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전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에 관한 이야기다.
그 동료는 나보다 늦게 들어온, 후배로 나이는 36살이 된 남자 분이셨는데 일 자체는 그리 잘하는 편도 아니었고
융통성이 있는 편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자신의 실책을 다른 사람의 실책으로 돌림으로서 자신의 상황을 모면 하려는
태도를 보여 많은 사람들에게 질책을 받는 편이었다. 나보다 뒤에 들어온 사람이라서 그런지 나는 애정을 가지고
잘해주려고 노력했으나 그 사람은 노력에 걸맞게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지는 않았다. 아니, 자신은 노력한다고 믿고 있었다.
그와 밥을 먹었던 일이 있었는데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는 공통된 규칙을 어겨가며 자신이 일하는 스타일, 방식을 고집했고
그것에 관한 항변을 늘어놓았다. 나는 그에게 공통된 규칙을 어긴 것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임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제는 그만하라고 으름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내 으름장에도 그는 여전히 자신의 생각, 가치관을
나에게 들이댔다. 자신을 틀리지 않았고 다만 그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라 자신도 하나의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 것임을
주장했다.
그의 말을 듣고나서 나는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고, 하나의 생각에 도달했다.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
그의 방식도 어쩌면, 어느 부분에서는 맞을 수 있겠다. 36살 살아온 삶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우리는 옳고 그름의 문제보다, 불가에서 이야기하는 “지혜로운가, 어리석은가”에 관한 것을
더 돌이켜봐야한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힘, “지혜로운가, 어리석은가”
옳고 그름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누구인가. 옳고 그름은 시시각각, 어떠한 시각으로도 변질 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절대 진리로 판명되는 가치들, 살면서 무수히 깨지는 신념들.
거기서 중요한 건 스스로가 무엇을 옳고 그른지 분별하고 판단하는 힘이 아닌가.
진정한 인문학이 생겼으면 좋겠다.
낯설게 바라보는 힘 뿐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