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함께 행복하기 1

Der Kuss, 키스

by 메아스텔라meastella
사진 출처, 구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 오스트리아, Der Kuss, 1907-1908, 빈, 오스트리아 갤러리, 아르 누보



내가 좋아하는 작품 중의 하나다.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한 영화를 통해서였다.

1991년 줄리아 로버츠와 캠벨 스콧 주연의 <사랑을 위하여: Dying Young>.

한국에서는 이 영화에 배경음악으로 나왔던 케니 G의 클래식 색소폰 음악으로 더 유명세를 탔었다.


사진 출처: 구글


힐라리는 가난하지만 명랑하고 매력적인 아가씨이다. 캔디 캐릭터라고나 할까?

동거하던 애인의 배신으로 상심에 빠져 있던 그녀는 부잣집에 간병인으로 들어간다.

고집 세고 독선적인 성격의 빅터는 백혈병으로 오랜 세월 병석에 있던 환자였다.

23세의 활발하고 쾌활한 성격의 힐라리에게 점점 마음을 뺏기고 건강한 남자로서 그녀와 사랑을 갈구하는 빅터.

처음에 나이 많은 환자일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일을 시작했던 힐라리도 이 젊은 환자에게 관심을 갖게 되는데, 두 사람의 마음을 만나게 해 주는 장면에서 클림트의 그림이 큰 역할을 한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클림트를 주제로 미술사 박사논문을 쓰고 있던 빅터는 힐라리에게 클림트의 작품들을 슬라이드쇼로 보여주며, 작품을 하나하나 소개해 준다. 그때 이 그림, <입맞춤>은 큰 임팩트를 주며 두 사람의 감정 변화를 대변해 줬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당시 케니 G의 음악과 영화 속 등장하는 많은 그림들이 함께 어우러져 줬던 감동이 되살아 나는 것 같다.


27년이 지난 지금, 속속들이 장면 장면의 대화는 자세히 생각나지 않지만, 그때 받았던 감동은 여전하다.

비록, 영화에서는 음악이 대화를 덮어 알 수는 없지만, 박사과정의 빅터가 힐라리에게 작품을 설명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상상해 본다.


입맞춤(Der Kuss)은 클림트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의 하나다. 특히 후세대의 사람들로부터 '에로티시즘의 화가'라는 별칭을 받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서로 안고 있는 두 남녀가 그림의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고, 화면 전체를 꽈악 채우고 있다.

그 남녀의 발아래엔 다양한 꽃들이 만발한 꽃밭이 보인다.

그려져 있는 것은 이 것이 전부다.

배경을 알려주는 어떤 물체도 보이질 않는다.

어두운 갈색에서 밝은 갈색까지 펼쳐져있는 색의 바탕 위에 황금빛처럼 보이는 노란색의 점들이 퍼져있다.

서로 안고 있는 두 남녀를 한 번 보자. 남자의 표정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여자의 표정은 잘 보인다.

붉은 입술을 꼭 다물고 뺨이 볼그레해진 여인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만족한 표정으로 세상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다.

뭔가 수줍은 듯 보이면서도 남자의 목을 꼭 감고 있는 오른팔에 시선이 간다.

두 사람을 감싸고 있는 노란색의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이 것에 대한 해석은 다양한데, 적지 않은 미술사가들이 이 모양을 남성의 성기로 해석하기도 한다.

물론, 보는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화가가 그려왔던 그림들의 주제 <남녀 간의 사랑>을 생각한다면, 대부분 비슷한 해석을 내놓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이 노란색을 띤 황금빛은 클림트의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가 있다.

사진 출처, 구글


두 그림을 이렇게 비교해서 보면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오른쪽의 그림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나에>를 다룬 작품이다.

아르고스라는 고대국가의 왕 이크라 시우스에겐 다나에라는 어여쁜 딸이 있었다. 후계자를 원하던 이크라 시우스는 신탁에 가서 기원을 하는데, 외손자의 손에 죽을 운명이라는 신탁을 받는다. 이에 두려움을 느낌 왕은 다나에를 사나운 개가 지키는 청동 탑에 가둬버린다. 외 부로와의 접촉을 막는다면 신탁의 예언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거라 믿었던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신이 이미 짜 놓은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일까?

다나에의 매력에 빠진 제우스는 그날 밤 황금의 빛으로 그녀를 찾아온다. 그 황금의 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다나에는 임신이 되고 나중에 메두사를 없앨 영웅 페르세우스를 낳는다.


신화를 설명하듯 풀어나간 이전의 다른 대가들(티치안, 루벤스, 코레죠등 )과는 다르게 클림트가 주목한 것은 황금비로 변한 제우스가 다나에를 범하는 바로 그 순간이다.

그림 왼쪽 상단의 어둠 속에서 폭포수와 같이 쏟아지는 황금비가 다나에의 허벅지 사이로 들어가고 있다.

남녀 간 사랑의 절정을 이렇게 황금비라는 신화적 매개를 통해 진한 러브신을 절묘하게 승화시켰다고나 할까?

<다나에>에서의 황금비가 보다 직접적인 것이라면, 반면 <입맞춤>의 황금비는 소극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고대 안틱 시대부터 서양미술에서 노란색은 신이나 왕들의 지위나 품위를 상징했다. 중세시대의 유랑시인들은 사랑의 과정을 여러 단계로 나눴는데, 여기서 노란색은 '사랑의 완성/결실'로 표현했다.

황금빛 노란색으로 둘러 싸인 두 남녀가 사랑의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월계수관을 연상시키는 남자의 머리 장식도 그러고 보면 우연은 아닐 것이다.


클림트는 살아생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화가이다.

에로틱한 여성의 초상화 덕분에 또한 빈 시민들로부터 많은 사랑도 받았다.

그가 살았던 19세기에서 20세기로 변하던 시기의 오스트리아는 격변의 시대였다.

특히 사회 전반에 퍼져있던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도덕적 억압에 대한 역반응으로 에로틱을 탐닉하고 비정상적인 관계들이 남무 하던 시대였다.

동료 화가의 딸이자 당시 많은 예술가의 뮤즈였던 알마 말러 베르펠(1879-1964)은 클림트의 연인이기도 했다. 클림트는 그녀를 모델로 많은 작품을 제작했는데, 1907년 그녀를 모델로 한 <다나에>는 에로티시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하겠다.

여성을 소재로 세기말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그림을 그리면서 '빈 분리파'를 창시하여 진보적인 미술운동을 주도한 화가라는 평가와 모던 미술의 길을 열어준 길잡이로 평가를 받는 반면, 20세기 전반기의 독일어권 예술비평가들에겐 'als reine Dekorationsmalerei' (단순 장식미술)로 저평가되기도 했다.


클림트의 대표작이자 Jugendstil(아르 누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입맞춤>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IKEA에서 판매하고 있는 복사 사진판넬은 여전히 잘 팔리고 있는 품목 중 하나이다.

나 역시 이 복사품을 벽에 걸어두고 있다.

매일같이 보게 되는 이 작품을 통해 젊었을 때의 나를 돌아본다.

너무 선정적으로 보였던 첫인상 때문에 나도 몰래 부끄러웠었다.

세월이 흘러 결혼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의 나에게 이 그림은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오늘도 나는 그 답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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