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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감자 Mar 13. 2021

비용: 오류의 방향성

탄소비용을 산정하는 두 가지 방식

경제학은 지나치게 인간의 이성을 강조한다. 여기서 이성이란 개인이 효용을 극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충분히 일리 있는 가정이다. 소비자는 언제나 저렴한 제품을 원하며, 생산자는 제품 판매를 통해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하려 한다. 이 모든 극대화 행위들이 모여 '보이지 않는 손', 효율적인 가격을 만들어 내며 궁극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사회, 더 이상의 개선의 여지가 없는 (파레토 효율)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환경경제학은 한발 더 나아가 시장에서 잡히지 않았던 외부성 (외부효과)마저 시장 안으로 내재화하려고 한다. 시장실패가 존재하더라도, 정확한 피해를 도출해낼 수만 있다면 시장은 다시 최적화(optimal)된 상태가 될 것이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외부효과이자 시장실패가 나타나기 시작한 이래로 많은 경제학자들은 미래 기후피해를 내재화하고자 노력했다. 윌리엄 노드하우스(William Nordhaus)라는 미국의 경제학자는 DICE라는 사회-기후 통합모델(IAM)을 만들어 노벨경제학 상까지 수상했다. 기후변화라는 범세대적 피해도 정량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면, 이를 사회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면, 그리고 이를 다시 비용으로 내재화시킬 수 있다면, 사회는 다시 최적의 상태로 돌아가 전체 효용이 극대화할 것이다. 그때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탄소비용'(Social cost of carbon)이다. 탄소비용은 기후변화 피해가 감안된 온실가스 1톤 당 비용을 의미하며, 적절한 탄소비용이 경제활동에 부과된다면 글로벌 사회는 가장 효율적인 궤도로 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똑같이 기후변화 피해를 경제학적으로 해석한 영국의 스턴경(Lord Stern)은 노드하우스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06년 스턴경은 스턴 리뷰(Stern review)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며 정부의 빠른 개입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특정 임계점을 넘기기 전에 빠른 전환을 하는 것이 기후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판단했으며 노드하우스의 모델링은 기후변화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따.


노드하우스와 스턴경의 논쟁은 많은 부분 할인율에 집중되었다. 기후변화는 다른 환경이슈와 다르게 시간적 간격(time horison)이 지나치게 길다. 지금 배출되는 온실가스 영향은 100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50% 이상이며 기후변화는 미래세대가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래의 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어떤 할인율을 적용하냐에 따라 기후변화의 가치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노드하우스는 할인율을 순수한 자본수익률에 가깝게 계산했고, 스턴경은 할인율을 세대 간의 차이는 최소화하고 경제성장률에 기반해 계산했다. (참고로 윌리엄 노드하우스의 계산에 의하면 사회적으로 최적화된 지구 기온 상승은 1.5도씨 2도씨가 아닌 3.5도씨다)


사실 기후변화를 경제적으로 해석한다는 것에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세대 간의 가치를 설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똑같은 가치를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세대 간의 가치 이전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논쟁이 생길 수 있다. 둘째, Business As Usual, 지금의 경제가 어떻게 성장할지 예상할 수 없다. 셋째, 기술개발 및 혁신에 대한 가능성을 장기적으로 추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자연생태계 자체가 가지는 가치를 재무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물론 이외에도 기후모델링에 대한 비판은 수없이 많다.


그래서 최근 스턴경을 중심으로 새롭게 등장한 방법론이 바로 비용효과적 탄소비용이다. (Social cost of carbon from cost-effectiveness) 기후변화 피해에 대한 논의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으니, 차라리 온실가스 감축목표 (넷제로), 저탄소 경제시스템으로 전환을 목표로 하는 비용을 측정하자는 것이다. 이 주장은 앞서 언급한 외부효과의 내재화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다. 감축에 필요한 추가비용(한계저감비용)과 감축목표가 만나는 지점에서 탄소비용을 산정하는 방법이다. 일반화하긴 어려울 수 있지만, 이렇게 한계저감비용을 감안한 탄소비용은 이론적으로 비용편익에 의거한 탄소비용보다 높게 산정된다.


비용효과적 탄소비용 산정에도 당연히 문제점이 존재한다. 우선 기후변화 대응, 2도씨 혹은 넷제로에 대한 잠정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미래 저탄소기술력에 대한 어느 정도의 성장가능성을 전제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턴경이 비용효과적인 방식을 주장하는 이유는 설사  비용이 잘못 측정되어 사회적 부담이 늘어나더라도 감축된 온실가스 편익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두 모델링 모두 계산 오류는 존재하지만 그 방향성이 다른 것이다. 전자의 오류는 온실가스 감축 지연이고, 후자는 온실가스 감축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필자는 2050년 넷제로에 대한 담론, IPCC 특별보고서에서 나온 기후변화 피해를 고려했을 때, 후자가 옳다고 본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비용이 들더라도 빠르게 가야하며, 설령 그 비용이 높더라도 그 가치를 현재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가 처음으로 지시한 것 중 하나가 사회적 탄소비용을 산정하는 위원회(Interagency working group on the social cost of greenhouse gases ) 를 다시 꾸리는 것이었다. 미국의 탄소비용 산정은 트럼프 행정부 떄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에너지사업, 탄소가격 정책 등의 핵심적인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그럼 한국의 탄소비용은 어떻게 산정되어야 할까? 유럽, 영국, 미국 모두 탄소비용이 산정되고 나서 트랜드에 따라 도출할 수도 있지만, 선제적인 대응은 언제나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 믿으며, 빠른 변화는 우리 사회가 가장 잘하는 것이기도 하다.


"Restrictions on what we cannot do make it all the more desirable to do what we can" - Lord Stern

https://blog.ucsusa.org/rachel-cleetus/the-social-cost-of-carbon-gets-an-interim-update-from-the-biden-administ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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