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의 편지 10
엄마.
늘 여럿이 북적북적 자다가, 덩그러니 침대 하나 있는 호텔에서 깼더니 기분이 참 이상해. 알베르게보다 8배는 비싼데 말이야. 괜히 불편했던 것도 같아. 늘 하루의 땀을 씻어내려고 하던 샤워였으니 오늘은 하지 말까, 날도 추운데? 하다가 ‘그래, 그래도 오늘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러 가는 거니까.’ 라며 겨우 씻었어.
아직 순례자의 행색이고 걸음걸이라 대중교통 타는 것도, 비싼 밥 먹는 것도 어색하고 이상해. 기차 타기까지 시간이 남아 동네 산책이나 할까 하다가, 나도 모르게 두 시간이나 동네를 다 휘젓고는 겨우 슈퍼에 들려 요깃거리를 사서 기차에 탔어. 아직 순례자이고 싶나 봐. 이러다 한국 가서도 지하철을 못 탈 것 같아.
기차를 타고 샤를로이에서 리에지로, 리에지에서 에이와일로 갔더니 봉고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어. 아주 작은 기차역이었고 마을도 아주 작았어. “너도 워크캠프로 가지? 이 시골에 동양인 여자애가 그냥 가방 메고 올 리는 없으니까” 라며 말을 건넨 이탈리아 아저씨 옆에는 10명쯤 되는 사람들이 있었고, 우리는 봉고차에 탔어.
마침 저녁시간이라 간단히 짐만 풀고 같이 밥을 먹으며 각자 이름이며, 사는 곳, 나이, 왜 워크캠프에 오게 되었나 등등을 말하다 내가 “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막 걷고 바로 왔다”라고 하니, 누군가 몇 킬로나 걸은 거냐?라고 묻길래 나는 또 “800km 조금 안되게 걸었다. 운동화가 많이 해졌다”라고 너스레를 떨었지. 그러다 옆에서 밥을 먹고 있던 아저씨가 내 뒤통수를 탁 치는 말을 했어. “나는 시리아에게 벨기에까지 3000km를 걸어 겨우 도착했어.”라고 말했거든.
순례를 막 끝낸 후라 너무 차올랐던 내 맘을 다시 푹 꺼뜨리는 말과 함께 내 워크캠프가, 3주가 시작되었어. 아저씨의 말로 인해 어쩌면 조금은 우쭐했던 나를 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어.
엄마.
나는 내일이 또 기다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