준히 잘 챙겨먹고 있는 중이다. 오늘 자가격리가 끝나기 전까지는 꾸준히 먹을 생각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해서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 나를 대신해서 고생하고 있을 간호사 선생님들과 합류해서 더 열심히 일을 해야한다.
자가격리를 하는동안 항상 나의 관할 보건소에서는 연락이 안와서 불평불만을 쏟아냈지만 오늘 끝나가는 마당에 서대문구청에서 연락을 받았다. 오후3시16분 귀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확진으로 감염병예방법 제41조 및 제43조 등에 따른 격리 대상임을 통지합니다.
오늘 자가격리 해제날인데 다시 통보문자를 보내고 앉아있다. 친절하게도 격리기간 : 22/2-26 ~22/3/3 24:00 이렇게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나는 원래 집에 박혀있는 성격이 아니라 밖에 나가서 무엇이든지 하는 성격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집에 있으면서 일을 하는게 제법 익숙해졌다. 그래서인지 평소에도 집에 많이 있으니 이번 격리기간에도 크게 따분하거나 지루하진 않았다. 그저 본능에 충실했을 뿐.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졸리면 잠을자고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갈 뿐이었다.
그런데 맛의 본능도 철저히 느끼고 싶은데 오늘도 여전히 맛은 느껴지지 않는다. 약간 향이 날듯 말듯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막상 먹어보면 아무 맛이 느껴지지 않기에 괜히 또 시각적 착각을 나타내고 있구나 생각하고 있다.
오늘도 자가격리의 일지는 끝을 맺지만, 그래도 앞으로 코로나가 종식할 때 까지 나는 다시 코로나 환자들을 간호하러 가기에 그 상황의 하이라이트 부분들을 모아서 기록을 해 볼 생각이다. 나의 미각이 언제 돌아올지도 궁금하고 앞으로 나의 몸 상태가 어떻게 바뀔지도 궁금하다.
정말로 마지막에는 코로나 끝. 종식. 이 글을 적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부디 다들 심하게 아프지 않고 하루 빨리 모두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웃는 얼굴을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일단 자가격리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