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이든 간에
가장 중요한 건 존재가치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그리고 죽어감을 동시에 느껴야 하는 것
난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성장, 성숙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가 살아있음에 대한 삶에 대한 경의라고나 할까.
왜 끊임없이 도전하고 발전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그런 프레임 안에서 그렇게 교육되고 그렇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게 아닐까.
애초부터 선택권이 없었던 게 아닐까.
태어나서 결정된 것들 외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누군가가 이렇게 살도록 지시한 것은 아닌 지,
도대체 누가 이렇게 살게 만든 걸까.
문득 궁금해진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 내가 원하고 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나의 가치와 철학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형성할 수 있는지
공부로 알 수 있을까? 책에는 모든 답이 있을까?
책에도 답이 없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사람을 만나면, 여행을 가게 되면 알게 될까.
삶은 왜 살아갈수록 나에게 더 많은 궁금증을 쥐어줄까.
누가 속 시원하게 알려주면 좋겠는데,
그들도 살아가는 게 다들 바쁘다 보니까 이런 얘기 할 시간도 없고
더군다나 그들의 미소를 본 지가 오래된 것 같다.
남의 미소, 나의 미소도 보게 된 지 오래된 것 같다.
삶의 여유를 언제 잃어갔을까.
희망이 없다고 계속 징징거릴 때 사라진 걸까.
아니야, 어쩌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일지도.
나는 왜 살아가야 하는 가.
살아가는 데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 가.
꼭 찾아야 하는 가.
진정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으며 나의 존재는 어디서부터 찾을 수 있을까.
어지럽다.
생각들로만 가득 차있고, 생각은 차지 못해 흘러넘쳐
잡념으로, 걱정으로만 줄줄 새는데
어느 것 하나 해결되는 게 없다.
마음을 편히 살아야 되는데,
마음 편히 사는 것만큼 어려운 게 있을까.
나이가 주는 삶의 제약과
좁은 나의 시야와 식견, 그리고 더 나아가지 못하는 두려움까지
거기서 난 무엇을 믿고 행해야 되나.
나의 뿌리는, 아니 난 어디에 있는 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