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su Mo Sep 03. 2021

서울의 속도

강원도가 0.5배속이었다면 서울은 5배속

여름휴가로 4박 5일을 강원도에 있었다. 서울 바깥에서 이렇게 긴 시간을 보낸 건 올해 처음이었다. 다행히 날씨가 좋았던 3일 정도는 종일 바닷가에 있었고, 비가 많이 내렸던 나머지 시간에는 숙소와 차에 있었다.


강원도에서도 가장 북쪽에 있는 고성은 느슨했고 느렸다. 바닷가의 파도는 아주 낮게, 규칙적으로 쳤다. 낮에 들렀던 칼국수집에서는 엄마 또래의 직원들이 때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초저녁에 들른 식당에선  명에 이르는 일가족 여행객이 몰리자,  이상 남은 공깃밥이 없다면서 민망해하던 사장님이 있었다. 잠깐 시간을 보낸 카페에서는 고양이  마리가 익숙한  천천히 매장 안으로 걸어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사람과 동물과 자연과- 이것저것 많은 것이 0.5배속으로 흘러가는  같았다.


다시 서울로 올라와 사무실에서 하루를 보내고 퇴근했다. 사무실 근처 건물에 노란 공사용 천막이 씌워져 있었다. 동료들이 종종 갔던 음식점이 건물 재건축으로 인해 자리를 옮긴다고 했던 곳이다. 1층 음식점 자리에는 이미 잿빛 콘크리트만 남았다. 4층짜리 건물을 채웠던 피아노 학원과 다른 사무실도 모조리 사라졌다. 이 모든 결정은 얼마 만에 이루어졌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초록색 마을버스의 운전기사는 종종 깊은숨을 내쉬었다. 간발의 차이로 신호등을 지나지 못했을 , 정류장에서 누군가 느리게 타고 내리거나 멀리서 뛰어올 . 멀리서 봐도 무언가를 잔뜩 참아내고 있는 기운이  뒤로 피어났다.


런 마을버스 사이를 배달 오토바이  대가 바삐 헤집고 다녔다. 차도 없고, 직진 신호가 이어지지는 골목을 잠깐 달리게 되자 운전기사는 그동안 쌓인  토해내듯 내달렸다. 순간 속도가 너무 빨라 앞좌석 등받이를 붙들어야 했다.


버스에서 내리고  근처까지 왔을 ,  지나치던 가게의 간판이 바뀌어 있었다. 술과 음식을 파는 주점이라고? 대체 언제 바뀐 거지. 휴가 다녀오기 전에는 분명히 즉석떡볶이를 파는 가게였는데.


간판의 디자인이나 가게 인테리어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안에서는 다른 사람이 다른 메뉴를 팔고 있었다. 그동안 있던 사장님은 어디로  걸까? 증발이라도  것처럼 없어져버렸다.


기껏 5 자리 비우고 돌아왔더니, 주위의 많은 것이 달라지고  빨라졌다. 사람과 공간과 거길 채우고 있던 이야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어디선가 새로운 사람이 나타나  자리를 대신했다.


서울의 속도가 이렇게 빨랐나, 새삼 생각했다. 어제까지 있었던 강원도가 0.5배속이었다면 이곳은 대체  배속이지. 5배속은 되려나. 여기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중에  어떤 이야기를 붙잡아 남겨야 하는지.

작가의 이전글 새벽 두 시와 카메라 셔터 소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